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북부의 메마른 사막 지역, 투르카나 출신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는 마라토너의 꿈을 품고 2011년 10월 한국을 찾았습니다.
에루페는 2011년 5월 마라톤 공식 대회를 처음 뛰었고 2시간5분3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이 기록은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나온 최고 기록이었고 아직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선 2시간6분11초의 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2010년 케냐 엘도레트에서 육상 캠프를 운영하면서 에루페를 발굴한 오창석(53)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한국인 못지않은 성실함이 돋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에루페는 한국인으로 귀화하기를 원합니다. 자신의 꿈을 이뤄준 곳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과 스승인 오 교수의 성을 따서 ‘오주한(走·달릴 주+韓·한국 한)’이라는 한국 이름도 생각해 뒀습니다. 에루페는 “태극마크를 달고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과 세계 최고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에루페가 한국인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10년 넘게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마라톤에 전환점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긍정론과 “단기 성과만을 위해 외국 선수를 수입하는 건 곤란하다”는 비판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각종 국내 대회를 휩쓴다면 과연 국내에서 누가 마라톤을 하려고 하겠는가. 한국 마라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

면 1993년 보스턴마라톤 2위에 올랐던 김재룡(49) 한국전력 코치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육상에선 중동 국가들이 귀화 선수를 앞세워 47개 금메달 중 15개를 땄다. 우리도 귀화를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루페의 한국 귀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