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손발을 묶나..........沈載喆
영화감독 출신의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지난 14일 제시한 정부의 '홍보업무 운영방안' 과 맥락을 같이해 국정홍보처가 27일 다시 43개 중앙부처 공보관 회의를 통해 각 부처에 정례 브리핑 제도를 도입하는 등 언론과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일간지들은 이에 사무실 방문 취재 제한은 군사정권 시절의“계엄 때도 없었던 일”이며, 정부가 정보공개를 입맛대로 해 '국민의 알권리' 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정부의 현안 정책에 대한 사실 확인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부당한 취재거부 징후가 청와대로부터 일선 공무원 사회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적절한 취재통제로“국민들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양쪽 주장의 이면을 살펴보면 정부는 신문 보도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며, 신문은 정부의 언론대응 정책이 '의견의 공개시장에서 정보의 자유스러운 유통' 을 전제로한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는 듯하다. 나아가서 새 정부가“ 내 정책방향이 옳은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권위주의 정권의 오류를 답습하고 있다고 주요 일간지는 문제 제기를 한다.
지난 정부가 주도했던 무리한 방식의 신문개혁이 또다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위기의식도 엿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양쪽 다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실제로 주요 신문과 방송에만 공개되는 폐쇄적인 기자실 제도의 개선은 시급하며, 이 부문에서는 정부의 개선 방향은 옳다고 본다. 경찰서 내 기자실을 가 보면, 사건 취재를 위해 20여명의 젊은 기자가 며칠동안 집에도 가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의 기자실 안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 환경에서 근무하는 일선기자가 측은하게까지 보이며, 후진적 취재방식임에 틀림없다.
반면 정부 부처나 대기업의 기자실은 그 위상과 재원에 따라 호화스럽 게 보이기도 한다. 뉴스 거리가 없을때는 그곳에서 한두 명의 기자도 만나기가 어렵다. 값비싼 공간의 비효율적인 운영으로까지 보인다. 또한 언론사별로 갹출해 기자실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출입부처에서 비용과 편의를 제공한다. 혈기왕성한 젊은 기자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의기가 투합해 담합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오보가 재생산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인터넷 신문과 잡지 등 새로운 미디어와 군소 신문·방송의 기자들은 기자실 접근 자체가 용이하지 않기에, 문화관광부와 국정홍보처의 개방, 균형, 정보공개의 홍보원칙과 정례 브리핑을 통한 취재지침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내부 단속을 통한 언론관계 개선책이기에 사실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각 부처에 제대로 된 홍보 교육을 받은 전문인이 부족하고, 해당 공보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조직문화와 시스템 속에서, 사전 신고제를 통해 기자의 공무원 접근을 막는 취재지침은 현실을 무시한 지나친 정보통제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아직도 우리 사회엔 언론이 파헤쳐야할 비리와 부조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언론인이자 사상가인 월터 리프먼이 말했듯이“정부의 거짓말을 탐지 할 수 없는 정보나 수단이 없는 사회”에는 자유도 있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유리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해 공개해 온 권위주의 정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이제 참여정부는 언론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에 있어 정권을 강화할 목적이나 국민을 특별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의도를 포기해야 한다.
또한 공공이익을 위해 정보공개를 정직하며 순발력 있게 해야 하겠다. 어쨌든 정부가 제시한 취재지침이 효력을 발생하면 이제 일선 기자들의 취재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언론도 보다 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취재방식을 개발해야 하겠다. 출처가 불분명한 익명보도를 가능한한 자제하고, 정부정책의 시시비비를 투명하고 정정당당하게 가려야 하겠다. 정부나 신문이나 이제는 장관이 되기 전에 이창동 감독이 보여주었던 '박하사탕의 아픔' 에서 벗어나 제자리를 찾을 때이다.
(沈載喆 ·고려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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