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은 고이즈미총리에게 그런말 할자격이없다
이미 국민은 충분히 노대통령말에 이미벌써 속상해있고
질려버렸기땜에 고이즈미 수상이 말한것은 새발에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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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盧대통령 '총선용 對日발언' 유감
노무현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한마디 충고를 했다.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은 국가지도자 수준에서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노대통령의 비판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나 역시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문제’를 비롯해 매우 부드럽고 너그럽고 친절한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해 국가지도자로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아키히도 일본왕을 만났다. 그날은 현충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전후세대 첫 대한민국 대통령’이며 ‘한일 양국의 미래’를 중요하게 여기겠다고 말했다. 일본왕에게 나라를 위해 숨진 한국의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현충일에 방문한 데 따른 국내 여론 등 어려움도 이야기했다. 일본왕의 스케쥴로 ‘실무방문’밖에 되지 않자 ‘국빈방문’형식을 취하려고 ‘현충일’에 관계치않고 온 사정은 설명안해도 일본측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은 국빈 방문한 그날 일본국회에서 전쟁 대비법인 ‘유사법제’가 통과되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손님에게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꼭 예의를 어겼다거나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의 상식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너그러운 분’이었던가 생각했다. 외교란 무엇보다 예의와 형식이 중요하고, 노무현 대통령역시 ‘실무방문’을 마다하고 ‘국빈방문’을 택했음에도 이렇게 ‘실무적 사고’를 한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일본방문기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이 싫어하는 ‘과거사 문제’는 애매모호한 수준에서 언급할 뿐이었다. 일본을 방문했던 장쩌민(江澤民) 중국 전 국가주석이 일부러 인민복 차림으로 일왕 주최 만찬에 나가 일본의 과거사반성을 일갈했던 일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거리를 두는 대신 의도적으로 친일본정책란 ‘코드외교’카드를 쓰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발언을 일본언론이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더 이례적인 일이 잇달았다. 우리나라 외교통상부는 ‘노 대통령의 3.1절 연설문은 외교부와는 관련이 없고 청와대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한 점이다. 또한 그 ‘국가 지도자’가 해마다 신사참배를 하겠다고 한 고이즈미 총리가 아니라 다른 ‘일반론’이며, 과거사 문제에 망언을 심심풀이로 하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나 아소 다로 총무상도 국가 지도자급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덧붙이길 ‘고이즈미 총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편지를 보낼 수도 있고 외교부 대변인이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3.1절 기념사에서 할 필요가 있느냐’고 덧붙인 점이다.
이쯤되면 정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할말이 없다.
대통령의 발언을 ‘불끄기’하는 외교통상부, 대통령발언의 의미를 축소하는 외교통상부-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이렇게 불필요한 발언을 한 것인가? 또 왜 일본의 과거사문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180도 입장을 바꿨을까?
물론 미국이 아니었으면 나는 정치범 수용소에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가, 8.15기념식장에서 우리는 더 이상 ‘변방의 민족’이 아니라며 마치 시위 현장의 대학생처럼 격앙된 어조로 외쳤던 광복절 기념사를 줄긋기하면 대충 감이 잡힌다. 노무현 대통령 1년을 겪으면서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적재적소’형 발언에 우리 국민 모두가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3.1절 기념사발언은 정말 유감스럽다. 이것은 ‘외교적 발언’이기 보다는 ‘정치적 발언’이다. 또한 대일(對日)용이라기 보다는 철저히 국내용 발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신사 참배를 하겠다는 고이즈미총리의 이름조차 거명하지 않았고 외교통상부는 일본과 문제를 만들까 노심초사해서 ’불끄기‘에 나선 것이다. 원칙론으로 볼 때도 국가원수인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여전히 지도자로서 외교적 원칙과 일관성이 배제된 점도 유감스럽다.
그러나 진정 유감스러운 것은 과거사 문제나 국적을 떠나 한 사람의 정치인만으로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총리에게 과연 ‘충고’를 할 만 한가 하는 점이다. 왜냐면 정치적 스타일에 있어서는 고이즈미 일본총리와 노무현 대통령이 쌍둥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우선 ‘모순된 말과 행동’이 정말 닮았다. 고이즈미는 총리 취임후 ‘아시아 근린제국한테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을 주었다’며 반성했다. 그러나 일본의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오늘 일본의 번영과 평화는 이 분들의 희생이 쌓인 것으로 평화의 서약하는 뜻’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와 개혁을 높이 들었지만 실제로 총리가 된뒤 해놓은 점이 별로 없다는 점,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점, 건설보다는 파괴에 그 능력이 있다는 점도 그렇다. 서민적 언어를 구사하고 관행을 파괴했지만 결국은 고이즈미가 내릴 종착역은 ‘포퓰리즘’이라는 점도 그렇다. 일본의 자주를 이야기하면서도 고이즈미는 부시 대통령을 만나서는 ‘제 2차 대전 때 일본계 미국인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억류했을 때 그래도 미국이 참 잘해줬다’는 굴욕적 발언을 했다. 이쯤되면 ‘강대국은 동네 폭력배처럼, 약소국은 매춘부처럼 구는 것이 외교’라는 쿠엔틴 티라티노의 독설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왜 노무현 대통령은 고이즈미라는 이름을 꼭 집지 않았을까? 그 발언의 주 대상은 ‘고이즈미’가 아니라 ‘4월 총선’용 민심 아니었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닮은 꼴 고이즈미총리는 아마도 ‘얼굴마담’이었을지도 모른다.
방송인 전여옥 : 1981년부터 1994년까지 KBS 기자로 일한 방송인. KBS 도쿄 특파원을 거쳐 KBS ‘뉴스 700’ 공동앵커, 라디오 ‘생방송 오늘’과 ‘다큐 법정추적’을 진행했다. 특파원 재직 당시 취재 경험을 책으로 펴냈던 ‘일본은 없다’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후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 ‘대한민국은 있다’ 등 논쟁적인 저서를 펴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입력 : 2004.03.03 07:42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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