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KBS 방송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내용이 방영되었다.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취재하며 수십 수백 년 아니 천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방사능의 위험을 알리고 있다. 문제는, 25년 전 사고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결론지으면서 정작 교훈의 핵심은 말하고 있지 않다.

일본 북동부 지역의 원전사고는 인재라기보다는 천재에 가깝다. 설계 당시에 고진도의 지진이나 쓰나미에 대비한 설계가 미흡했다지만, 수백 년에 한번 있을 진도 9의 강진과 예상을 벗어난 쓰나미의 파고를 모두 예측하면서 대비하기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땅과 하늘을 원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원전 사고의 원조로 알려진 소련의 체르노빌과 미국의 쓰리마일 원전 사고는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순수한 인재였음을 알 수 있다.

한 보고서에 관한 글은 두 원전 사고 모두 야간 교대 조 즉 night shift 근무 요원들이 생체 리듬을 극복하지 못하고 저지른 실수로 인한 사고라 말하고 있고, 다른 보고서에 관한 글은 간단명료하게 수면부족이 공통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의 세 가지 원전 사고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주변의 판 구조상 일본처럼 대형 지진이 빈도 있게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좀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은 사람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에 대해 먼저 대책을 세워는 일이다.

우리의 혼한 상식은 누구나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당연시 하지만, 야간 교대 조처럼 수면 사이클이 깨지고 피로가 누적되며 졸음 등으로 신체의 기능과 판단이 약화될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은 여지없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의 중요 시설 또는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형 교통수단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 혹시라도 야간 교대 조 같은 근무 요원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리와 배려를 해야만 실수로 인한 엄청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 가장 한심한 현상은 일에 치이는 직원은 죽어라 수개월이라도 야근을 계속하며, 어떤 직원은 한가하게 여유부리며 빈둥거리는 꼴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은 최소한 조직의 과장급 쯤 되는 사람이면 감각을 가지고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장이 돼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 잡고, 불균형에서 올 수 있는 직원의 불만, 사고의 위험을 잘 예방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조직문화는 이러한 섬세하고 중요한 부분에서 아무런 감각이 없고 장을 달고 있는 자들은 아무 책임의식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러한 섬세한 인적 관리와 철저한 배려에 관한 교육 강화가 수많은 사고와 재난을 예방하며, 조직원들의 불만 또한 잠재울 수 있는 당장의 대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