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생존과 미래
이 회 창
1. 머릿말
우리나라의 생존과 미래를 여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동맹과 개방이다. 쉬운 말로 나라 밖에는 친
구가 있어야 하고 나라 안은 열려있어야 한다. 현대의 국제사회에서는 어느 국가도 홀로 생존할 수 없고 또 열려
있지 않고는 부강해질 수 없다.
나라 밖에서 친구를 얻는 길은 바로 동맹이고, 나라 안을 부강하게 만드는 길은 개방이다. 그러므로 동맹과 개
방이 바로 우리의 기본적인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동맹에 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그 예가 드물 만큼 세계 강대국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나라이다. 그래서 지정학적으로 한국
은 고래들 사이에 낀 새우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열강에 포위된 작은 나라가 생존하는 길은 신뢰할 수 있는 주(主)동맹국을 갖고 기타 주변국과의 우
호협력관계를 능숙하게 관리 유지할 수 있는 외교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1세기전 구한말 당시의 치욕과 통한의 역사를 떠올릴 때마다 모멸감과 분노가 가슴에 치밀어 오름을 느낀
다.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의 세력확장 시대에 빈한한 약소국이었던 조선은 주변을 둘러싼 청∙일∙러 등 강국들의 세력다툼과 영토쟁탈의 표적이고 먹이감이었다.
마침내 일본에 병합되어 대한제국은 멸망하고 세계지도에서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당시 조정과 위정자들을 매
도하지만 이들이 청∙일∙러 등 포식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친 처절한 역사의 기록을 외면할 것이 아니
라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당시 고종(高宗)과 조정은 주변열강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미국과의 연대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미국
에 특사를 파견하여 유사시에 미국의 외교적∙군사적 거중조정역을 간청하는 한편, 미국인에게 국내의 금광채굴권
과 철도부설권도 부여하는 등 파격적인 우대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은 빈한한 조선이 별로 이용가치가 없다고 보고 연대요구를 거절한 후 오히려 테프트-카쓰라(Taft-
桂)밀약으로 일본의 조선병합을 용인해주고 말았던 것이다.
역사에 「만일에(if)」라는 가정은 있을 수 없다지만 만일에 당시 조선이 그토록 소망했던 미국과의 동맹이 성
사되어 미국이 조선을 돕고자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도 역사는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오늘의 상황은 물론 그 당시와는 다르다. 이제 한국은 당시 미국이 동맹을 거부했을 만
큼 가난한 나라가 아니며 세계10위권 대에 드는 경제 강국이 되었다.
또한 당시 그토록 소망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미국과의 동맹을 맺고 있고 이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 전쟁위협
을 막고 한국이 6.25전쟁의 폐허와 혼란에서 다시 일어나 오늘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역사의 바퀴는 여기서 멈추지 않으며 다시 우리는 역사의 전환기에 와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경상
수지도 적자로 돌아섰으며 설비투자율도 연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
인 투자가 대거 이탈하는 일시적이 아닌 현상이 나타난다는 보도도 있었다.
모건 스탠리사의 경제 분석가가 “한국이 성장잠재력을 올리는 데 실패한다면 중국의 일개 변방이 되거나 필리
핀과 같은 빈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충격적이다.
한편 한미동맹 관계도 나빠지고 있다. 한미정부당국자들은 한미동맹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사이는 동해바다만큼이나 벌어졌다는 뉴욕타임즈의 표현이 그 실상을 실감케한다.
여기에다가 지난 10.9 북한이 핵실험까지 단행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정세는 극도의 긴장상황으
로 빠져 앞으로의 사태진전에 따라서는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사태가 올 수도 있다.
