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이 알제리에 대패했다.

4:2라는 수치보다 경기 내용면에서 더 그렇다.

무릇 세상일이 다 그렇듯 이기면 별 문제가 없으나, 지면 각종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 당연하고 인지상정이다.

특히 냄비로 표현되는 우리의 기질특성상 이런 현상은 더 심한 것이다.

우리가 월드컵 대표팀의 대 알제리전을 보고 분노하고, 실망이 큰 이유는 단순히 경기를 지고 이기고를 떠나서

이 한 경기에 우리 축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드러났기에 그런 것이다.

오늘 새벽의 알제리전은 흔히 한국사회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학연, 지연, 혈연에 무소신, 무능력까지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다.

월드컵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앞서 언급한 모든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감독 경험이 전무한 홍명보 감독은 첫 지휘봉을 잡고 출전한 올림픽에서 동메달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이것이 오히려 화가 된 것일까?

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탄력받은 그는 "ONE TEAM"이라는 스스로의 자기 암시도 부정하며, 자신이 정한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박주영을 선발하고, 자신이 키운 어린 애제자들을 대표팀으로 발탁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 새벽에 나온 것이다.

난 박주영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역량과 실력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더 큰 꿈과 기대를 안고 진출한 아스날에서도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돈을 주고 영입한 외국 선수를 그냥 썩히는 바보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그는 냉정하고 철저한 아스날의 전력외 대상이었다.

한창 기량과 화이팅이 넘쳐야 할 시기에 그는 아스날의 벤치멤버였을 뿐이고, 이로 인해 그의 기량은

그 자신도 모르게 점점 나락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난 이 부분은 정확하다고 확신한다.

만약 그 자신이 자신의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고 스스로 느꼈다면 설령 홍감독의 부름을 받았어도 자신이

먼저 대표팀 자리를 고사했어야 맞다.

그리고, 오랜 대표팀 생활로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을 홍감독도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무리하게 그를

발탁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난 바로 이 부분에서 앞서 언급한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하는 것이다.

하기야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익지 않은 초보 감독인 홍명보를 월드컵 감독이라는 중책을 덥썩

안겨버린 축구협회도 비난에서 자유롭진 않을 것이다.

박주영도 기량 향상을 위해 아스날에서 벤치멤버로 겉돌지 말고 주전으로 뛸수 있는 길을 찾았어야 했다.

홍명보도 미래의 감독 후보군으로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섣부른 결정으로 소중한

자산을 잃을까 걱정스럽다.

난 원래 월드컵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알제리전도 직접 본 것은 아니라 아침에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경기를 짐작할 뿐이다.

지금까지의 내 주장은 지극히 주관적인 분석이고, 주장일 뿐이다.

그러나, 만약 히딩크였다면 과연 이런 대표팀을 구성했을까란 의문이다.

자, 이제 물은 엎지러졌다.

남은 벨기에전에서 기적같은 결과를 기대하며, 남은 며칠동안 참고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