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싫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싫다. 싫어도 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다. 몸살 나도록 싫다. 노 대통령 하는 짓마다 그렇게 같잖고 혐오스러워 보일 수가 없다. 도대체가 진중한 맛도 없고 상대를 위압하는 무게도 없는 그런 경박한 자가 이 나라의 대통령 직함을 달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아닌 그런 꼬라지를 날마다 봐야 하는 자체가 자칭 '일등신문' 조선일보에겐 끔찍한 공포요 고문이다.
예전에 전두환 장군을 봤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자연스레 힘이 들어간 눈, 다부진 눈매, 굳게 다문 입술, 빛나는 이마, 웬만한 보스를 능가하는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전 장군을 대면하자마자 첫눈에 반해 "가장 잘 훈련·조직된 군부엘리트"니, "도덕성·성실성 높고 진취력 강"하고, "'사에 앞서 공…나보다 국가' 앞세"우는 사람이라든가 "이해관계 얽매이지 않고 남에게 주기 좋아하는 성격"이란 찬사를 신음처럼 내뱉었던 조선일보다.
그래서 그이가 군복을 벗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가 무섭게 오르가즘인지 내리가즘인지 알 수 없는 극한 희열에 들떠 "온 국민과 더불어 축하하며 그 전도에 영광이 있기를 희원해 마지 않는다"(사설, 새시대의 개막-전두환 장군의 대통령 당선에 제하여, 1980.8.28)고 떠벌이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아, 그리울 새라. "외유내강이랄까 자상하고 섬세하며 줏대가 있으나 인정미가 많아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는"('화기'로 안정 다진 제5공화국, 1982.3.2) 전두환 대통령님이시여....)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 아니올시다'다. 대통령에 취임한지 보름이 다 돼 가는데도 뭣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먼저 그 놈의 취임사부터 왕재수다. 그게 뭔가? 링컨이나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사 같은 "웅혼한 문장, 기품있는 은유, 현란한 수사"(만물상, 취임사, 2003.2.26) 따위는 아예 바라지도 않는다쳐도, 그래도 뭔가 멋드러진 표현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이건 아무리 뜯어봐도 평범과 치기의 테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서야 어디 고매한 조선일보 눈에 차기나 할까.
내용도 문제다. "부정부패를 반드시 없애겠다"고? 그렇게 큰소리 치고서 청와대 나갈 때 고개 숙이지 않는 인간들 못봤다. 노무현이라고 다를까?(조선만평, 2003.2.26, 우측그림)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그렇게 깨끗하게 살고 싶으면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중심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면 될 일이지, 왜 듣는 조선일보 껄끄럽게 사돈남말하고 그러시나?(사설, 對北·對美 정책 취임사의 다짐대로, 2003.2.26)
취임식에 참석한 4강 고위사절들을 상대한 소위 '취임식 외교'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초보'라지만, "미국에는 북핵문제에 유엔 등을 통한 ‘다자(多者)적 접근’에 동의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중국에는 유엔 안보리에서 ‘독자적 역할’을 주문하고, 러시아에는 ‘극동 유전 사업’을 북핵 해법으로 긍정검토할 듯한" 말을 하는 등 "'4강(强)4색(色)'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쩌자는 거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제사회에서 노 대통령의 ‘말(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정녕 몰라서 그러는 걸까?(사설, 새정부 외교 ‘초보 티’ 빨리 벗어야, 2003.2.27)
아무래도 노무현 대통령은 "한 입으로 두 말 해서는 안된다"는 '이부지자의 훈'(二父之子의 訓)부터 조선일보에게 배워야 할 모양이다. 부처가 중생을 설득하는 방편으로 인생유상을 주장하는 이에게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을 설하고, 인생무상을 탄하는 사람에게는 인생유상(人生有常)을 설했다는 건 부처에게나 통하는 얘기지, 일국의 대통령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그러다가 미국에게 찍히면 어쩔려고? 미국은 우리가 무조건 좇아야 할 '형님'이란 걸 아직도 모르나? 그렇게 세상 물정 모르고서야 어떻게 대통령노릇을 해 먹을까? 쯧쯧쯧.
