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이 독도문제에 개입, 동해로 출동?"
독도 영토분쟁을 통해 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
독도영토분쟁을 둘러싼 한일 양국 교섭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충돌을 피하자는 미봉책이자 잠복책에 지나지 않는다. 독도문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일관계가 불편해지면 경우에 따라서는 해상에서 한일간 무력충돌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불길한 예감도 든다.
만일 독도문제가 한일간의 외교적 협상이 아닌 군사적 충돌로 확대된다면,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휴전선에 배치되어있는 육군을 빼 낼 것인가 아니면 동해안과 서해안에 배치되어있는 모든 해군병력을 독도 인근해역으로 총력 재배치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예비역 해병대원들을 모두 소집할 것인가?
현재 우리의 국방력은 지금 북한을 포함하여 대륙 국가들의 남진위협을 막는데 집중되어 있지, 해양 국가들의 북진을 차단하는데 구조화 되어 있지 않다.
더군다나 위협이 대륙과 해양 양쪽으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될 경우에는 어떻게 양면전쟁을 펼쳐야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된 전략도 부재한 상태이다. 아예 이런 최악의 상황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발생해서도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낙관적 ‘안보중독증’에 걸려있다고 해석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주변 국가들은 바로 우리 민족의 이런 상투적 안보습관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예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란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미신을 마치 확신’처럼 품고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강대국이 밀고 들어와 국토를 정복하면 그때서야 ‘당신들이 그럴 줄 몰랐다. 우리를 배신했다. 어떻게 당신들이 그럴 수 있느냐’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리관을 국가의 패권전략에 연결하여 저항한다. 그리고 항변 한다. 이 얼마나 통곡할 일인가?
이미 조선 500년 동안 우리는 이렇게 중국과의 조공관계를 맺어왔고, 통한의 시련을 겪어 왔다. 그러고도 또 일본으로부터 36년이란 통곡의 식민 지배를 겪었다.
통합 536년이란 세월을 준비 없이 맞은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21세기인 지금에 와서 일본과의 독도영토분쟁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536년의 세월로부터 아무런 역사적 암시를 못 받고 또 반복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다. 안보에 관한한 우리 민족은 주변 열강들에 당한 후, 차라리 나중에 통곡을 하더라도 준비를 하지 않는 민족인가? 아니면 주변정세에 눈이 어두워 오판의 역사를 지속해 나가는 나라인가?
이런 현실을 21세기인 오늘에 와서도 한일간 독도분쟁을 통해 발견한다.
앞으로 일본은 독도 영토분쟁을 단계적으로 그것도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지속화 시켜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분쟁의 강도도 지금보다는 몇 단계 더 높여나갈 것이다. 그래야만 그들이 바라는 독도영토분쟁을 국제 여론화시킬 수 있고, 잠들어있는 일본보수신세대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울 수 있으며, 한반도로 급습해 들어오는 대륙국가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중국과 패권경쟁에 돌입해있는 해양국가 일본으로서는 한반도가 대륙국가의 영향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일본이 독도영토분쟁을 초강경대응으로 밀고나가 우리 해군과 군사적 교전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떤 현실이 재현될까?
일본과 해상교전을 할 경우 우리는 일본 자위대를 물리 칠 수 있을까?
객관적 전력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일본은 GDP(국가총생산) 순위에서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이다. 우리나라는 13위이다. 2000년을 기준으로 군사비 지출 순위 역시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이다. 그 다음이 프랑스, 독일, 영국 순으로 이어지고,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이다. 군사력 순위를 보게 되면, 240만인 중국이 세계에서 군인숫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미국(130만) 그리고 북한, 러시아, 인도 이 세 나라가 모두 100만으로 같고, 우리나라가 65만으로 여섯 번째로 많다. 일본은 24만으로 대만과 비슷하다. 군사력을 머릿수로 따진다면 한국은 6위이고 일본, 대만은 13,14위정도 된다.
이를 조금 세분화 하여 육해공군으로 분류해 보면, 육군력은 미국이 1위이고 러시아가 2위 그리고 한국이 5위정도 된다. 일본은 육군이 주력 부대가 아니다.
