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하자, 협상하자" - 넌더리난다
김동길 교수 2003.03.11 일전에 어떤 모임에 갔더니 민족주의가 무엇이냐 라는 주제를 놓고 여러사람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끝까지 앉아 있었지만 자리를 뜨게 되었을 때 민족주의가 무엇인지 더욱 분간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사람의 민족주의와 저 사람의 민족주의가 다르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 어떤 주제를 놓고 토의해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만일 1950년 6월24일, 6.25사변이 터지는 바로 그 전날, 사람들이 모여서 "민족주의는 남북을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로을 벌였다고 가정하자. 그 다음날 새벽에 38선 전역에서 인민군이 남침하였으니 그 토론은 매우 어리석고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느낄 것이 명백하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혹시 그런 어리석은 논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회담을 백번 해도, 협상을 천번 해도, 북의 인민공화국이 남의 대한민국을 적화통일 하려는 굳은 의지를 흔들 수는 없다고 믿는다.
내일 남북간에 또 하나의 6.25가 터진다면? 그런 각오로 살고 그 재앙의 날을 위해 우리는 죽을 결심을 다져야 할 것 아닌가.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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