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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박정희에 대한 가슴짜한 이야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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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베니스·로마紀行下-세계화 시대의 생존 원리, 大韓民國의 自主에 대한 모색

朴正熙가 10·26현장에서 남긴 유언은 對美 자주에의 화두(話頭)였다. 君·臣·民 이 단결한 신라의 對唐 자주는 성공했고 지도자와 지식층이 이간된 상태하의 朴正熙식 對美 자주는 실패했다. 패배자들이 세운 베니스는 어떻게 1천1백년간 공화국으로 장수했는가. 독립과 자유는 구호와 선동이 아니라 실력과 실리(實利)를 바탕으로 할 때만이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베니스는 증언하고 있다.

<1995년 2월 월간조선>

1. 朴正熙는 왜 『난 괜찮아』라고 말했나

왜 경호원을 부르지 않았나

1979년 10월26일 저녁 7시40분쯤 궁정동 식당에서 박정희(朴正熙)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난 괜찮아』였다. 두 번 이나 그답게 또박또박 했었다고 한다. 심수봉씨의 증언에 따르면 朴正熙는 마치 화가난 것 같이 그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마지막 말을 할 때 朴正熙는 김재규(金載圭)로부터 제1탄(서독제 웰터 35구경 권총)을 가슴에 맞은 직후였다. 총탄은 朴대통령의 허파를 관통, 등 뒤로 나가 거기서 피가 샘솟고 있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빨리 병원으로 옮겨졌더라면 살릴 수가 있었을 것이다. 朴正熙의 사인을 조사했던 당시 서울지구 국군통합병원장 김병수(金秉洙)씨(당시 준장)는 『치명상은 머리에 맞은 제2탄이었다. 朴대통령은 김계원(金桂元) 비서실장이 그를 병원으로 옮기던 중 차중에서 운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녁 7시55분쯤이다』고 했다.

『난 괜찮아』라고 말할 여유가 있었으면 『경호원! 여기 와!』라고 구조를 청하는 게 상식이다. 또는 본능적으로 피신동작을 취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朴正熙는 총성과 고함이 오가는 난장판 한가운데서 참선하듯 정자세를 취하고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朴正熙는 그날 술을 많이 마신 것은 사실이나 피격 직전의 그의 언행(言行)엔 별다른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봐 크게 취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朴正熙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그 위기를 애써 피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의연하게 맞아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인간은 돌발사태에 직면하면 본능적인, 즉 조건반사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그런 대응의 모습이야말로 한 인간의 무게와 본질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허파관통상을 당하고서도 『난 괜?아』라고 고집을 피우면서 비명도 호소도 구조요청도 생략한 채 제2탄을 기다린 朴正熙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며, 그의 뇌리에서는 무슨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있었을까. 죽음의 그림자들과 마주 섰을 때 인간 朴正熙가 어떤 모습을 보여 왔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그의 최후 행동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박 소령은 한참을 묵묵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나를 한번 도와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그는 전혀 비굴하지 않았고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幣?그의 태도가 일순 나를 감동시켰다.

『도와드리지요』 참으로 무심결에 이러한 대답이 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1948년 여순 14연대 반란 사건 직후 국군 내부로 침투한 남로당 조직을 수사하고 있던 책임자 백선엽(白善燁) 당시 육군본부 정보국장(그 뒤에 육군참모총장 역임)이 자신의 회고록 「군과 나」에서 밝힌 내용이다. 군내 남로당 조직의 핵심 요원 朴正熙소령은 생사(生死) 여탈권을 쥔 사람 앞에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해야 할 처지인데도 의연하게 처신함으로써 오히려 白국장을 감동시킨 것이다. 그때 수사 실무자는 특무과장 김안일(金安一) 소령(준장 예편·현재 목사)이었다. 그의 증언도 비슷하다.

『그는 자포자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생명에 애착을 가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당당했습니다』

朴正熙는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왔다. 전기고문을 당하고 사형선고까지 받았다가 형집행 면제로 군복만 벗고 계속 육군본부 정보국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그를 살려준 것은 白善燁, 그리고 이승만(李承晩)대통령이었다. 한국 현대사(現代史)의 두 거인(巨人), 李承晩과 朴正熙는 그렇게 운명적으로 연결되었다. 李대통령의 최종재가에 의하여 목숨을 건졌지만 朴正熙는 이를 크게 고맙게 여기지 않았고 그 뒤에도 李承晩정권을 뒤엎을 궁리와 모의에 열심이었다.

