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人權委가 시민단체인가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적인 성명을 통해 이라크전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은 그 내용을 떠나서 우선 방법과 절차가 국가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벗어난 행동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전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정부는 이라크 파병을 결정해 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가 불쑥 정부 바깥에서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민단체적인 행동양식을 보이는 것과 다름없다.
국가인권위는 성명 발표의 근거로 ?위원회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관계기관 등에 대하여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3고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을 근거로 국가의 중요한 대외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권고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자 월권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국가인권위가 인류 보편의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서 이라크전을 바라보고 나름의 의견을 제시할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인권위가 정부기구인 한에는 정부 내에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나가는 것이 정부 조직 논리상의 순리다. 만약 청와대와 외교부·통일부 ·국방부 등이 제각각 부처 입장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와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나선다면 정부 꼴이 뭐가 되겠는가.
국가인권위의 성명은 국내외에서 반전 여론이 고조되고 이에 따라 우리 군의 파병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파병 결정 이후 국회와 국민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벌이지 않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엉거주춤하고 있는 사이 정부 내의 균열현상까지 생겼다는 점에서 국가인권위의 부적절한 처신에는 정부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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