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에 와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깨닫게 된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대한민국 자동차입니다. 돌이켜보니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한동안 이곳에서 가는 곳마다 정말 한국車가 몇 대나 굴러다니나 세어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길에서 한두 대 만나면 속으로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오버」를 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한국 자동차를 만나는 게 결코 신기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대수만 많아진 것이 아니라 한국차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는 점은 정말 고무적입니다.
이제 한국차는 더 이상 싸구려 자동차가 아닙니다. 그저 싼맛에 한국차를 샀던 시절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같은 값이면 한국차를 구입하는 실속파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길을 지나다 보면 한국차를 두 대씩 소유하고 있는 가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대개 두 대 중에 한 대는 조금 구형이고, 나머지 한 대는 신형인 경우입니다. 한국차를 두 대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처음(6~7년 전)엔 혹시나 했지만 막상 한국차를 몰아 보니 몇 년 지나도 끄떡없고, 무상 보증기간 10년에 디자인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또 한국차를 사게 되었다』
6~7년 전에는 한국차를 살 이유(싼 가격)가 확실히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차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굳이 모 기업의 전문적 통계가 아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지역신문 광고면을 펴 봐도 한국차가 호기심이 아닌 현실로 존재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H社의 E시리즈, S시리즈, K社의 4W(4륜구동) 자동차 등은 과거 일본차와 미국차로 양분되던 미국 자동차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듯 보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H社의 S시리즈와 K社의 4W 자동차는 이곳에서도 결코 싼 가격에 팔리는 모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과거와 달리 高價의 한국차를 사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은 이제 한국차가 가격으로만 평가되지 않고 하나의 독립적인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려 주는 하나의 증거일 것입니다.
「자동차의 메카」라는 北美에서 「실속 있는 차」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대한민국 자동차. 예전처럼 일일이 세어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습니다만, 이국생활의 고단함을 잊게 할 만큼 나에겐 자동차 이상의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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