노 대통령의 첫 내각에 대해선 그야말로 '파격'의 극치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코드'(code)가 잘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골라 쓰다니! '유유상종' 혹은 '초록은 동색'이라고, 끼리끼리만 해 먹자"는 거야 뭐야?(만물상, 코드, 2003.3.12) 노무현 대통령의 첫 내각이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작품이 나올 줄 알았더니 이건 뭐 "별다른 감동"도 없고, "'그 얼굴이 그 얼굴'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인물' 뿐"이잖은가.(조선데스크, 한국版 드림내각 꿈 꿨는데… , 2003.2.28)
조선일보의 불만은 끝이 없다. '검증된 인물'을 기용하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고 욕하고,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사람을 피하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쓴다고 욕하는 건 '이현령 비현령'의 극치라는 비판도 조선일보 귀엔 들리지 않는다. 중요한 건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에게 밉보였다는 것, 그리고 한번 밉보이면 끝까지 괴로움을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에게 확실히 인지시켜 주는 것 뿐.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거리"가 되는 조선일보의 가공할 논리마술을 감히 누가 이겨?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우리네 역사를 "정의는 패배했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고 무 자르듯 말하면 어쩌겠다는 거야? 제 혼자 정의파고 나머지는 다 기회주의자란 소린가? 그런 식의 "인위적인 편가르기"와 "자의적인 낙인 작업"은 "권력만능의 후진적인 발상이자 독선이 아닐 수 없"고 "그 피해는 몽땅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돼 있다. 꼭 그렇게 조선일보가 즐겨 사용하는 '딱지붙이기 전술'을 베껴 써 먹어야만 하나?(동서남북, 변방의 발상에서 벗어나라, 2003.3.5)
더 심각한 것은 그의 역사해석이다. "역사에 대한 기여의 잣대가 ‘민주화’하나일 수만은 없"고 "당대의 사회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것을 누가 어떻게 마련했는가 하는 다양한 척도에 의해 해석될 때 그 나라의 역사는 더욱 풍부해지고 국민통합 역시 그 토대 위에서 가능해지는 것"인데도 산업화의 기틀을 다져온 지난 50년의 역사를 '기회주의자의 득세'라고 단정지어 말하다니? 노 대통령이 "정의가 패배했던 적도 있고 기회주의가 득세하기도 했다”정도로만 이야기했어도 조선일보의 기분이 덜 나빴을 것이 아닌가.(사설, 대통령의 歷史해석은 신중해야, 2003.3.3)
"방송 없었으면 대통령 됐겠는가"고 말한 KBS창사 30주년 기념리셉션장에서의 발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신문들을 따돌리고,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방송하고만 놀아나겠다는 비뚫어진 '권언유착의 산 증거'에 다름 아니다. 자칭 '자유언론의 혼' 조선일보가 이런 망국의 사태를 어찌 그냥 눈뜨고 바라 볼 수만 있겠는가. 신문은 '가판'마저 구독금지시키면서, 방송을 "통치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려 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각성하라!" "각성하라!"(사설, ‘방송 없었으면 대통령 됐겠는가’, 2003.3.6)
조선일보는 노무현의 통치 밑에 있는 이 나라만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하다. 그렇잖아도 "방송의 영향으로 인해 전국민이 연예인화 되어 가고, 문화가 천박해졌다는 것이 그간의 지적"이었는데, 하물며 대통령의 입에서 "방송이 가자는 대로 갈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앞으로 "나라가 어찌될 것인가?" 나라를 생각하는 우국충정의 신문 조선일보의 감수성은 대통령의 '덕담' 한 마디에도 상처받을 정도로 여리고 예민하다. 그런 터에 노 대통령이 조선일보 창간 83주년은 외면하고 KBS 창사 30주년에만 참석했으니 기분이 오죽 꿀꿀하겠는가.
지난 3월 9일에 진행된 노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토론은 '노무현 표(標) 직접민주주의'의 천박함이 그대로 드러난 한 판이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만남을 제안한 노 대통령이야 "검찰 인사파동의 돌파구를 평검사들과의 직접토론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그리 했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렇게 해서 얻은 게 뭐가 있는가? 기껏해야 "시종 국민을 위태위태하고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나아가 "토론내용을 좇기보다는 이미 엎질러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를 먼저 걱정"하게만 만들지 않았는가?(사설, '대통령·검사 對話', 이 方式으론 안된다, 2003.3.10 ; 조선만평, 2003.3.10, 좌측 그림)
조선일보가 보기에 그것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갈등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 때 짊어져야 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과 국정운영의 부작용을 내다보는 사려(思慮)가 모자"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읺는다. "종국에는 대통령의 입에서 '모욕감을 느낀다'거나 '여러분 말 속에 비아냥이 들어있다'는 등의 직설적인 언사"까지 튀어나오고 말았으니 그래서야 대통령의 이미지는 또 뭐가 되는가? 노 대통령은 링컨처럼 "유머로 좌중을 진정시킨 후에 자신의 반대의견을 진지하게 제시"할 줄도 모르나? 하긴 바랄 사람에게 바래야지....(만물상, 대통령의 이미지, 2003.3.11)
이모양 조선일보에겐 노무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불만과 우려의 대상이다. 어쩌면 빛나는 이마 대신 주름 깊이 패인 일자 이마를 가진 노무현의 서민적인 생김새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조선일보는 곧 죽어도 품위 빼면 시체 아닌가. 하여 해 준 것도 없이 괜히 미운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참여정부에 대해 조선일보는 과감히 일전불사를 외친다. "조선일보는 야당지로 간다!"(짝짝짝)
그런데 갈 때 가더라도 마음보는 바르게 써야지. 취임한지 몇일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인사대란"이니 민심이 "흉흉"하다느니 동네방네 떠들어대면서 "5년 전에 이러다가 결국 ‘국정대란’을 맞았던 기억이 끔찍하다"(동서남북, 인사대란, 2003.3.12)고 나라의 운명을 볼모삼아 악담과 저주를 퍼붓으면 어쩌자는 거냐, 응? 응? 응? 조선일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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