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3월 18일 일단의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부산 미문화원을 기습공격, 불을 질렀다. 이들은 절단기로 철문을 끊고 침입, 복도에 휘발유를 끼얹고 솜방망이에 불을 붙여 던졌다. 이들의 방화로 미문화원은 전소했다. 도서관에 있던 동아대 장덕술이 애꿎게 죽고, 김미숙 등 3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80년대 이후 한국정치사에서 '반미주의'의 기폭제가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문부식 최인순 김은숙 등 주동 대학생들은 광주사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며 이런 짓을 저질렀다. 이를 기화로 미국문화원과 대사관이 이른바 '운동권'의 주된 기습목표가 되었다. 대학가에서는 분신자살이 연이어 일어어났다.
김현장 씨는 광주사태 관련자로 수배중 이 사건 주모자인 문부식과 김은숙에게 의식화교육을 시키코 배후조종을 한 혐의로 체포되어 1983년 대법원에서 문부식과 함께 사형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때의 대법관이 이회창이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관련자 허진수 김화석의 변호인으로 활동함으로써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되었다.
1950년생인 김현장씨는 전남 강진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6.25사변으로 집 안이 몰락하면서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연탄장사, 맥주홀 종업원-색소폰연주자, 공사장 인부, 탄광 광부 생활을 하면서 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78년 조선대를 졸업하고 학창시절부터 <대화> <뿌리갚은나무> 등의 잡지에 글을 썼다.
대법원 확정 판결뒤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고 복역하다 김영상 정권이 등장하면서 특별사면을 받고 출옥했다. 이 편지의 수신인인 강종헌은 그가 복역중 만난 재일교포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관련자다.
강종헌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8번을 받아 당내분으로 비례당선자들이 모두 사퇴하게 되면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다.
최근 안철수 교수의 부친은 안교수가 “대한민국에 빨갱이가 어디 있냐?”라고 말했다고 했다. 안교수가 IT업계에는 정통한 듯해도 진실과 거짓, 정의와 불의, 사실과 선동, 선의와 꼼수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살벌한 현실 정치세계에는 문외한인인 것으로 보인다. 안교수가 정치에 입문할 뜻을 아직도 품고 있다면, 김현장의 이 편지는 그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한국 현대 정치사사의 깨진 유리날 처럼 날 선 아픔과 이면세계를 폭로하고 있다.
<조갑제닷컴>이 게재한 김현장의 편지를 전재한다. [편집자 주]
못 잊을 나의 친구 종헌에게
종헌아! 나 현장이, 김현장.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대전 중촌동 형무소에서 또 대구 화원형무소의 바로 옆방에서 눈만 뜨면 함께 생활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복받친다.
며칠 전 모 신문에서 너의 이름 석 자를 발견하고는 내 눈을 의심하고 헛된 글자라도 보았나 싶어 몇 번이고 확인을 하였다. 역시 나의 친구 강종헌이더구나.
꿈에도 잊어본 적이 없는 너의 이름 석 자가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까지 한 착잡한 심정이 되어 내 친구 강종헌이가 아니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그 기사를 읽고 또 읽었건만 네가 분명하기에 나는 그만 서재에서 혼자 30분 이상을 울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종헌이 너에게 편지 형식으로 나의 진솔 된 友情(우정)을 전하기로 하였다.
종헌아! 너와 내가 30대 초에 지옥 같은 감옥에서 만나고 감옥에서의 우정을 끝으로 헤어졌다가 이제 환갑이 넘은 지금 다시 이런 식으로 상봉을 하게 되다니,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이란 말이냐? 돌이켜 생각하니 그때의 인연이 주마등처럼 스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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