다시 우리는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의 신세가 될 수는 결코 없다. 우리는 지정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한국이 생존하고 세계 속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2. 북한사태와 한미동맹
북한은 지난 10.9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 보도를 접하고 내가 느낀 것은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것이
다. 이것은 김대중전대통령이 추진하고 노무현대통령이 계승한 햇볕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실증하는 것이며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이 파탄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나는 야당총재 시절 대북포용정책은 긴장완화를 위한 북한의 자유화, 개방화 조치를 상호조건으로 내걸어야 하
고 특히 핵개발 의혹을 반드시 해소시켜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김대중정권은 마이동풍 격으로 북에 대해
일방적인 퍼주기식 지원을 계속했다.
뒤를 이은 노무현대통령도 이를 계승하여 일방적인 지원을 계속하면서 북의 핵보유선언 후에도 “북의 핵개발
은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거나 “북한에 대해 조건 없이 지원할 것이고 북한 핵문제는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다”는 등 듣기에 따라서는 북한의 핵개발을 묵인하는 듯 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제 김대중전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은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된 데 대해 역사와 국민 앞에 무엇이라고 변명할 것
인가? 어떠한 변명보다도 그들이 앞장서서 북핵폐기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김대중전대통령은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가 제대로 발전해왔고 성과도 있었으며 현재의 북핵위기
는 북미대화를 기피한 미국의 책임이라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
햇볕정책이 무엇인가? 김전대통령이 내건 햇볕정책은 단순히 북한을 도와주어 잘살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도
와주어서 북한을 변화시키자는 것 즉 긴장완화로 전쟁위협을 없애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김전대통령 자신이 한
말이다.
그런데 북한을 도와주어 남북관계가 겉으로는 좀 원활해졌다고 해도 실제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전쟁위협이
더 커졌다면 햇볕정책이 목표한 변화는 없고 오히려 긴장상태가 악화된 것이다. 어떻게 햇볕정책이 성과가 있었
다고 말할 수 있는가?
북핵위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기에 앞서 햇볕정책은 실패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북핵위기의 책임자를 따진다면 그 누구보다도 핵을 만든 장본인인 김정일이다. 그 김정일에게 돈을 갖다
준 김전대통령이 미국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해괴한 논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남북관계와 한반도사태의 유례없는 중대한 전환의 순간에 와 있다. 북이 핵무기를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강력한 무기 하나를 더 갖는다는 정도가 아니라 북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세력균형과 지역안정을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된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그 태풍의 눈 바로 옆에서 태풍의 직격탄을 맞을 형국이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과 이와 관련된 정치∙경
제∙사회의 각 분야에 걸친 정책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대북구도를 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첫째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부는 물론 여․야할 것 없이 국민 모두가 단합하여 한 목소리로 북에 대해
핵무기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의 북핵위기는 6.25 이후 우리에게 닥친 제2의 한반도 위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와 후손의 생존
에 관한 문제이므로 대한민국에서 삶을 이어받은 국민이라면 여∙야나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일체의 대북지원과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 특히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도 관련업체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핵개발에 직접 사용될 수 있는 현금이 제공되는 만큼 일단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우리의 북핵폐기에 대한 단호한 메세지를 북에 전달해야 한다.
다음에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에 동참하고 적극 협력함으로써 핵폐기 압박을 강화해
야 한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도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주 동맹국인 미국과의 빈틈없는 공조와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이 가중되는 등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여기에서 살아남는 길
은 중국과 한국의 도움을 받는 길일 것이다. 작년에 북한의 대외거래액의 65%를 한∙중이 차지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민족공조와 동족애 등을 내세우고 친북좌파들을 동원하여 한국의 계속지원을 강요할 것이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면 한국은 끝장이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 노무현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결단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북핵실험 보도 직후에는 북핵실험을 비난하고 대북 포용정책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더
니 그 후 슬그머니 태도가 바뀌고 있고, 정부와 여권에서도 포용정책의 재검토는 필요없고 금강산관광사업과 개
성공단사업도 지속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참으로 중대한 문제이다. 이렇게 해서는 핵문제 해결은 커녕
심각한 국론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한미동맹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만일 정부가 대북 핵포기 압박에서 후퇴하여 종전과 같은 지원∙협력을 재개할 경우 국민은 손 놓고 보고 만 있
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의 세금이 북한의 핵개발에 이용되는 현실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안
전을 경시하고 눈앞에 닥친 재앙을 외면하는 정권에 대하여는 국민저항권(國民抵抗權)의 발동도 고려해야 한다.