그러나 공군력과 해군력을 비교해 보면, 일본은 세계 5위와 3위에 기록되어 있고, 한국은 공군력과 해군력 모두에서 7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한국은 대륙에 붙어 있어서인지 중국의 군사력 재편과 유사한 전력구조를 갖추고 있다. 두 나라는 모두 육군이 주력군이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력 구조는 해군과 공군 중심이다. 그런 일본의 군사력은 현재 중국과의 단독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단계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 일본이 중국과의 단독전쟁을 수행할 만큼 준비되어 있지는 않으며, 중일간의 전쟁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일본에 비해 육군전력이 강하지만, 육군은 일본 본토에 상륙하지 못하는 한 필요 없게 되고, 중국의 해군은 일본해협의 진입단계에서 일본 해군에 의해 궤멸상태가 될 것이란 것이 모리모토 사토시 노무라 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주장이다. 해군력에서 중국은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이의 없는 주장이다. 공군력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바다를 사이에 둔 섬나라 일본과의 전쟁에서 해. 공군력이 뒤처지고 육군이 우세하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소위 육군은 일본 본토를 상륙해야 그 기동력이 살아! 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독도영토분쟁을 놓고 일본과 해상전을 펼칠 경우 우리의 입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 결과는 측량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전쟁이 이순신시대의 활 쏘고 거북선 띄우는 그런 시대가 아니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본의 막강한 군사력 보유에도 불구하고, 일본 방위정책이 안고 있는 구조적 제약성 때문에 일본이 독도분쟁을 공격적인 전면전으로 확대해 나가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숨어 있다. 바로 미일신안보동맹체제이다. 미일신안보동맹조약에 근거해서 일본이 자국의 안보 울타리 역할을 맡고 있는 주일미군의 개입을 미국 측에 요청하게 되면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된다.
우리가 주시해야 할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함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칫 일본과의 독도영토분쟁문제로 인하여 우리와 군사동맹관계에 있는 미군과 군사적 충돌 관계에 빠질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과 군사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한미 양국이 이런 상황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지만, 한미안보동맹조약과 미일신안보동맹조약을 놓고 보면 이런 문제발생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가 구조적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일신안보동맹체제는 미일 합동군이 지구촌 끝까지 기동군화 해서 활동할 수 있는 반면, 한미군사안보동맹조약은 현실적으로 이런 기동적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묶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독도영토분쟁을 전면전으로 몰고 갈 수 없으며, 일본은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무력을 동원할 수 없다. 그러나 바로 이런 현실을 미국이 대체해 주고, 일본의 안보 공백을 주일미군이 채워 줄 수 있는 미일간의 방위조약이 있기 때문에 독도분쟁에 주일미군이 자동 개입할 수 있는 근거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단 일본이 단독무장화하여 전쟁을 수행 할 수 없는 현실을 보자.
그 이유는 이렇다. 바로 두 가지의 일본 방위정책이 갖는 원칙 때문에 그렇다.
첫째, 미군정의 절대적 통제 하에 1947년에 제정된 헌법이다.
둘째, 미국과의 군사동맹관계를 핵심적인 안보정책으로 삼고 있는 미일신안보조약이다. 위의 두 가지 일본의 안보정책은 일본 군사력 확장에 일정한 제약을 구조적으로 제도화시켜놓고 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일본의 헌법9조는 일본으로 하여금 전쟁포기와 전력보유금지를 규정해놓고 있다. 그래서 사실상 일본은 직접 공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군사력을 행사하고 동원하는데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다.
일본은 자신들이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하더라도 적에 대한 직접적 반격을 통해 적을 섬멸하기보다는 적이 더 이상 공격해 오지 못하도록 하는 즉, 적의 공격을 차단하고 배제하는 전수방위원칙(專守防衛原則)을 채택하고 있어서 헌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보통국가들의 전쟁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이 점은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독도해역에서 우리의 해군과 군사적 충돌을 빚을 경우, 전후 일본헌법이 갖는 군사력 사용에 대한 제약성 때문에 침몰되거나 나포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점이야말로 독도를 영토분쟁화 시키고자하는 일본 네오콘들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일본 자위대의 무능력함을 일본인들에게 보여주고, 일본함정이 우리 해군에 나포되어 끌려가거나 포격을 받고 침몰해가는 현장을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다고 생각해보자. 헌법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은 순식간에 일본열도를 휘감게 될 것 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공격적인 무력을 갖출 수 있고 경제력에 상응한 군사력을 구비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본 해상자위대는 방위적 기능에서 단숨에 공격적 기능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독도영토분쟁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의! 도에는 바로 일본의 보통국가화 지향을 위한 헌법개정에 대한 일본 내 여론조성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시킬 목적도 숨겨있음을 알아야 한다.
