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건대 패배자의 행태 중에 하나는 스스로 자신의 승리 요인을 제거하는 사전항복 태도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전항복을 지향하는 이는 빨갱이요, 이러한 사전항복 조류에 휩쓸려가는 자들이 정치인이요, 이러한 사전항복 조류에 편승하는 게 검.경이요, 이를 대세로 부각시켜 망조로 유도하는 게 언론이라면, 이는 참으로 암담한 실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경찰이 주말에 맞춰 ‘국정원 여직원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발표하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단 하루 만에 검찰이 ‘30명의 특별수사팀’을 만들어서 “국정원을 압수수색까지 하겠다”며 날뛰고, 신임 국정원장도 ‘아픔이 있더라도 정리할 건 정리하고 가야 한다’며 원세훈 국정원장의 처벌에 부역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여당 관계자도 ‘(원세훈 원장의) 범법 혐의가 있다면 검찰에 수사 의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론에 떠벌이니, 이에 언론들도 ‘국정원 죽이기 기사’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현상을 보면, 김대중-노무현 시절 좌익사범의 사면에 대하여 무덤덤했던 태도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과잉관심과 망국적 요소를 탐색하려는 열정이 넘치고 있다.

종북세력에게는 억울한 피해자가 없어야 된다는 잣대를 들이대며 갖가지 밋밋한 구실로 애매하게 처신하던 이들 공안기관과 언론들이 애국적 방첩활동에만 이렇게 온갖 첨예한 기준들을 제시한다는 게 슬픈 일이다.

아니 국정원 여직원이 4대강 사업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찬양한 것을 두고 정치적 행위니 뭐니 하며 몰아세우는 데 비하여, 아파치 헬기 도입을 반대하고, 우리민족끼리 명단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연막 치는 작태에는 사회현상이나 표현의 자유에 입각하여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도 필요 없고, 법도 필요 없고, 오직 폭력에 의한 권위만이 지금 당장 필요한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청문회를 통하여 북괴와 좌익에게 비호감 세력이었던 이동흡과 김병관이 거세당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그렇게 종북타도를 외치면서도 청문회를 통과한 남재준 국정원장의 ‘원세훈 처벌’ 발언을 보면, 이미 그도 저들에 의하여 조종되는 하수인처럼 여겨지는 것은 왠만한 사람들은 냄새를 맡았을 거라고 본다.

국민정신건강을 피폐하게 이러한 모순 속에 일일이 누구 탓을 거명하기엔 직접적인 범인에 해당하는 좌익의 숫자가 너무 많다.

그래서 근본적인 해결의 열쇠를 쥔 사람을 지목하여 자학적으로 비난하자면, 이는 기본적인 권위조차 못 세우는 박근혜의 무능 탓이라고 밖에 욕 할 데가 없다.

얼마나 주변정리와 위엄을 제대로 못 세웠으면, 고 육영수 여사의 모형 앞에 공개적으로 fuck-yu 모션을 취하며 모독해대던 낸시랭의 저속한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처벌이 없나? 노무현 무덤에 인분 뿌린 분은 처벌되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김대중-노무현 때 애국동지들이 공식적으로 해도 공권력으로 막지 않던 대북전단 살포를 이번 4월15일에 비공식적으로 살포하려던 것을 경찰이 미행하여 총기로 위협하며 장비를 압수했다고 하는데, 이건 아예 청와대보다는 김정은 눈치 보는 경찰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청와대가 김정은에게 굽혀 들어가는 입장을 미리 읽고 경찰이 스스로 내린 판단이란 말인가. 이런 건 정치적 행위 아닌가.

학교폭력도 제대로 처벌 못해 피해자가 전학 다니게 만드는 겁쟁이 공권력이 오로지 애국우파적 행보에만 그리도 추상같이 예리하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좌파정권 때도 하지 않았던 비열한 작태로 하나씩 박근혜의 지지기반과 재야저변을 무너뜨리며 옥죄어가는 데도 오늘도 이놈의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웃기는 말장난 미친 탓인지, 대북문제보다 경제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라면서 아예 종북세력 척결이라는 근본문제는 똥간에 빠뜨려 버린 지 오래인 것 같다.

그렇게 똥냄새 맡기 싫어서 종북세력의 발호에 대하여는 손사래 치다보니 아예 저들의 손에서 저들의 입맛대로 놀아나도 전혀 모르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알아도 손에 피 묻히기 두려워 외면하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그래서 필자는 남들이 또라이 취급하는 소릴 들어도 전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발원하는 것이다.

종북세력척결이라는 근본적 내부문제를 취급할 계기가 생겨나라고.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