이 정권에 대한 일대 시민불복종운동으로 대북지원∙협력과 관련된 정부조치에 불복종하고 저항하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북핵폐기에 실패할 경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반도는 재앙의 늪에 빠지게 될 뿐
아니라, 북핵을 폐기케 하는 것이 북한이 불량핵국가가 됨으로서 더욱 비참해질 북한의 주민을 구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당면한 상황에 대처해야 할 조치들을 살펴보았는데, 앞으로 진전될 상황에 대해서는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첫째 경우는 국제사회의 북핵폐기 압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북핵문제는 핵무기와 핵물질을 북한영역 밖으로 이전∙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선에서 봉합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는 본격적으로 재앙의 시대가 도래한 것을 뜻한다.
지금의 북핵 수준이 초보적 단계라고 할지라도 그들은 몇 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발할 것
이다. 미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15kt급 핵폭탄 1개만 서울에 투하해도 서울의 절반과 인근 수도권 지역이 광범위하게 파괴되어 60만 내지 120만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핵폭탄의 위력 때문에 한국은 북한 핵의 볼모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리하여 한국은 지금까지 이상
으로 북의 눈치를 보고 무리한 요구에도 굴복하고 타협하는 굴종관계로 전락할 것이다.
또한 국내 안보상황의 악화로 외국자금과 국내자금이 빠져나가고 기업의욕이 위축되는 등 우리 경제안정의 기
초가 무너지는 심각한 사태도 올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북의 핵보유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핵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
히 일본은 3개월 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 플루토늄과 기술을 가진 핵잠재력 국가이고 이미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 핵무기개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핵강국인 고래들 사이에 낀 새우의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우리는 어
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국의 핵우산을 북핵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배치하고 한미연합방위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이런 의미
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중심으로 한 한미연합방위체제는 해체할 것이 아니라 계속 유지해야 한다.
한미정부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전시작전통제권 이양과 연합사해체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특히 노무현대통
령은 허황된 자주론에 집착하여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만일 현재의 한미정부가 전작권이양과 연합사해체를 강행하여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일본 등의 핵군비경쟁 조
짐이 나타날 경우 차기정권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핵무기개발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나는 누구보다도 한국의 핵보유를 강하게 반대해 온 사람이다. 하지만 인접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군림하고
동북아에서 핵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데 핵우산을 가진 주 동맹국인 미국과의 동맹이 약화된다면, 우리 스스로
핵능력을 갖춰 인접 핵국가들을 억제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지 않는가.
핵무기는 아니라도 최소한 이를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이
러한 핵잠재력 만으로는 북핵에 대항할 수 있는 억제력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진심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2) 둘째의 경우는 북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끝내는 북의 체제변화나 붕괴같은 급변사태로 이어
지는 경우이다.
참으로 엄청난 동요와 파동이 한반도 전역을 넘어 그 주변에 까지 요동칠 것이다. 이 때 미국을 포함한 4강의
움직임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북 체제를 유지시켜온 젖줄은 중국과의 조중동맹(朝中
同盟)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중국은 적극 개입할 것이고 러시아∙일본도 개입의 빌미를 찾을 것이
다.
하나의 그림은 중국이 주도하여 전략적 동반자관계인 미국의 동의와 일∙러 등의 양해 하에 비핵원칙은 지키되
중국식 개방정책을 추진할 대체정권을 세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의 그림은 중국의 주도를 거부하고 주변4강이 북
한지역에 대한 집단적 관리를 시도하는 것이다 (8.15 해방 후 연합국은 한반도에 대한 신탁통치를 고려한 일이 있고 한국민의 강한 반발을 샀다).