둘째,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과 유사한 일본의 비핵3원칙이다.
이 원칙은 일본의 핵무기 보유, 제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이 충분한 핵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핵무기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의 양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보해 놓고 있고, 북한의 핵개발 위협으로부터 위기의식을 느껴 핵 보유에 대한 강한 유혹을 가져도 결코 핵무장국가가 될 수 없는 것은 바로 비핵3원칙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사실상 핵무기를 탑재한 어떤 항공기와 함정도 일본의 영공과 영해에 진입할 수 없고 진입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셋째, 무기 및 무기기술의 금수(禁輸)에 의한 제약인 무기수출3원칙이다.
이 원칙은 국제분쟁 당사국이나 분쟁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무기 수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이 원칙은 유엔의 결의사항인데, 만일 일본이 유엔의 결의사항을 무시하고 일본 스스로가 분쟁당사국이 되어 자국이 개발한 무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이는 유엔이 결의한 무기수출3원칙을 어기는 것이 된다.
바로 이상의 3가지 일본의 군사정책을 제약하고 있는 안보원칙 때문에 일본은 독도해역의 수로탐사 강행과정에서 우리 해군과 군사적 충돌을 맞닥뜨린다 해도 무력을 전면전으로 확대 사용할 수 없는 구조적 제약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미-일간의 신안보동맹조약이다.
이 조약의 핵심내용은 미시적인 입장에서는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과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아태지역을 넘어서 지구적 규모의 협력에까지 초점이 맞춰져있는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냉전 상황에서의 공산주의 팽창을 막고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저지하는 제한적 의미에서의 미일동맹조약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은 양국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양국이 필요하다고 판달 할 경우, 한반도에서부터 지구촌 어디라도 함께 나가 위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동군화를 약속한 군사조약이다. 물론, 미-일 동맹군은 유사시 한반도 문제에까지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미 동맹군은 미-일 동맹군처럼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다. 유사시 일본열도에 비상 상륙하여 일본문제에 개입할 수가 없다.
미-일 동맹군은 북한 핵문제에서부터 불안정한 한반도 안보환경에까지 개입하여 관리할 수 있는 역할확대를 약속해놓고 있지만, 한-미동맹군은 군사적 이동이 묶여있다. 이 말은 즉, 독도해역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과 일본 측 배타적 경제수역의 중간수역에서 일본의 독도탐사선과 한국의 해양경찰선이 무력 충돌할 경우, 주일미군은 개정된 미-일 신방위조약에 의해 즉각 군사적 충돌지역으로 이동하여 일본을 방위할 수 있지만, 지금의 한-미 방위조약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역외이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역외지역에서의 군사적 동맹활동을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자력 방위력이 생성될 때까지는 그리고 주한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킬 의도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면, 국방개혁은 북한의 위협만을 저지하는 국방전략을 지금 당장 주변 모든 국가들로부터의 위협을 차단해야 ! 하는 방위전략으로 안보정책을 개편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육군중심의 군사력 편제에서 벗어나 해군과 공군력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국방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해야 한다. 한미일 삼각 안보 동맹체제를 강화시켜 일본의 영토분쟁화에 대한 미국의 억지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결국 관건은 한미동맹 파트너십을 위한 전략 대화를 자주 가져, 한국의 영토방위 차원에서라도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고려할 때, 우리 군이 미국의 세계전략 구상에 편승해야만 한국이 생존할 수 있다는 친미관도,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합승하면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되며 한국군은 미국의 용병이 된다는 반미적인 시각도 거부해야 한다. 한반도에 들이닥치는 불확실한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내기 위한 생존 전략차원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필요하다.
4대 강대국에 둘러 싸여 있는 우리의 현실은 외교가 실패하면 언제든지 주변국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다는 냉엄한 역사적 경험이 이번 독도문제를 통해 우리 앞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끝으로, 국방비를 줄여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자고 주장하는 조금 부족한 정치인들의 발언과 국제정세도 모르고 우리나라가 미중 사이에서 혹은 중일 사이에서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한심한 외교문맹들의 발언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외교적 무지가 극한점에 달해 있는 사람들에게 4천 7백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을 위임해도 될 것인지 하루하루가 불안스럽기만 하다.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
입력 : 2006.04.24 15:41 09' / 수정 : 2006.04.24 15:4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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