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행사가 폭력으로 얼룩졌다. 안건인 노사정 대화 복귀문제에 대한 표결은 또다시 무산됐다. 대회장에서는 거친 주먹질이 오가고 욕설이 난무했다. 대의원과 참관인 중 일부는 표결 돌입에 반대하며 단상에 시너를 뿌리고 집기를 내던졌다. 그제 밤 벌어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한심스러운 풍경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뿌리깊은 노선 대립과 갈등이 작용했을 터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노동운동계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말하는데 그 위기라는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불감증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아자동차 채용비리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또 노동계가 이런 일을 버젓이 저지를 수 있을까.
볼썽사나운 폭력사태로 민주노총은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지키지 못하는 조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숫자에서 불리하다고 물리적 수단으로 표결 자체를 방해한다면 그것은 민주적 원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체제에 복귀할 수도 있고,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복귀에 반대하는 측의 주장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노사정위원회 체제에서 노동계는 정리해고 수용 등으로 줄 것은 다 주었는데도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내부 불만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민주노총이 그런 추태로 노사정 복귀문제에 응답할 일은 아니다. 연이은 헛발질에 노동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무엇보다 민주노총 내부의 절절한 고백성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민주노총의 위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현재 노조 조직률은 11%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동운동이 퇴조했다는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낮은 조직률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출처 : 2005년 2월 2일 경향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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