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와 데이비드 어빙의 학문을 빙자한 사기극

30여권의 저서를 펴낸 영국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어빙이 오스트리아 법정에서 3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보도는 오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 사뭇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며 부럽기까지 하다.

데이비드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현장의 가해자, 수 많은 관련 문서, 증인들에 의해 그 참상이 세계에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부인한 혐의로 지난 해 11월 오스트리아 남부 슈티리아주에서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되 지난 20일 3년 징역형을 선고 받게된 것이다.

그는 1977년에 펴낸 ´히틀러의 전쟁´에서는 "히틀러가 1943년 후반까지 홀로코스트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고, 유대인 대량 학살을 명령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198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아우슈비츠 가스실의 존재도 부정했으며, 수백만명의 유태인이 나치에 의해 대량 학살당했다는 사실도 부인해왔다.

데이비드가 역사적 사실을 부인했다는 혐의로 그것도 본국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체포되어 기소되고 징역형에 처해졌다는 사실은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강정구 사건과 자연스레 비교가 된다. 얼치기 주사귀신들은 강정구의 발언은 학자적 발언이며 이를 처벌한다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며 강정구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강정구를 옹호하는 자들의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민주주의의 본 고장인 영국을 비록한 유럽국가들이 데이비드를 처벌한 것은 학자로서의 발언을 문제삼아 학문의 자유를 억압한 행위일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주체귀신 떨거지들은 무엇이라 항변할지 자못 궁금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는 역사를 훼손하는 행위이며, 역사란 말 그대로 어떤 사물이나 인물·조직 따위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자취를 기록한 것이므로 여기에 가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아무리 학자의 양심을 들먹이고 학문의 자유를 들먹여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은 과거에 실재했던 사건을 어떠한 목적하에 미화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학자로서 학문의 자유를 들먹이며 객관적인 사료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과거의 사실을 부인 내지는 미화하며 국체를 혼란케 하는 행위는 오히려 학자의 양심을 저버린 파렴치한 행위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국체를 수호해야 할 장관이라는 자까지 나서 국가의 정체성을 위태롭게 하는 발언을 일삼는 자를 두둔하기까지 하니 참담하다.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스위스 등 11개국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것을 범죄 행위로 간주하며, 오스트리아 형법에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범죄에 징역 1~10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6.25가 스탈린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이 일으킨 남침전쟁이며, 이 전쟁으로 수백만의 국민이 살육당했으니 홀로코스트와 진배없는 잔악행위로 규정하여 6.25는 북침전쟁이며 해방전쟁이라는 망언을 일삼는 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릴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망상에 젖어본다.

어용 학자들은 자신들의 학문적 가치관을 쉽게 내던진다. 데이비드 역시 재판에 앞서 기자들에게 자신은 홀로코스트 부인자가 아니라며 역사는 계속 자라는 나무로 1989년 이후 많은 자료를 접하고 나치가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광경인가.
어찌하여 데이비드만이 그 많은 홀로코스트 관련 자료를 뒤늦게 접하게 되었을까. 역사학자로서 역사적 사실에 관한 서적을 집필하며 관련 사건의 기록을 접하지 않았다는 행위는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며 이미 학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학자는 어떤 경우라도 학문적 양심을 견지堅持하여 오로지 진실만을 기록해야 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강정구 역시 학자적 양심을 저버린 사이비 학자요, 학문의 자유를 들먹이며 혹세무민하는 선무당이요, 학자로 위장한 조국과 민족을 배신한 변절자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