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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간 손학규 … FTA 국민투표까지 주장

민주당, 어깨띠 두르고 장외투쟁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저지를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역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절대 반대, 한·미 FTA 비준 저지’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반(反)FTA 전단을 나눠줬다. 이른바 ‘원내·외 병행투쟁’ 전략이다. 그는 5일에도 중구 명동에서 가두 선전활동을 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7시엔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한·미 FTA 반대 촛불집회에도 참석한다.

　손 대표는 전단을 나눠주던 중 기자들에게 ‘FTA 국민투표론’을 불쑥 꺼냈다. “ISD 등 한·미 FTA의 문제점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문제를 19대 총선을 통해 (국민에게) 묻든지 국민투표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고 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국민투표법 1조에 의하면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돼 있다”며 “한·미 FTA는 국가주권에 관한 문제인 만큼 당연히 국민투표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제조약은 국회 비준동의를 받는다는 건 헌법에 나온다”며 ＂FTA를 국민투표로 하자는 건 소송하면 기각도 아닌 각하(却下·형식상 요건이 안돼 내용 심리 없이 소송 종료)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1야당 대표가 자기 책임은 방기한 채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선동정치만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손 대표의 국민투표론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자고 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국민의 뜻보다 내년 총선에서 야권 통합을 해서 몇 석이라도 건져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속내가 들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여야 대치) 상황이 계속된다면 민주적 절차와 국회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한·미 FTA 절차를 밟아 나갈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명규 원내 수석부대표도 당 회의에서 “휴회 결의를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본회의를 언제든지 열 수 있다”며 “이 정도면 (설득)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 때 비준안을 (본회의에) 올리겠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한나라당에서 강행 처리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야당과 국민에 대한 협박”(김유정 원내대변인)이라고 반발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민투표론은) 비준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든지 아니면 총선에서 국민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FTA 강행 처리 여부를 놓고 긴장이 감돌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무뇌(無腦)정당’, ‘미국 2중대’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은) ‘까막눈’이 아니라 무뇌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이 “당시(열린우리당 시절)엔 ISD에 까막눈이었다”는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그의 공보관이었던 차명진 의원은 “손 대표가 계급정당인 민주노동당의 행동지침에 따라 FTA를 반대하고 있어 걱정된다”며 ‘민노당 2중대론’을 부채질했다. 한기호 정책위부의장은 “민주당과 민노당의 행태를 보면 1924년 중국 공산당 마오쩌둥(毛澤東)이 국공 합작으로 세력을 키워 그 숙주인 국민당을 무너뜨린 것 그대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미국 좋은 일만 시키는 FTA를 강행 처리하려는 한나라당은 ‘미국의 2중대’”라고 되받아쳤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우리나라는 숫자와 폭력이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보여 참 안타깝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