朴正熙의 생애에서 「이건 범인(凡人)이 아니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남로당에 포섭되었다가 겨우 죽을 고비를 넘겼으면 조심스럽게 살아가면서 정권과 상관에 충성을 바쳐야 할 텐데 그는 거꾸로였다. 1952년 李承晩대통령이 부산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헌법을 개정, 대통령 국회간선제 조항을 국민 직선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 정치파동 때 당시 대령으로서 육군본부작전국 차장이던 그는 고(故) 이용문(李龍文) 작전국장과 함께 미군(美軍)과 손잡고 쿠데타를 일으켜 李대통령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였다.

朴正熙는 사단장 시절엔 미군 고문관의 부당한 간섭엔 단호하게 대응했고, 부정선거 지령도 따르지 않아 군특무부대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 만약 朴正熙가 凡人으로 처신하여 고분고분 지냈더라면 그의 생애는 평온했을지 모르지만 「근대화 혁명가」는 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잡았나? 총 쏘지 마』

5·16 당일에도 쿠데타 지휘관 朴正熙의 개인적 대담성이 불리한 국면을 역전시키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쿠데타 모의정보가 이미 누설돼 진압작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도 쿠데타 강행을 결단한 일, 쿠데타 지휘 본부인 6관구 사령부에서 쿠데타 세력과 反세력이 뒤섞여 우왕좌왕하자 공수단과 해병대 병력을 직접 끌어내기 위하여 현장으로 달려간 일, 그리고 한강다리에서 진압병력의 총격 세례에 직면하여 김윤근(金潤根) 해병여단장이 흔들릴 때 『밀어붙여!』라고 호령하여 저지선을 돌파한 일.

이날 밤 朴正熙의 3대 결심은 역사의 갈림길에서 파르르 떨고 있던 저울대를 쿠데타 성공쪽으로 기울게 한 결정적 행동이었다. 그런 영웅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플루타크 영웅전에서 볼 수 있는 시저나 알렉산더大王과 같은 초인(超人)보다는 상식인의 여린 마음을 朴正熙의 행동, 그 행간에서 발견할 수 있다. 5·16 그날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던 6관구 사령부에서 朴正熙는 장교들을 모아놓고 연설하기를,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무혈(無血)혁명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당시 6관구 방첩부대장 정명환(鄭名煥)씨의 증언). 강철같은 의지로써 한강 저지선을 돌파했던 朴正熙는 훗날 『그때 다리난간에 서서 강물을 내려다보니 처자식들의 얼굴이 물결 위에 어른거리더라』고 토로했었다.

1974년 8월15일 국립극장 단상에서 문세광(文世光)의 총탄을 피해 방탄장치가 된 탁자 뒤로 몸을 낮추면서 朴正熙대통령이 한 말은 『잡았나? 총 쏘지 마!』였다. 경호원들이 文世光쪽을 향해 사격하면 청중석에 있는 사람이 다치게 될 것을 걱정한 말이었다. 아내가 총탄을 맞아 쓰러지고 자신의 생명도 위협받고 있는 순간에서도 그런 걱정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의 인격으로 체질화된 유교적 인본주의(人本主義)로써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朴正熙는 文世光이 체포돼 끌려간 직후 즉시 평상으로 돌아가 8·15경축사를, 중단되었던 구절 바로 뒷 단어를 정확히 짚어서 읽어갔다. 퇴장 할 때 그는 육(陸)여사의 고무신과 핸드백을 주워 갖고 나오다가 경호원에게 넘겨주었다. 결정적 순간에 朴正熙가 보여준 초인적 의지력과 눈물어린 마음씀씀이―이 양면의 조화와 통합은 그의 인격뿐 아니라 그의 통치행태에도 상당히 투영되었다. 그의 강권통치는 스탈린이나 히틀러식의 무자비성이나 金日成·페론식의 광신·사기성과는 구별되어야 마땅한 유교적 성격―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겐 관대한―을 띠고 있었다. 朴正熙의 성鳧?대담하면서도 세심하고, 서릿발 같으면서도 눈물겹고, 엄격하면서도 非금기적인 2중성을 갖고 있었다. 부끄럼타는 독재자, 멋쩍어하는 철권통치자, 선동과 쇼를 증오하는 혁명가, 그가 朴正熙였다.

