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포퓰리즘이 흔드는 교장공모제 본래 취지"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가 교장자격증제를 폐지하고 교직경력 10년 이상의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게 하는 교장공모제 도입을 다시 강행할 움직임이라고 한다. 혁신위 산하 교원정책개선특위가 9일 찬성 10명, 반대 11명으로 부결시킨 혁신위의 교장공모제는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학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륜을 쌓은 유능한 인재의 영입을 위해 교장자격증에만 갇힌 교장직의 문호를 제한적 범위에서 넓힌다는 본래 취지를 흔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혁신위의 교장공모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교를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며,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 초래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교육부의 기본 입장에 공감한다. “60년 동안 유지돼온 현재의 교원승진제도를 완전히 뒤집고 교장을 공모해 뽑겠다는 것은 교단 장악을 위해 특정 세력에 교장 문호를 열어주려는 정치적 음모이자 학교마저 뒤엎겠다는 것”이라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주장의 취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전교조가 혁신위 추진 공모제에 기본적으로 동조하면서도 교장 선임에 평교사들의 영향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숨은 의도를 읽어내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선정·추천한 후보자 2명 중에서 교육감이 교장을 결정하도록 한 혁신위의 공모제 대신 교사들의 직접선거로 교장을 선출하는 ‘교장선출보직제’를 주장하며, 교장직에 응모할 수 있는 교직경력도 ‘10년 이상’이 아닌 ‘5년 이상’으로 낮추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자신들의 교장직 진출로 교단을 더 쉽게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의심받을 만하지 않은가.
교장공모제는 일부 특성화고 등에서 시행,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처럼 교장자격증이 없더라도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대학교수 등으로 경력을 쌓은 인사들이 학교 운영에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본래의 취지가 희석돼서는 안된다. 앞으로의 논의과정이 교육 포퓰리즘으로 빗나가지 않기 바란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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