어느 경우에도 주변국의 개입은 한반도의 분단을 영구화 할 뿐 아니라 한반도를 다시한번 동북아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우리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손 놓고 보아서도 안 된다.
이런 경우를 위해서도 우리는 주 동맹국인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여 주변국의 개입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길
러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평소 중∙러∙일 등 주변강국과의 관계도 돈독히 유지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적극적인 외교력과 협상력
을 길러야 한다.
한국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이 가장 순리이면서 동북아의 안정과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것을 주변국들
이 믿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3) 마지막으로 철저한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여 마침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
다. 이는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결코 쉽게 기대할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 이 경우 한반도의 긴장은 완화되고 동북아의 안정도 유지될 수 있으며, 북한도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고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고 지금 위기에 처한 한미동맹을 회복해야 한다.
이제 한미동맹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3.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
한미동맹은 6.25전쟁 중 혈맹(血盟)으로 굳건한 유대 속에 발족하였고, 간혹 긴장과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북한
이라는 공동의 위협 앞에서 입장 차이를 적절하게 조절 관리해왔다.
그러다가 김대중정권에 이르러 한미동맹이 약화되기 시작하다가 현 정권에 이르러서는 한미동맹의 존속을 걱
정할 만큼 암운(暗雲)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미동맹이 약화된 원인은 개략적으로 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첫째로 동맹의 조건인 공동위협 즉 북한위협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 가장 큰 계기는 2000.6.15의 남북정상회담이다. 회담 후 김대중전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이 사라
졌다고 공언했고, 북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전쟁억지력의 기능을 맡아왔던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그 존재의미가 약해
졌고 오히려 민족통일의 장애물이라는 친북좌파들의 논리가 힘을 얻었다.
또 노무현정권도 특유의 자주론을 내세워 북핵과 미사일문제, 금융제재조치 등에 관하여 북을 비호하는 언동으
로 북한위협에 대한 인식이 미국과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둘째로 노근리사건, 장갑차사건, 주한미군범죄 등 일련의 사건들이 반미감정을 고조시켰다는 점이다.
이러한 반미감정, 특히 노무현정권이 보인 친북적인 언동은 동맹의 주요한 기초인 상호신뢰성을 크게 훼손시켰
다.
셋째로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한미동맹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동맹개
념 자체가 바뀌었다.
한미동맹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미일동맹과 함께 미국이 소련공산주의의 확산
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구축한 동맹체제이나, 동서냉전의 종식에 따라 이러한 동맹체제의 기본적 전제가 허물
어진 후, 미국은 동맹체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즉 나토의 경우는 소련 위협에 대한 방어에서 유럽 변방(발칸지역)이나 유럽 밖의 주요 분쟁지역 안정화가 주
임무인 동맹으로, 또 미일동맹은 점차 극동지역 유사시에 대응하는 동맹으로 재편하였다.
한미동맹은 냉전종식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 나토나 미일동맹과는 다른 점이 있다. 그렇지
만 냉전종식으로 세계 공산주의의 위협이 사라지고 반테러전쟁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가 미국의 최우선 전략
목표가 된 지금, 미국은 한미동맹도 종전의 북한위협억제 위주에서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 억제 및 지역안정
화에 주력하는 체제로 변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전략목표에 따라 주한미군도 과거의 중무장 보병을 전진 배치시키던 형태에서 경무장 신속배치
군의 형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감축과 연합방위체제의 변화도 이런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지난 반세기 한국의 안보와 번영의 기반이었던 이 동맹
을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가?
먼저 한미동맹이 출범한 후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동맹 당사자인 한국 자신이 크게 변했다. 후진 약소국에서 민
주화된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런 만큼 냉전시대의 비대칭적(非對稱的)이고 후원자-피후원자(patron-
client)형태의 동맹은 이제 가능하지 않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양국이 서로의 필요를 자발적, 호혜적으로 충족
시키는 동맹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우리도 냉전시대의 세력균형과 공산주의 위협억제가 동맹의 전략목표이었던 시대로부터 테러리즘 억제와
지역안정이 전략목표가 된 시대로 변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목표의 변화에 맞추어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나토나 미일동맹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북한위협이 아직도 크다는 점이
다.