1970년대에 민간항공기가 서울 강북 공역으로 잘못 들어와 대공포의 사격이 몇번 있었다. 당시 경호실의 수행과장으로서 朴正熙를 근접 경호했던 천병득씨는 『사격 소리가 가까이 들려 모두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을 때인데도 朴대통령은 「이게 무슨 소리야」하면서 겁 없이 바깥으로 나서는 데 놀란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목숨이 걸린 순간 순간에서마다 나타난 朴正熙의 대담한 행태를 살펴보면, 그가 金載圭의 제1탄을 가슴으로 받고도 『난 괜찮아』라고 이야기한다는 게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난 괜찮아』란 말에서는 타고난 대담성뿐 아니라 허무적인, 자포자기적인, 또는 죽음을 덤덤하게 맞아들이려 하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벽돌, 파리채, 효자손, 권총

朴正熙가 죽은 뒤 청와대 직원들이 집무실과 침실을 정리했을 때 그의 절제·고독·결심을 엿보게 하는 몇가지 물건들이 발견되었다. 집무실 화장실의 변기통 속엔 벽돌 한 장, 아무도 안 보는 침실 변기통에서도 벽돌 한 장. 물론 물을 절약하려는 것이었다. 집무실에서 파리채와 부채. 기름을 절약한다고 청와대의 냉방기 가동을 통제했던 朴正熙는 한여름엔 문을 열어놓고 부채질을 했다. 열린 문으로 파리가 들어오니 파리채가 필요했고. 침실에선 엽총 7정, 권총 8정, 칼빈소총 2정, 칼빈 탄장 8개, 칼빈총알 6발, 소형권총실탄 11발….

거의가 선물로 들어온 것이지만 朴正熙는 자신의 비상한 최후를 예감하고 자신의 권력을 만들어냈던 총구(銃口)에 자신의 운명을 의탁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침대 머리맡엔 「효자손」이 놓여 있었다. 노인성 소양증을 갖고 있던 홀아비 朴대통령에겐 가려운 곳을 긁어줄 반려자였다. 1978년 어느날 밤 그는 자다가 토사곽란을 만났다. 부저를 눌러도 옆 방의 두 딸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한참 뒤 1층의 담당직원이 뛰어올라 왔다. 朴正熙는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내가 변소에 십수차례나 다녀왔다네…』라고 했다. 의무관이 연락을 받고 달려와 진통제 주사를 놓았더니 대통령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부속실 직원은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다. 늙은 홀아비 신세인 대통령을 그 넓은 침대에 홀로 남겨두고 나오기가 가슴 아프더란 것이다.

저승에서의 손짓

朴正熙는 말년에 고독의 2중고를 앓고 있었다. 권력의 정상에 선 사람의 고독에다가 아내의 죽음 뒤 5년이나 계속되는 쓸쓸한 노인의 고독. 이런 고독이 그의 죽음을 재촉한 면도 있다. 10·26 대통령 시해 현장에 김계원(金桂元) 비서실장이 있었다는 것은 朴正熙의 죽음을 막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金씨는 김재규(金載圭)와 차지철(車智澈) 사이의 암투를 중화시켜야 할 입장에 있었으나 金載圭편에 어정쩡하게 섬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켰었고, 시해당일에도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金桂元씨를 주중(駐中)대사에서 불러와 비서실장에 앉힌 것은 朴대통령이었다. 『아무 것도 안해도 좋으니 말동무나 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 좋은」金桂元씨 대신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강직한 김정렴(金正濂)씨 같은 비서실장이 대통령 곁에 있었더라면 1979년 권부의 상황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朴正熙를 고독한 老人으로 만든 것은 재일동포 출신 테러리스트 文世光인데 그의 출현은 김대중(金大中) 납치사건과 깊은 관계가 있다. 1973년 8월의 金大中 납치사건 이후 일본 언론은 朴正熙 독재체제를 폭로, 과장하는 보도를 선풍처럼 계속했다. 이런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열혈청년 文世光은 조총련 공작원의 심리 조종을 받고 朴正熙를 암살하는 것이 민족에 대한 사명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陸英修여사의 죽음은 오기와 아집이 센 朴正熙에 대한 최선의 견제장치를 제거한 결과를 낳았다.

총격을 받고 『난 괜찮아』라고 했을 때 朴正熙는 저승에서 손짓하며 부르는 흰옷 입은 아내의 모습을 보고 안도했을지 모른다. 朴正熙의 陸여사에 대한 주된 감정은 애정이라기보다는 신뢰였던 것 같다. 朴正熙의 생애에서 그가 연애감정을 진지하게 가졌던 유일한 여성은 두 번째의 부인(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으나 2년 남짓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李모씨(93년에 사망)였던 것으로 보인다. 함경도 기질의 미인인 李여인은 朴正熙가 남로당 조직에 연루돼 고초를 겪은 뒤 가출해버렸다. 朴正熙는 그를 찾아 헤매다녔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못잊어하였다. 朴正熙가 목숨을 투척하는 모험을 거듭할 수 있었던 심리적 배경에는 크게 실연한 남자의 허무주의도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할 때도 있다.

