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77248 스타들이 망치는 세상
글쓴이: gutssen 수정시간: 2005-05-27 08:11:56 조회: 78
매스 미디어의 총아인 스타. 그 스타들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들 보통사람들. 얼마나 됐을까. 스타들이 규정하는 삶을 따라 살고, 스타들이 만든 문화를 즐기며, 스타들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그들이 증오하는 대상을 증오하면서 산 지가 얼마나 됐을까?
그 기간을 더 길게 잡을 수도 있겠지만, 텔레비전의 보급을 [스타 시대의 효시]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대강 40년 남짓한 그리 길지도 그렇다고 짧다고도 할 수 없는 기간이다. 그 기간 동안 광속도로 전파되는 텔레비전 방송의 전파를 타고 대중 문화의 스타들도 우리들의 가정을 파고들었고 그리고는 이제 일상의 우리들의 의식까지 지배하고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요새 신문 방송은 신문 방송도 아니다." 전통적인 맥락에서 보면 (in the traditional context) 그렇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발로 뛰면서 땀을 흘리며 머리를 짜내어 우리들 독자 또는 이용자 (시청자들)에게 전해주는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 안이하다. 좀더 다른 말로 하면, "장사를 너무 쉽게 하려고" 한다. 그저 일반 대중의 스타 흥미를 채워주는 것으로 미디어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안다. 요새 신문 방송들이 하는 일이란 스타들의 일상을 이리 비틀고 저리 짜서 보여주는 것이 거의 전부다. 이승엽의 홈런 행진이 계속될 것인가? 김승우 김남주는 조성민 최진실 커플처럼 이내 갈라서지 않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알콩달콩 오래오래" 잘 살 것인가?
초강대국 미국 (Super Power America)에 진출하여 맹활약하고 있는 메이저 리거들은 물론 중요하다. 박찬호씨 박세리씨가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려웠을 때 (지금은 더 어렵다) 우리들의 맥박이 더 힘차게 뛰게 하고 맥빠진 팔 다리를 기운나게 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스타선수들의 맹활약이 우리들 보통사람들의 사기를 북돋워준 반면에는 그들의 부진과 때로 스캔들이 우리들의 일상을 짜증나게 하고 맥 빠지게 했던 점을 상기하게 된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이제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할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들의 삶이 너무 대중 스타들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더 직접적으로 말한다면, "스타 장사를 하는 (스타를 이용해 장사를 하는) 신문 방송등의 미디어 기업에 이용되고 농락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할 때라는 것이다.
스타들은 "우리들의 감성을 피곤하게 한다." 우리들의 오감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신문 지면과 방송 광고들은 스타 연예인들이 갖가지 상품을 갖가지 포즈와 요상한 언어로 광고한다. 눈만 뜨면 스타들의 광고 공세, 지하철을 타도 우리들의 시선을 온통 점령하는 건 스타들이다. 그들은 잠시도 우리들의 지친 감각을 쉬게 하지 않는다.
차승원은 진짜 [진라면]을 매일 먹기라도 하는 건가? 이영애는 [자이] 광고 내용을 보장할 수가 있나? 진양혜 부부는 정말 AIG 보험 광고를 신뢰하는가? AIG에 보험 계약을 했다가 약관대로의 보험금을 받지도 못한 계약자의 불만을 인터넷에서 나는 읽은 적이 있다.
도심의 전광판, 한강 차도의 진입로 높다랗게 스타들이 우리를 굽어본다. 어디어디의 쇼핑몰, 백화점, 아니 온라인 광고를 "점령하다시피하고 있는" 자는 전지현이다. 그녀는 길고 잘 빠진 두 다리를 육감적으로 쫙 벌린채 벌어진 입과 유혹하는 듯한 (아니 조롱하는 듯한) 눈길로 우리들 보통사람들의 시각과 의식을 강타하고 있다. (너희들은 내 밥이야!)
우리가 "스타 시대" (the era of stars)에 살다가 보니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리고 별별 거시기들이 다 "스타 행세를 하려고" 든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김 아무개 따위의 삼류 가수도 스타라고 할 수가 있나? 적어도 조용필씨 정도는 돼야 "스타 가수"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어쨌든 대중의 또는 대중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스타'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다가 보니 어쭈 "스타로 진짜 폼을 잡네". 뭐 임형주씨 같은 아름답고 고운 목소리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절절한 가사로 가슴을 뒤흔드는 창법으로 멋진 노래라도 부른 것도 아니고 술 마시고 취해서 사고 내고 뺑소니치고는 그 이튿날 나타나서는 어쭈? 기자회견이라는 걸 하네. (아무 딴따라나 기자회견 한다면 똥강아지처럼 카메라 들고 고개를 들이미는 스포츠신문사 방송사 기자라는 자들도 짜증나는 자들이다) 그 기자 회견 석상에서 눈물 몇 방울 섞어 연기하면서 "공인으로서 국민께 죄송..." 어쩌구 하네.
사실은 우리들이 "이 세상의 주인들"이 아닌가. 저들은 "노는 자들" (players)이 아닌가. 저들이 노는 모양을 보면서 우리는 즐겨야 맞지 않나? 뭐 그들을 본래의 어법을 따라 "딴따라"라고 생각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스타 세상"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스타 스포츠맨, 스타 연예인을 따라 이제는 정치도 이 시대의 스타판세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대중의 언어를 말하고, 대중 매체를 잘 이용하는 자 또는 대중 매체가 선호하는 타입의 정치인들이 스타 이상의 "스타 정치인"으로 정치 전면으로 부상한다.
스타의 시대에 걸맞는 "스타 정치인"이라면 단연 노무현대통령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가 없을 것이다. 화려한 말솜씨, 격렬한 제스처, 대중을 휘어잡는 감성 어법으로 그는 일찌감치 [5공청문회의 스타]로서 매스 미디어의 각광을 받았었다. 명명하기를 좋아하는 미디어에 의해서 똑같이 이름붙여지기는 했지만 [대쪽]은 우리의 정치판에서 사라지고 [5공청문회 스타]는 살아남아 지금 대한민국을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다.
스타는 그 어떤 의미에서든지 "빛을 발해야한다." 빛을 발한다는 것은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천에 우뚝한 나랏님 스타" (lone star)를 따라 빛나는 똘마니 별들, 잔챙이 별들이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우리들은 어느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토막난 손가락을 보고있을 뿐이다.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어 줄줄이 검찰청으로 향하는 자들을 보고있을 뿐이다. "내 아비는 만주군 경찰이 아니었다"면서 금테 안경너머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핏발선 눈들을 보고 있을 뿐이다. "내 아들은 미국시민이다,"라면서 그 아비와 자식이 국적이 다름을 자꾸자꾸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다른 많은 "우리들"도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우리 보통국민들도 이 시대의 스타들을 따라 "국민 기자 회견"이라도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에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나라가 있기나 한 것인가?
159555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