핵무기 개발과 더불어 북위협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어서 미국 측이 말하듯이 재래방위는 한국주도로, 핵방위
는 미국주도로 처리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형식논리로는 덮을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북한은 아직도 남한 공산화 노선을 견지하고 있고, 북핵이나 핵물질의 확산은 테러리즘 억제에 큰 위협이 되므
로 북한위협은 한미공동의 위협임이 틀림없다.
그런 만큼 북위협이 심각한 동안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내에서 종전과 같은 미군의 전진배치 형태의 동맹이 필
요하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미국의 한미동맹 전략은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라고 부를 만큼 미중관계가 원활한 상황에
기초한 전략이지 미래의 동북아 상황변화까지 내다본 전략은 아닌 것 같다.
현재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세력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나아가 중국이 일부
의 예측대로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경우(Economist지는 2040년에 중국의 GDP가 미
국과 같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북아에서 세력균형의 추는 중국 쪽으로 기울고 미국은 일본 만으로는 중국
견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때 세력균형을 위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필요는 미국에게는 참으로 클 것이다.
미국은 위와 같은 단기적, 장기적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한미동맹의 재편방향을 정해야 하며 한국과의 사
이에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도 현재 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 우리가 개척해 나아갈 미래까지 내다보고 한미동맹의 변화를 조절해야 하
며,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을 때에는 국가지도자는 상대방에게 미래를 내다본 공동이익을 적극 설득하
여 나라의 생존과 미래를 확보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미국이 자신들이 상정한 동맹체제의 변화방향에 따라 한미동맹의 재편을 추진하자, 노무현대통령은 덥
석 이를 받아서 국민에게는 우리의 주권과 국민적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것처럼 선전함으로써 전시작전권 단독
행사 등 현재 추진 중인 동맹관계의 재편을 양국 간에 기정사실화 시켜 버렸다.
노대통령은 국내정치용으로는 잘 활용했는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은 약화되고 우리의 국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4. 결론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의 대북정책의 결과는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설령 그 동안에 남북관계에 어떤
진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북한의 핵개발을 위한 하나의 여정(旅程)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왜 이렇게 실패했는가? 근본적으로 두 정권이 남북문제에 대해 올바른 시각과 철학을 갖지 못한 데에 기인한
다. 우리 대한민국 체제의 핵심가치는 인권과 자유의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이고 이는
큰 역사의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은 당연히 자유민주주의의 확산과 이를 바탕으로 한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이
다. 그러나 지금 당장 북한에 대해 공산주의를 개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므로, 당면한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에 대해 인권과 자유의 존중 그리고 독재체제의 개방을 촉구함으로써 평화의 동반자로 만드는 데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시각과 철학이 없기 때문에 양 정권은 북에 대한 원칙없는 포용정책을 시행하면서 처음부터 자유화, 개
방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상호주의와 투명성의 원칙을 무시해버렸던 것이다.
아울러 양 정권이 가진 동맹보다 민족이라는 의식도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의 동맹보다 민족공조를 앞세운 사고는 북이 핵을 개발하는 것도 자위수단으로서 일리가 있다는 식으로
수긍하는 듯한 태도를 갖게 하였다.
차기정권은 2007년에는 반드시 비좌파정권으로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체제의 핵심가치인 자유
민주주의의 올바른 이념 위에서 대북정책의 방향과 동맹의 궤도를 제대로 잡아 북핵문제에 올바르게 대처하여
우리나라의 생존과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차기정권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핵심적 가치에 동의하고 동참하는 모든 국민들을 통합하고 사회의 비
주류라도 비판세력으로서 이를 받아들이는 포용의 정책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 시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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