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정세균과 이회창
야당 얼굴들의 국민 지지도는 건국 이래 최저…
                           ‘친박계 2중대, 3중대’가 오늘의 야당 신세

 대한민국 건국 61년, 이토록 국민의 감동을 휘어잡지 못하는 무기력한 야당들이 있었을까? 그 배경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고 싶다. 강력한 대안(代案) 야당이 존재해야 집권세력의 독주를 막아 나라를 진보시킨다는 건 진리다. 헤겔의 어록. 정치란? 모순의 충돌 과정을 통해 고도의 체계가 등장하고, 그 체계도 새로운 모순을 배태해 더한 고도의 체계를 만들면서 더욱 진보하는 것, 소위 변증법-이성의 교지(狡智)라고 설명했다. 모순에 대한 설득력을 확보하는 대안 야당이 강력히 존재해야만 변증법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 그런데? 제1야당 민주당도, 자유선진당도 이명박 정권에 불만인 국민의 상상 세계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피안(彼岸)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민주당 당대표, 자유선진당 총재라는 야당 당수(黨首)들이 감동이 없고, 카리스마가 없기 때문. 대선후보 지지도 평가에서 박근혜 독주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적어도 그 다음 자리들은 야당 당수들이 차지해야 하는 것. 그러나?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당대표 정세균은 아예 여론조사에도 잡히지 않는 등외(等外)이고, 자유선진당 총재 이회창은 8명의 후보 중 꼴찌에서 두번째, 4.5%! 이런 야당 당수들이 무슨 수로 국민 지지를 이끌며 정권을 견제할 수 있을까. 지지도가 바닥인 당수들이 이끄는 야당에 무슨 힘이 생길까. 김영삼과 김대중은 그들의 야당 전성시대에 당연히 1위, 2위를 교대로 맡았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걸핏하면 장외투쟁, 의원직 사퇴. 이런 신물나는 민주화 투쟁 시절의 유성기만 틀어놓으니 국민 감동이 따를 리 없다. 그러다가 박근혜가 한 마디 하면 우르르 따라간다. ‘친박계 2중대, 3중대’가 오늘의 야당 신세. 미디어법 때도, 세종시 논란에서도 박근혜 입만 쳐다보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발목만 잡다가 또 박근혜 한 마디에 쭐레쭐레 따라갈 것이다. 이게 무슨 야당?
 
 야당 얼굴들의 국민 지지도가 이런 지경인데도 정작 당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고 체제가 유지되는 것 역시 기상천외한 현상. 지역주의 덕에 금배지만 문제 없으면 이상무. 한나라당의 야당 시절보다 더 한심한 상상력 부재·도전 정신 빈곤의 집단들! 국가적으로 보통 큰일이 아니다.
 
 [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