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호통 "합당? 자민련이 동네북이냐!"
<조선일보> 기사 오보 논란... 자민련, 조선-한나라당에 항의방문
"자민련이 동네북이냐. (한나라당이) 돈 가지고 세상을 썩게 만들더니, 이제 장난까지 치느냐."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14일 오전 <조선일보>를 받아든 순간 격노했다. 1면 하단에 실린 "한나라당, 자민련과 합당 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 때문이다. 김 총재는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하기 위해 신당동 자택으로 전화를 건 유운영 자민련 대변인에게 호통을 친 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거친 언사를 퍼부었다.
JP의 호통
<조선일보>는 이날 "한나라당이 올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 공략과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위해 자민련과의 합당을 추진 중인 것으로 13일 알려졌다"고 보도하고, 익명의 당 핵심관계자의 전언을 근거로 들었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자민련과 합당하는 문제를 두고 양측간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귀국하는 대로 이 문제를 마무리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한나라당은 자민련과의 합당 추진을 위한 대 자민련 교섭 창구로 2001년 봄 자민련을 탈당해 한나라당으로 이적한 5선의 강창희 의원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며 "강 의원은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두차례에 걸쳐 김 총재의 청구동 자택을 방문했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종필 총재는 본인이 강창희 의원과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두 차례 만났다고 보도된 데 대해 "허무맹랑한 날조"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하기 위해 유 대변인을 조선일보사에 보냈다.
김 총재는 특히 유 대변인에게 "오늘 중으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서 앞으로 절대 그 따위 짓을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오라"고 엄중 지시했다.
자민련 항의단 "공당으로서 예의 지켜야"... 최 대표 "일부 충청권 의원의 바람"
이에 김종기 선거대책특위 위원장, 변웅전 총재비서실장, 유 대변인 등 항의단은 이날 오후 3시30분경 한나라당사를 방문, 최병렬 대표를 만나 "공당으로서 예의를 지키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일부 충청권 의원들 중 총선을 염두에 두고 (합당을) 진지하게 얘기하는 분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 당 수뇌부에서 진지하게 검토했다거나 누구에게 임무를 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최 대표는 또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위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건전한 보수 세력이 대동단결 해야 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며 "그런 얘기의 수준이지, 무슨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기사가 나왔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들 항의단이 온다는 소식에 집무실 밖에까지 마중을 나가는 극진한 모습을 보였고, 해명을 하는 내내 곤혹스러워 했다.
그러나 최 대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민련 측 김종기 위원장은 "당 대 당으로, 정당이 서로 존립의 가치를 갖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그런 일이 있다면 서로가 엄격히 자제를 해야 한다"고 거듭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앞으로 최 대표의 인격을 믿어보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유운영 대변인도 "작년 연말과 올해 초,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한나라당에서 합당 얘기가 돈다'고 물어왔다"며 "진원지는 한나라당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대변인은 또 "도대체 남의 당을 흔들어도 유분수지, 정말 대변인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원들로부터 어떻게 된 일이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내가 알기로는 기사를 쓴 기자가 우리 당을 출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저런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거듭 해명한 뒤,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어쨌든 이렇게 오셔서 반갑다, 합당은 안해도 되니까 차는 좀 들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14일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 항의방문을 온 자민련 관계자들에게 해명을 하고 있다.
