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화천에 가서 살았던 때는 1962년이었다.4.19의 붉은 무리들이 아버지의 국기(태극기)사업을 망하게 하여 우리 가족은 극심한 고생을 하게 되었다.
이리저리 이사 다니고 이산가족이 되어 엄마, 언니, 나는 화천으로 가게 되었다.
엄마는 음식 솜씨가 좋아서 그 곳 영화관에 속해있는 군인 식당에서 일을 하였다.
4.19 이전에는 성동구(지금은 중구) 청구동에 살았는데 나는 그 동네를 지금도 그리워하고 있다.
그 동네는 일제시대에 구획정리가 되었던 동네인 것 같았고 반듯하고 깨끗한 길과 한옥이 줄지어 늘어선 동네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손을 위로 뻗어서 과자를 먹었다.
아버지가 전날 밤에 다섯명의 자식들 머리맡에 과자를 쌓아두시곤 하셨다.
그 곳에서 갑자기 붉은 혁명을 당하고 허름한 셋방을 전전했고 가족들은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버티어 내야 했다.
금호동 산동네에서 지낼 때 오빠가 언니와 나를 불러서 철로가 보이는 언덕에 가서는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언니는 누군 어떻게 되고 어디로 가고 하면서 자기가 아는대로 오빠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오빠는 화가 나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하고서,
작은 돌멩이를 철길 쪽으로 냅다 던지면서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돌멩이는 꽤 멀리 날아갔다.
1961년에도 사정이 너무 어려워 언니는 국민학교 입학을 두 달 뒤에나 했다.
운동장에서 입학생들이 모두 율동을 하는데 언니는 몰라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울었다고 했다.
언니는 청구 국민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또 판자집으로 이사해 전차로 1시간 거리를 통학했다.
하루는 담임 선생님이 불러서 '너는 그렇게 먼데서 다니니?'라고 물었다고 했다.
엄마와 나는 앞집 판자벽에 그림자가 요만큼 오면 언니가 온다고 매일 기다렸고,
언니는 저만치서 달랑거리며 걸어왔다.
엄마는 사람들에게 '학생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되었어요.'라고 하소연하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들었다.
미군에서 나오는 꿀꿀이 죽도 먹었다.
오빠가 그걸 가지고 왔는데, 청구동에서 괜찮게 살다가 그런 심부름을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그런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가족이 헤어져 엄마와 언니, 나는 화천으로 가게 된 것이었다.
화천에서 언니는 국민학교 2학년을 다녔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는 식당에 나가고 없고
언니가 나에게 옷을 입혀서 손을 잡고 식당으로 갔다.
부뚜막에서 언니가 밥을 먹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갔다.
언니 도시락의 생선을 엄마가 가시를 발려서 싸 보내면 담임 선생님이 와서 뺏어 먹었다고 했다.
화천은 산악지역이라 눈이 많이 왔다.
눈 오는 날이면 언니가 나를 붙잡고 무릎 위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서 엄마의 식당에 갔다.
화천은 서울과는 다른 풍광의 지역이었다.
눈이 그렇게 많이 오는 겨울이 지나니 봄이 왔고, 진달래가 온 산을 뒤덮고 있었다.
진달래는 가까이서 보면 그다지 예쁘지 않지만 멀리서 보면 수 많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나의 마음을 너무도 흔들었다.
그렇게 수수하고 하염 없는 꽃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흔들 수 있을까 하고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그토록 힘들었던 시절에 그렇게 눈물 나도록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꽃들의 장관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유명한가라고 생각한다.
화천은 군인들이 많았다.
밤에 짐승이 마을로 내려오기도 하였다.
몇 달이 지나니 아버지가 오셨다.
아버지는 엄마가 저금해 놓은 얼마 안되는 돈을 가지고 서울로 가셨다.
서울의 나머지 가족은 친척 집에 얹혀 살면서 악전고투하며 고생스러운 생활을 했다.
화천 영화관에서 근무하던 군인 한 사람이 엄마에게 자기가 제대하면 단성사에 갈 것인데 놀러오라고 하였다.
아버지는 일제시대에 할아버지께서 강화도에 사놓았던 땅을 헐값에 팔고
엄마의 돈을 합쳐 우리 세 명을 다시 서울로 오게 하셨다.
4.19가 아니면 다섯 형제는 지금 인천 강화도 지주일 것이다.
서울로 오는 기차 안에서 사이다를 먹었는데 처음이라 그 톡 쏘는 맛이 싫었다.
그 때가 1962년 말이었다.
그토록 지독한 시련을 가져다 준 4.19를 나는 지금도 증오한다.
4.19는 한반도를 두동강 내려는 공산국가를 포함한 국제 세력의 계략이라고 본다.
4.19 이후에는 이승만 정권의 '북진통일' 정책이 쇠퇴하였다.
4.19는 붉은 혁명이며 한반도에 불행을 가져다주는 거짓 의거다.
좌익들이 자기네가 불리하다고 혁명을 일으키는 짓거리는 너무도 흉칙한 죄악이다.
2000년도의 선거혁명도 그런 것이다.
군부가 4.19를 기념하는 것을 보면 사상이 좀 불그스레한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4.19가 없었다면 나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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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필자가 2023년 1월 17일에 올린 글이다.
필자의 바로 위 언니는 4.19 추종 세력에게 테러를 당하시고 7월 1일에 돌아가셨다.
필자에게는 4.19가 생명을 위협하는 현재진행형의 악마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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