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은 4일 저녁 인터넷 정치웹진 ‘투포(www.tofor.kr)’ 논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4.11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쟁점화하고 있는 민간인 사찰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구속자 가족들에 보낸 금일봉 문제, 장진수 전 주무관이 폭로한 4000만 원의 출처, 노동부 출신들이 사찰을 주도하게 된 계기, 야권이 제기하는 비선라인 의혹 등에 대한 전말을 밝혔다. 다음은 임 전 실장의 발언전문이다.

노동부 출신들이 사찰을 주도한 계기

노동부 출신들이 사찰을 주도한 계기에 대해 들은 바는 이렇다. 노무현 정부시절 총리실에 감찰팀(조사심의관실)이 있었으나 2008년 MB 정부 출범 이후 이 팀을 없앴다. 그런 상황에서 2008년 5월부터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 그 때 촛불시위에 가장 조직적으로 동원을 했던 조직이 공기업 노조라는 소리가 있었다. 실제로 당시 촛불시위 현장에는 공기업 노조 단체복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자 공기업 사장들은 뭐 하냐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 당시 공기업 사장들은 모두 지난 정부 때 임명된 사람들이었다. 이영호(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이를 잡고자 총리실에 공기업 사장들에 대한 감찰을 생각한 것 같다. 이영호는 총리실에 감찰팀이 있다는 말을 듣고 연락을 했으나 없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노동계에 대해 물어보니 총리실 비서실에 노동부에서 파견된 인원이 있었다.

이영호는 여기다 상황파악을 하라고 지시를 한 것 같다. 이들은 자주 회의를 했는데 거기서 공기업 사장들이 공기업 구조조정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자 촛불시위에 인원을 동원한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이영호는 행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이를 분쇄하겠다며 강하게 밀어부친 것 같다. 그러나 총리실에서는 조직이 없어 못한다고 하고.. 이 과정에서 초기에 규정이 없는 업무가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총리실 담당자가 정식으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하여 대통령 훈령으로 감찰팀(공직윤리지원관실)를 만들었다. 감찰팀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이영호 팀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영호는 자신이 청와대에 데리고 있던 진경락(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총괄과장)도 그리로 보냈다. 진경락은 청와대에 있다가 총리실로 가서 신세를 망친 것이다. 이영호 입장에서는 케어를 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경락이 가게 된 이유는 최종석(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과 조재정(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진경락 셋이 이영호와 함께 포항출신인데, 이 중 진경락이 경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총리실로 보낸 것 같다. 노동부 출신들이 사찰을 주도하게 된 계기는 이것이며 규정을 만들기 전까지 촛불시위 정국에 어설프게 일이 있었다. 그 후는 규정에 의해 한 일이었다.

비선라인은 존재할 수 없어

이영호에서 내게 연결되는 비선라인이 존재한다는 기사가 있는데 법률검토를 시켰다. 근무시기만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호는 7월 12일자로 청와대에서 나왔고 나는 17일에 들어갔다. 그 뒤로는 전화로라도 보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이를 비선보고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청문회든 특검이든 나가서 밝힐 용의가 있다.

내가 청와대 들어가기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청와대 보고와 관련해서는 규정상 민정수석에게 보고를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보고를 한 것이고, 그 중 특별한 몇 가지 문제는 비선라인을 통해 보고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쟁점인데 이건 보고 받은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 이 문제를 내가 대통령께 안 여쭤 보겠는가? 이영호는 독대보고를 한 적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원래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실장만 독대를 한다. 그리고 간혹 가다가 민정수석은 친인척 관리를 하니까 독대보고를 한다. 나머지는 단 둘이 보고하는 일은 없다. 노동부 장관 때 노동법 개정에 대해서 대통령께 보고 드리려고 세 번 정도 갔었는데 그 때도 기록하는 사람과 고용복지수석 등이 배석했다. 한 번은 이영호가 노동법 개정내용을 알고 싶다며 배석시켜달라고 해서 딱 한번 배석시켜 준 일이 있다. 그 정도로 대통령 뵙기가 어렵고 신청을 해도 의전비서관실에서 승인을 안 해주는데 이영호가 독대보고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이 터지고 대통령께서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말씀 드렸더니 “전환기 때 생긴 문제구먼, 처벌 받을 사람 처벌 받고 법대로 처리하라고 그래”라고 말씀하셔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2010년 국회에 가서도 다 얘기했다. 단지 이 문제를 자세히 언급하기 어려웠던 것은, 이걸 잘못 언급하면 검찰의 수사방향이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속자 가족들 추석선물이 입막음용이라니!

