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소부곡의 지역적 분포와 그 의미
긍정파 2010.09.17
향, 소, 부곡의 지역적 분포
고려시대 천민 집단으로는 흔히 알고 있는 향, 소, 부곡 이외에도 장, 처라는 것까지 다섯 종류가 있었다.
그 지역적 분포는 이렇다.
(부곡제 분포에 관한 기초적 정리; 박종기, <한국학논총> 85년 2월)
향, 부곡이 경상도에 많은 이유
향과 부곡은 경상도에 47%로 가장 많고 전라도가 25%로 그 다음을 잇고 있다.
그러나 소, 장, 처는 다르다.
소는 전라도에 43%로 가장 많고 장, 처는 경기도에 46%로 가장 많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파악하려면 향, 소, 부곡, 장, 처의 설치 시기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향, 소, 부곡의 설치에 관해 설명한 대표적 역사서는 <신증동국여지승람 제7권, 여주목>인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7권, 여주목; 이하 김경란의 논문 <고려시대 부곡제의 존재 양상>에서 인용)
향과 부곡은 신라가 설치한 것이고 소는 고려가 설치했다는 것이다.
(김경란, 같은 논문; 부곡제의 성립 시기에 관한 여러 역사학자들의 견해)
(김경란, 같은 논문)
향, 부곡은 신라가 만들었고 소, 장, 처는 고려가 설치했는데, 신라는 왜 향과 부곡을 경상도에 많이 두었을까?
신라는 통일전쟁의 승리로 많은 노예를 확보하게 된다.
고구려와 백제 유민들이 신라의 노예로 전락했으며 이 인력은 수도 부근에 배치하여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노동력이었다.
신라는 이런 목적으로 이들을 자국 영토로 끌고 와 격리하여 천민 집단을 만들었으니 이게 바로 향과 부곡이다.
그 주민은 그저 신라 신민을 위해 희생하는 노예일 뿐이었다.
신라가 굳이 향, 부곡을 원래 자국 땅에 많이 설치할 다른 이유는 없다.
향, 부곡은 전라도에도 25% 있다.
죄수 등 다른 천민도 살았겠으나 신라의 정복전쟁 과정에서 패배한 백제 유민 등의 집단 거주지가 바로 향, 부곡이었던 것이다.
소, 장, 처가 전라도에 많은 이유
그럼 소, 장, 처는 왜 전라도와 충청, 경기에 많은가.
왕건 이후 고려 정권이 후백제의 땅에 천민 집단을 집중 배치했기 때문이다.
왕건은 견훤이 경애왕을 죽인 점을 크게 비난했고 그 아들들이 패륜을 저질러 애비를 배신한 점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보았다.
한길사 발행의 <한국사> 중세편에는 왕건에 대해 이런 말이 나온다.
<그는 즉위하자마자 궁예가 전면 개정하였던 관계(官階)나 군읍(郡邑)의 명칭을 대부분 신라식으로 환원하였다.
또한 신라의 경애왕을 살해한 견훤을 극심하게 비난한 것에서도 그의 정책적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신라의 옛 신하였던 6두품들이 왕건에게 많은 협조를 했던 것이다>.
왕건은 신라식 제도를 그대로 차용하고 신라 지식인의 도움으로 국가를 건설하고 그들을 우대했지만 후백제의 무리는 매우 미워했다.
고려사절요 제3권, 현종 원문대왕(顯宗元文大王), 신해 2년(1011) 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임오일에 삼례역(參禮驛 전북 전주군(全州郡) 삼례면)에 이르니
전주절도사 조용겸(趙容謙)이 야인의 옷차림으로 임금의 행차를 맞이하였다.
박섬(朴暹)이 아뢰기를, “전주는 곧 옛 백제로서 성조께서도 미워하셨으니 주상께서는 행차하지 마소서." 하니,
왕이 옳다 여겨 바로 장곡역(長谷驛)에 이르러 유숙하였다>
옛 백제의 땅 전주를 미워했던 성조란 왕건을 의미한다. 왕건은 후백제의 무리를 배척했다.
그러나 경순왕을 극진히 대접하고 최승로 등 신라의 많은 지식인을 받아들였기에
신라계는 그대로 고려와 조선의 지배계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한국인의 지역감정>; 고흥화,1989년, 5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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