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Subject
보수진영 분열의 실상
보수단체 대연합을 내건 뉴-보수단체
지난 7월26일, 프레스센터에서 800명 정도의 애국인사들이 참석한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가 발족됐고, 초대 상임의장으로 김상철 변호사가 선임되어 수락연설을 한 모양이다. 임시의장인 이철승 선생께서 ‘정관’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그 정관은 누군가에 의해 이미 가필되었음이 뒤늦게 밝혀진 모양이다. 김상철 의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드디어 퇴장까지 하는 소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김상철 변호사는 의장으로 선출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의장직을 내놓으라는 내부반란(?)에 접했다는 소문이다. 보수진영을 대연합시켰다는 이 모임의 핵심인물들은 이철승-김상철-서정갑-김학원(자민련) 등이라 한다. 이들의 좌장이자 이 모임을 처음부터 주도한 인사는 이철승 선생이라 하고, 모임의 실무를 맡은 사람들은 서대령 측근들이라 한다. 무늬는 연합이었지만 저마다 개인적 목표가 앞서있기 때문에 첫날부터 참석자들이 눈을 찌푸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에는 우익세력이 대연합했다는 뉴스가 크게 떴다. 성금모집광고도 떴다. 이러한 사정을 알리 없는 국민들은 이 새로운 단체에 기대를 많이 거는 모양이다.
우후죽순 주도권 싸움
바로 그 다음날인 7.27. 서정갑 대령이 ‘국민행동본부장’과 ‘육해공군해병대대령연합회장’직을 내걸고 “국민행동본부‘가 불순세력들로부터 맥아더 동상을 지켜냈고, 불순세력들이 2개월간 내걸었던 적화통일 깃발을 빼앗았다며, 천원도 좋고 만원도 좋으니 성금을 내달라는 광고를 냈다. 이 광고문을 읽으면 맥아더 동상을 지켜낸 단체는 오직 국민행동본부 뿐이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과연 그랬는가?
또 바로 그 다음 날인, 7.29일, 조선일보에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광고문이 나갔다. 오는 8.15일 오후 3시, 광화문 면세점 앞에서 현 시국에 대해 국민이 해야 할 7가지 항목을 나열하여 순수한 국민계몽을 목적으로 하는 의견광고를 냈다. 그리고 광고문의 끝부분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여러분의 빗발치는 문의에 대한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운영사항보고입니다. 지난 6월9일 국민협의회 의장단 회의에 출석한 서정갑 전임위원장은 2004년7월1일부터 12월말까지 사이 은행통장과 증빙서류를 포함한 국민협의회 소유 문서를 6월15일까지 국민협의회에 인계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 눈에 띄는 또 한 가지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공동의장에 들어 있는 이철승이라는 이름이다.
다른 사람이 앞서가면 배 아픈 사람들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는 우익 보수 단체의 총 연합회이다. 운영위원장의 임기는 6개월, 지금까지의 운영위원장은 김상철-김경래-안응모-봉두완-서장갑-임광규 순으로 맡아왔다. 그런데 서정갑-이철승-김상철 등이 그 맥을 끊고 반핵반김은 이미 기력을 상실했으니 우리가 나서서 새로운 보수대연합단체를 따로 만들자 한 것이다. 내가 앞장설 때에는 기분이 좋지만 남이 앞장서는 모습은 보기 싫다는 심성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행위였다.
일단 임광규가 앞장서는 것을 못 봐주겠다 하여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냈다면 그 안에서는 또 어떠한 현상이 예비돼 있을까? 이철승 선생 역시 김상철 변호사가 뜨고 박수받는 모습을 오래 봐줄 수 있을까? 그 속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은 또 앞서가는 다른 사람의 모습에 박수를 치고 밀어줄 수 있을까?
도대체 이런 모임을 왜 만들었을까? 이 모임을 주도한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국민들에 그럴듯 하게 내보이려면 몇 몇 얼굴 간판이 필요하지만 그 얼굴들은 일시적으로만 빌리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일주일 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김상철 변호사, 이번의 의장임기는 얼마나 될까 하고 곁눈질 하는 인사들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경쟁사회에서 살아왔고, 나름대로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에 내가 앞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경쟁자 다섯 명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지면 그 모임은 오래 갈 수 없다. 여기에 바로 페어플레이가 중요한 것이다. 자기 식대로 하려면 혼자 해야 한다.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과 ‘자유수호국민운동’을 해보았던 필자는 ‘잘된다 싶으면 몰려드는 훼방꾼’들 때문에 자칭 애국자들에 학을 뗀 경험이 있어 오늘날까지 누구와도 합동하지 않고 혼자 일한다. 최근에는 욕심없는 동지들이 꽤 있지만 이들을 수용하기엔 우선 사무실이 비좁고 예산도 없다.
필자는 생색내지 않고 많은 일을 하는 자유시민연대와는 신뢰감 때문에 협력을 하지만 남의 공을 자기의 공으로 선전하고, 일은 조금 밖에 하지 못하면서도 과대선전 하는 사람들을 멀리한다.
특히 서정갑 대령에 마지막으로 주고 싶은 말
필자는 서정갑 대령이라는 존재에 대해 2002년 중반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그가 나타내 보이는 애국심이 마음에 들어 한동안 친한 전우가 됐었다. 개인적으로는 광주에 끌려갔을 때 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와 필자 사이를 잇는 유일한 통로는 애국이었고, 시대가 평안했다면 도저히 마주 칠 수 없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을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던 것처럼 필자 역시 그를 아꼈다.
그런데 왜 사람들 눈에 서로 싸우는 사람들쯤으로 비쳐졌는가?
지난해 12월, 그는 반핵반김국민회의 제5차 운영위원장 자리를 연장하려고 세 차례에 걸쳐 파행을 시도했다. 끝내는 반핵반김국민회의 광고문 말미에 늘 “아직도 서정갑은 통장을 인계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그야말로 개탄스러운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이 탈선을 보고도 침묵하는 사람이라면 정의감이 없거나, 공분이 없거나, 무임승차 마인드, 누군가가 나서 주겠지 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영혼으로는 우익운동의 일각을 담당한 자격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의 파행을 지적하는 일 나선 것이다.
이런 선택으로 인해 필자는 우익을 분열시킨 사람으로 매도되기도 했지만 그런 비난은 이미 각오했기 때문에 별로 마음쓰지 않는다. 다만 필자는 서정갑 개인을 위한 조언이라기보다는 우익사회를 보존하기 위해 서회장에게 부탁할 말이 있다.
1) 화장실에 가면 이런 글이 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통장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광고문이 반복돼 나가면 이는 서회장 개인에게도 참을 수 없는 모욕이지만 이는 애국시민 전체에 실망과 불신을 주고, 그래서 애국운동의 동기를 발아시키지 못한다.
2)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뭉쳐 각기의 기량에 맞는 애국운동을 하고 있다. 그들이 십시일반으로 이룩한 애국성과를 나의 성과로 선전하며 성금을 몰아달라고 하는 행위는 이들 애국단체들을 매우 허탈하게 만든다. 이는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3) 서회장의 명예는 벌써 반핵반김국민협의회 광고문이 나갈 때마다 훼손돼 왔다. 이런 상태에서 육해공군해병대대령연합회회장으로 광고를 내는 것은 대령들의 명예를 허무는 것임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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