2010년 7월 17일 청와대에 첫 출근해서 청와대 인사작업 및 개각,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나느라 경황 없이 지내다보니 9월 추석이 가까워졌다. 그 때쯤 되니 사찰 사건과 관련하여 구속될 사람들은 다 구속된 상태였다. 노동부 장관 출신이다 보니 노동부 출신들이 내 방에 자주 왔다. 하루는 최종석(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와서 구속된 사람들의 근황이 어떻냐고 물어보니 가족이 문제라고 했다.

특히 진경락의 부인은 치과의사인데 암이 걸려서 암 수술을 받고 변호사비를 대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어렵다고 했다. 그 때가 청와대에서 추석 선물을 보낼 때다. 그런데 청와대 선물을 보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공직을 수행하다 그런 것이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할 일이지만 다만 가족들은 용기를 잃지 않고 이겨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지갑에 있던 돈을 천원짜리 빼고는 다 최종석에게 주며 구속된 이들의 가족이 몇 되니 가족들에게 고기라도 좀 사서 주라고 했다. 국회의원을 할 때는 지갑에 20만원 정도 넣어 다녔는데 대통령 실장으로 와서는 평소 축의금이나 부의금 등 현금을 쓸 일이 많아 비상금까지 현금 100만원 정도 가지고 다녔으니, 그 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00만원이 좀 넘는 돈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조선일보에서 전화가 와서 구속된 사람들에게 돈을 보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기에 정황을 설명하며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조선일보 기자는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잠시 후 TV조선에서 또 전화가 와서 같은 질문을 하길래 똑 같이 대답했다. 그런데 내게 말도 안 하고 녹취를 하여 방송에 내 보낸 것이다. 그 100만원을 최종석이 누구에게 나눠줬는지는 모르지만 대략 서너 가족 되는 것 같은데 그걸 입막음용 금일봉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장진수가 증언한 4000만원 및 받은 5000만원의 출처

4000만원 건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 파악한 바로는 관련인사 8명이 500만원씩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어 4000만원을 마련하여 변호사 비용으로 쓰라고 건넨 것이다. 이동걸은 대선 끝나고 대통령께서 노총 출신들과 식사를 하자고 해서 마련된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 후 정책위의장을 할 때 노동부의 정책보좌관으로 갔다는 소식은 들었다. 이영호가 넣어 준 것 같다.

이후 노동부 장관으로 가면서 이동걸을 다시 봤다. 처음 장관으로 갔을 때 노동법을 개정해야겠다고 하니 모두 반대를 했다. 그래서 그 중 노동법 개정에 찬성하는 사람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동걸을 다시 만났다. 당시 이동걸에게는 노동계와 소통을 책임지게 했다. 아주 충직한 사람이다. 그런 면에선 측근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청와대 온 후에 이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그 때는 알지 못했지만 이동걸은 이영호와 교류가 많았던 것 같다. 이동걸은 이영호를 통해서 캠프에 합류 했고,  노동부에 정책보좌관으로 갔으며, 정책보좌관으로 가서는 제삼노총을 만들 때도 이영호의 도움을 받았고.. 그러다 보니 교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영호가 이동걸에게 구속된 데리고 있던 친구들의 가족을 케어해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그래서 그 모임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거기서 변호사 비용으로 좀 도와주자는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 8명이 모였는데 일인당 500만원씩 내어 4000만원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그 모임에 좌장격 되는 사람이 이동걸에게 공무원이 무슨 돈이 있냐며 빠지라고 하면서 이동걸 몫은 자신이 내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동걸은 돈을 안 내는 대신 심부름을 한 것 같다.

이 돈은 이동걸의 행정을 봐 주는 여직원 계좌로 받았다. 그 중에 두 사람이 돈을 늦게 내어 이동걸이 꿔서 냈다는데 빌린 내역도 통장에 다 나와 있다고 한다. 이동걸이 장진수에게 건넨 4000만원은 이렇게 통장 계좌로 근거가 다 남아 있는 내용으로 검찰 수사 시 밝혀질 것이다.

이처럼 노동부 출신들이 구속된 사람들의 가족이 어렵다고 해서 서로 도와준 것 같다. 다만 장진수는 노동계 출신이 아니라 5000만원 건은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는 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다. 언론에는 총리실 유충렬(전 공직복무관리관)이 갖다 줬다고 나오는데 노동부는 노동부끼리 챙기고 총리실은 총리실끼리 챙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