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매달 5000여만원을 들여 운영하고 있는 10개 특별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특위가 개최한 실제 회의는 평균 2차례도 되지 않아 세금만 축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가 16일 국민일보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답변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국제경기대회 지원특위 등 10개 특위에 지난 10월과 11월 약 1억4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국회 회의록을 보면 10개 특위가 같은 기간 개최한 회의는 특위별로 2∼3차례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첫 회의를 위원장과 간사 선임에 할애한 점을 감안하면, 특위 본래 목적과 관련된 회의는 대체로 1∼2차례만 개최됐다.

미래전략 및 과학기술특위는 지난 10월2일 위원장과 간사를 선출한 뒤 회의를 1차례도 열지 않았다. 그 사이 국회에서 타간 활동비는 1200만원이다. 위원장인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내 책임이 크다"면서도 "각 당 간사끼리 협의가 잘 안 됐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주 정식회의는 아니지만 전문가 간담회를 치렀고 19일과 23일 특위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위는 위원장조차 선출하지 않았다. 이름만 있는 특위다. 위원장으로 내정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기소 사실 등을 내세워 한나라당이 위원장 재추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특위는 지난 8월 여야간 원 구성 협상에서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위원장 자리를 늘려달라고 요구해 추가됐다.

이밖에 국제경기대회지원특위와 규제개혁특위, 남북관계발전특위도 회의를 사실상 1차례만 개최하고 활동비로 월 600만원씩을 챙겨갔다.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는 2차례 회의만 하고 3600만원을 받아 미국으로 해외 시찰을 다녀왔다. 2012년여수세계박람회지원특위, 기후변화대책특위,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 등도 2차례씩만 정부 부처 관계자를 불러 업무보고를 받았다. 국가균형발전 및 행정중심복합도시 대책특위가 가장 많은 4차례 회의를 열었다.

국회 특위 운영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는 애초부터 특위가 여야간 나눠먹기식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8월 원 구성 협상 때 10개 특위를 만들고 위원장 배분을 한나라당 4, 민주당 4, 선진창조모임 2로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한 중진 의원에게 배려 차원에서 특위 위원장직을 나눠줬다. 각 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종근 정진석 원유철 이인기 의원과 민주당 이석현 이용삼 강봉균 홍재형 의원 모두 3선 이상이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현 국회의 특위는 정치적 타협의 부산물로, 각 상임위의 소위 차원에서 충분히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면서 "실효성이 없다면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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