부인하는 강창희 "조선일보,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아"
강창희 의원도 이날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반론문을 내고 "최소한 합당논의가 진행된다면 자민련측 인사와 접촉이 있어야 하나, 지난해 12월 2일 이라크 국회조사단 단장 자격으로 자민련 당사를 공식 방문하여 보고한 외에는 일체의 접촉이 없었다"며 "한나라당내에서 이와 관련된 어떤 논의도 없었던 상황에서 내가 자민련과의 합당추진 창구로 지명되었다는 기사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또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김 총재가 귀국하는 대로 이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기사 내용과 관련 "김 총재는 이미 지난 1월 10일 일본에서 귀국하였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조선일보>의 오보를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자민련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 "김종필 총재의 정계은퇴가 전제된 상태에서 자민련을 흡수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 자민련과 합당하게 되면 오히려 우리 당 이미지가 손상될 것"이라며 "충청권 의원들 외에 자민련과의 합당을 바라는 사람은 당내에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측 유운영 대변인도 한나라당과의 합당설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우리 당을 배신하고 한나라당에 간 철새들이 살아보려고 장난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우리가 한나라당과 합당하는 순간, 자민련은 죽는 것"이라며 "당내에서도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는 일체 나온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종기 선거대책위원장, 변웅전 총재비서실장, 유운영 대변인 등 자민련 항의단과 최병렬 대표의 대화 요지다.
최병렬 대표 "충청도 의원들 중에 (합당을) 진지하게 얘기하는 분도 있다. 이런 얘기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 않나. 그러나 우리 당내에서 진지하게 검토했다거나 임무를 준 적은 없다.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자기 선거와 관련해서 얘기하는 것이다. 또 홍사덕 총무가 얘기했지만,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위험한 부분이 있지 않나. 건전한 보수 세력이 대동단결 해야 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 그런 얘기의 수준이다. 무슨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 기사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얘기를 듣고 쓴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김종기 위원장 "최병렬 대표의 얘기를 들으니 이해가 된다. 총선 앞두고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다. 자민련은 당론으로 독자적으로 간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조선일보>에 그런 기사가 나와서…. 그 기사를 보면, 공당으로서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봐라. 그래서 최 대표 만나러 온 것이다.
당내에서 논의된 것이 아니라 당내 충청권 의원들이 자기 바람으로 된 것이라는 점은 알겠다. 앞으로 최 대표의 인격을 믿겠다. 당 대 당으로, 정당이 서로 존립의 가치를 갖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런 일이 있다면 서로가 엄격히 자제를 해야 한다."
최병렬 "그런데 그런 일이 있다면 한쪽만 자제를 해서는 안된다."
변웅전 비서실장 "<조선일보> 기자가 자민련 출입기자였다면 총재의 일정을 잘 알텐데, 기사에 '총재가 일본에서 돌아와 결정할 것'이라는 큰 오보를 냈다. 자민련 당직자들에 대한 일체의 취재 없이 그런 기사를 썼다. 그래서 혹시 '한나라당 내부에서 그런 얘기가 오갔는가'하고 최 대표를 만나서 물어보러 온 것이다."
유운영 대변인 "솔직히 말하겠다. 내가 이 얘기를 들은 것은 작년 연말과 올해 초다.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한나라당에서 합당 얘기가 돌고 있다'고 물어오면, 난 과격한 언어까지 써가며 강력히 부인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기사가 나왔다. 담당 기자도 만났고, <조선일보>에 가서 항의도 했다. 또 내가 취재해 본 결과, 진원지는 한나라당이 맞다. 정말 대변인 못해 먹겠다는 심정이다. 당원들로부터 어떻게 된 일이냐고 전화가 쇄도한다. 도대체 남의 당을 흔들어도 유분수지, 당원들의 문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됐다."
최병렬 "저는 국회 복도에서 만나면 가까우니까 농담으로 그런 얘기를 주고 받는 것도 있다. 일부 충청도 의원들은 총선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다. 또 아까 말했듯이 해방이후 좌우가 대립하는 나라의 양상이 뭔가 잘못돼 가고 있지 않나.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야 하지 않나. 그런 얘기들을 밥 먹으면서 했다. 기사화가 되려면 당 수뇌부가 심각하게 논의를 했다던가, 누구보고 책임지고 추진해보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기사를 쓴 기자가 우리 당을 출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저런 얘기를 듣고 쓴 것 같다.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할 부분이 아니다. 어쨌든 이렇게 오셔서 반갑다. 합당은 안해도 되니까, 차는 좀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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