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입장을 뒤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된다.
북한 사람이 북한에 태어난 것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앞서도
말했듯이 사람을 사람 그 자체로 봐야 한다.
(본문중에서..)
다요기: 계속 질문 들어간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행에 성공한 탈북자들의
대부분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정착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진이씨의 경우 한국 사회에 정착
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어떤 것이었는가? 남한 사람과 말은 통하지만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최진이: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이
선행 되어야 한다. 탈북자들은 사회 체제의 문제가 있어서 스스로 비전을
세울 줄을 모르고 스스로의 내면 통제나 인식이 힘들다.
돈이나 주택 등에 대한 일방적 지원 보다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이다. 심리상담을 받으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대다수가 거부하게 되지만 이것은 인식부족에
의한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먼저 치유해 주어야 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원에서 지낼 때 "그 나이에 돈을 벌어야지
무슨 공부를 하겠다고 하느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중국에서의 자극 때문에 10년 정도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현실 앞에서 방황하게 된 것이다.
그 방황은 두 달 정도 지속 되었다. 마음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구인광고도
많이 뒤적였었는데, 결국 내 생각이 맞았다. 공부가 우선이다. 공부를
하자니 모으고 살지는 못한다. 하지만 낙담은 하지 않는다. 비전이
없을 때는 방황하게 되고 실패하게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다요기: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비전을 펼쳐내는 모습 정말
대단하다. 일전에 "북한 어린이들은 어떤 놀이를 할까"라는 책을 출판
하셨는데 북쪽어린이들의 놀이문화와 남쪽어린이들의 놀이문화
차이점은 어떤 것인가?
최진이: 그 책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는데.. ^^
북한아이들의 놀이는 주로 재래식 놀이다. 자치기, 공기놀이, 술래잡기
등등.. 그에 비해 남한 아이들의 놀이는 주로 컴퓨터 오락이 대부분이다.
단체가 하는 놀이와 혼자서 하는 놀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요기: 북의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것에 반해 남쪽어린이들이 오락실
피시방등에서 주로 혼자 노는 것에 대해 한 말씀 해 달라!
최진이: 혼자서 노는 아이들은 잘못된 대인관계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혼자 노는 행위는 인간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겠나?
학교를 왜 가는가? 공부와 점수 때문에 가는 건가? 학교를 가는 이유는
공부와 점수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를 배우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다요기: 혼자 놀아서 그런지 남한 사람들 중에는 같은 동포라도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교포들을 대하는 것과 중국교포(조선족)나 탈북자들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탈북자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최진이: 다른 건 원하지 않는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입장을
뒤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된다. 북한 사람이 북한에 태어난 것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앞서도 말했듯이 사람을 사람 그 자체로 봐야
한다.
다요기: 서로를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최근엔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가? 라디오나 티비, 심지어는 비디오도 사용하고 있는 걸로
안다.
최진이: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무관심한 반면,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그 때문에 중국의 친지나 일본교포 또는 외국 출장자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그 정보는 입에서 입을 통해 전파된다.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친지나 교포에게서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원한다. 모종의 댓가를
감수하면서도 외부의 정보를 원하는 것을 보면 개방이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사회가 통제사회이기는 하지만 그 통제가 통제 극복의 의지를 더 촉발
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요기: 머 북한에서야 고위층에 해당하는 문제겠지만, 최근에는 남북의
문화 교류가 빈번한데, 문화의 힘을 통해 남북한이 서로를 이해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방식의 문화 교류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최진이: 그렇다. 얼마 전 조용필 콘서트 이후에 북한 사회에 남한가요
열풍이 불었다. 비록 통제되어 있고 관람 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화적 인적 교류를 계속해야 한다.
다요기: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콘서트가 열리는 것도 모르고 있었을 텐데?
최진이: 물론 그렇다. ^^ 그 여파가 보이지는 않겠지만 교류를 통한 정보의
유통은 확실하고 빠르게 북한 주민들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다요기: 그래서 인지 김정일은 문화의 영향력을 아주 크게 보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작가로서 북한문단과 남한의문단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가? 북한의 문화, 예술의 수준도 평가 해 달라.
최진이: 그렇다. 김정일은 문화의 힘을 아주 크게 보고 있고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영화를 이용해 북한 사회를 주도하는 흐름을 만들기도 하고... 영화로
정치를 하는 것이다.
북한 문화가 찬양 문화라면 남한의 문화는 상업적 측면이 있다. 그래서
둘 다 본질이 어느 정도는 왜곡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남, 북한
영화계를 포함한 문화, 예술에 대한 비교는 금물이다.
북한 문화에는 통제사회 속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숨어있는 정신이 있다.
이것을 찾아내는 것은 아주 어렵다. 때문에 어떤 면에서 더 고차원적인
작품일 수도 있는것 아닌가?
다요기: 맞다. ^^ 통제를 극복하는 정신이 문화 아니겠나?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요덕스토리에 대한 소식을 듣고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공연을 보고 싶지 않은가?
최진이: 당연히 보고 싶다. 현재 논문 때문에 많이 바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다. 그리고 부족한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준 다요기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 남, 북한의 동포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날이
꼭 올 것이다. 그 때 함께 기뻐했으면 좋겠다.
(세 번 국경을 넘은 여자- 탈북 작가 최진이씨 인터뷰 끝.)
지금까지 세 살배기 어린 아들을 업고 국경을 넘어 자유사회의 품에 안겨온
탈북시인 최진이씨의 인터뷰 였다. 인터뷰 내내 아직도 우리가 북한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과 함께 새롭게 알게 되는 북한 내부의 모습
들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반면 안타까운 부분들도 많았다. 북한
동포들이 남한을 알기 원하는 만큼 한국 국민들도 그들을 알기 원한다면
통일까지는 몰라도 민족의 동질성은 빠른 시간 안에 회복 될 수 있을 것
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긴 인터뷰에 응해 주신 최진이님께
감사드린다.
다요기 최강인터뷰팀(www.dayog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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