朴正熙는 1971년 4월 金大中씨와 대결한 대통령선거에서 약1백만 표 차로 이겼지만 『내가 이렇게 일을 많이 했는데 국민들이 너무 몰라준다』고 섭섭해 하였다. 이때부터 그는 세론보다는 역사의 평가를 기대하는 쪽으로 바뀐다. 1972년 10월 유신은 『이제부터는 국민의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내가 죽거든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모진 결의의 한 표현이기도 했다. 국민여론에 덜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은 정치인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이며 자신의 고독을 더욱 심화시키는 행동이다.

朴正熙는 『빵 뒤에 자유가 온다』『안보가 없으면 빵도 자유도 없다』『서구식 자유민주주의는 한국의 현 실정에는 맞지 않다』고 강변했지만 여론을 주도하는 지식인층은 이미 가치기준을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에 두도록 교육받고 있었고 미국에 의하여 고무되고 있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란 朴正熙의 발언에선 한국사회의 지배적 정치이데올로기로 뿌리박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의 도도한 흐름에 대한 패배의 자인(自認)마저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업적이 후세엔 제대로 평가될 것이란 자신감이 보이기도 한다. 『난 괜찮아』란 그의 마지막 말 속에는 이 땅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민족을 위하여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뜻도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죽음까지 따라온 미국의 그림자

인간의 성격이 바로 운명이라고 한다면 朴正熙의 대담성과 오기, 또는 반골정신은 그를 혁명가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숙명적인 애증(愛憎)을 불렀다. 金載圭의 진술에 의하면 朴正熙는 마지막 자리에서 이렇게 쏘아 붙였다고 한다. 『미국의 브라운 장관이 오기 전에 김영삼이를 구속 기소하라고 했는데 유혁인이 말려서 취소했더니 역시 좋지 않아. 국방장관 회의고 뭐고 볼 것 없이 법대로 하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이야. 미국놈은 범법해도 처벌 안하나』죽기 직전 저녁 7시 텔레비전 뉴스에서 브라운 장관이 金泳三씨를 야당 당수 자격으로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수는 무슨 당수야』라고 퉁명스럽게 뱉더라고 한다.

朴正熙의 죽음 직전까지 그를 따라 다닌 거대한 그림자는 미국이라는 존재였다. 朴正熙의 피살에 美CIA가 개입돼 있다는 소문은 근거가 희박한 설(說)이었다. 그러나 시중의 소문은 비록 그것이 황당한 것이라 해도 암시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朴正熙의 죽음에 美CIA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강대국 미국의 영향력은 분명히 개재돼 있었다.

10·26사건의 중요한 근인(近因)은 金泳三 신민당 총재를 국회에서 제명한 사건이었다. 이 제명은 金총재가 뉴욕타임스 기자와 회견한 기사 내용이 발단이 되었다. 金총재는 미국 정부가 朴정권에 대해서 직접적이고 공공연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카터의 인권외교에 시달리고 있었던 朴正熙는 이 발언에 크게 자극되었다고 한다. 朴正熙가 카터의 인권외교에 얼마나 한을 품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1979년 6월 카터의 방한(訪韓)을 앞두고 朴대통령은 통역을 맡을 최광수(崔侊洙) 의전수석 비서관을 불러 『「인권 좋아하네」를 어떻게 통역하면 되는지 미리 연구해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상회담에서 朴대통령이 카터에게 『인권 좋아하네』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장 훈시조의 일방적인 설명을 늘어놓아 카터가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朴正熙를 죽인 金載圭가 『내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말을 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金載圭의 항소이유서를 보면 朴대통령이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추진했던 자주국방 정책을, 한미 동맹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하여 비판한 대목이 있다. 金載圭정보부장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과 자주 만났다느니, 같이 사격 연습을 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미국이 金載圭에 대한 정보심리공작(工作)으로써 그가 朴대통령을 죽이면 미국이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물론 소설의 영역에 속할 뿐이다. 어쨌든 朴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정치 참모와 그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이 다같이 朴정권과 미국의 대결관계에서 堅뮤各막?기울어져 있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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