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 탈북가수 한옥정(달래음악단 리더)

김일성 동상 1만 2천개 

탈북자로서 호주까지 오게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을 만나면서 이 밤이 제일 행복한 밤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지 몇 분 되지 않는데 웃으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6살 때부터 가수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피만 빨간 것이 아니라 뼛속까지 빨갷습니다. 아까 저의 ‘반갑습니다’란 목소리와 지금 말하는 목소리가 다른 것이 북한에서 가수활동 할 수 있는 비결이었어요.



북한에서는 지금처럼 노래하면 목소리에서 부르조아 냄새가 난다고 노래를 못하게 합니다. 어찌 보면 버터냄새가 난다고. 아까 저의 목소리는 가성으로 김일성, 김정일이 좋아하는 목소리입니다. 제가 18살이 되니까 목소리가 바꿔지는 거예요. 남한과 북한이 안 좋아질 때 북한의 한복 입은 여자 아나운서가 센 목소리로 멘트 하는 것처럼. 남한에 오니까 이런 목소리를 좋아하더군요. 그래선지 ‘돼지바’ 광고도 찍었습니다.

교회와 똑같은 ‘김일성혁명연구실’

제가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는 이렇게 밝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입만 웃었습니다. 남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이상하게 웃느냐고 그러더군요. 속은 웃지 않고 겉만 웃은 거지요. 제가 하나님을 만난 지는 4년 밖에 안 됩니다. 남한에 온지 8년이 됐지만 4년 후에 하나님을 믿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에는 김일성혁명연구실이라는 데가 있어요. 한국의 교회 같은 덴데, 교회의 레드카펫 이것도 똑같아요. 앞에 십자가가 있는 것처럼 김일성동상이 있습니다. 걸상이 놓여 있는 것도 같고. 살이 떨리게 똑같은 것은 예배순섭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찬양 노래로부터 시작해요. 우리가 찬양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그 다음 말씀을 전달하고 그 말씀에 비춰 한 주일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자아비판 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들은 후 기도하고 회개하는 시간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하나님은 우리와 영원히 함께 계신다’는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북한에서는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 계신다’는 찬양으로 마무리합니다. 처음 교회에 가서 북한과 똑같다고 반발했습니다. 북한의 김일성저작선집은 성경책과 겉과 글씨 등 겉과 속이 똑같아요. 내용도 똑같은 말이 많습니다.

김일성의 아버지가 장로고 어머니가 권사였는데 어머니 이름이 강반석입니다. 북한에서는 그냥 이름이겠지 했는데 한국에 와 보니까 ‘반석’이란 이름은 교회에서 쓰는 용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김일성도 숭실학교 출신이고, 외삼촌은 목사입니다. 북한의 김일성은 하나님으로 둔갑한 사이비종교집단의 교주예요.


김일성이 죽을 때 그의 집무실에 성경책이 놓여 있었답니다. 김일성은 자기가 하나님인데 기독교의 하나님을 믿는다고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을 죽였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21살 때까지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면서도 잘못된 것을 몰랐어요.

제가 탈북하게 된 동기는 당을 선전, 선동하는 사람으로서 저의 언니가 탈북하여 무대에 설 수가 없었어요. 언니 찾으러 중국으로 들어왔다가 저도 팔려가고, 저의 어머니와 동생도 팔려갔어요. 제가 올해 35살인데 14살짜리 딸이 있습니다. 팔려가서 난 애입니다.


지금은 한국에 와서 잘 살고 있지만, 팔려가서 5년 동안은 내가 북한에서 가수였다는 생각도 못하고 살았어요. 중국에서 인간이하의 삶을 살다가 대사관에 뛰어 들어가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보고 시도하다 죽자고 언니와 엄마와 같이 한국영사관에 뛰어들었는데 성공했어요. 영사관 앞에는 총을 가진 경찰 수십 명이 서 있습니다.

머릿속의 김일성을 하나님으로 바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사한 것은, 북한에서 남한을 비난하던 저를 ‘대한민국 법에 북한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되어 있다’는 그 말을 듣고 많이 울었어요. 다시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저를 받아주신 대한민국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다시 살게 하신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한국에 와서 내가 싫어했던 교회를 밀어버리려고 해도 안 밀어졌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모태신앙이었던 거예요. 제 머릿속에 있던 김일성을 하나님으로 바꿔버리니, 교회에 너무 적응이 잘 되는 거예요.

제가 북한에 가면 어떤 분보다 전도를 많이 할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복음통일이 되면 저를 선교사로 파견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책도 너무 재미있어요. 북한에서는 자는 애를 깨워 김일성 가족의 가계를 달달 외우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하나님의 족보는 달달 외웁니다. 숨김 수 없는 모태신앙입니다. 김일성 자리에 하나님을 놓으니 저는 모태신앙이었던 겁니다. 저는 목숨을 걸고 하나님을 만난 사람입니다. 하나님을 너무 많이 사랑하니 하나님께서 저를 이렇게 호주까지 오게 해주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 보아도 탈북자들은 보잘 것 없습니다. 한국에서 애를 키우다 보면, 탈북자녀들은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서 어려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제가 한국에 들어올 때는 목숨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애를 데려 올 수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받고 중국에 들어가 브로커를 통해 6살짜리 딸을 데려 왔습니다.
 

7개월 동안 3국을 헤매다 애를 만났습니다. 애가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들어 했는데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은 한국 애들보다 당당하고 예쁘게 자랐습니다. 내일 딸의 생일입니다.

저는 딸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잔디가 되라’고. 탈북자들이 멋진 집과 자동차만 보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살아야 된다고. 누가 밟아도, 밟으면 밟을수록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 잔디가 돼야 한다고. 그렇게 강해지지 않으면 저희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또 저는 부모로서 극단적인 말도 했어요. ‘뱀이 되라’고. 뱀이 되라고 했던 이유는, 뱀이 사람 발밑을 기어 다녀도 누구도 건드리지 않고 피하는 것은 독이 있기 때문이라고. 엄마 아빠의 사랑을 못 받고 태어났지만 하나님께서는 너를 꼭 쓰실 거라는 믿음을 주며 정말 강하게 키웠어요. 저희는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어요. 잘 산다는 기준이 여러분의 기준과 다릅니다. 저는 지금 이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면 잘 산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땅에는 굶주려 죽어가는 동포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타향 땅에서 굉장히 외롭고 고생 많으시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땅을 위해 새벽이나 밤에도 기도해 주셔서 저희처럼 살아남은 사람도 있고, 북한 땅에 복음이 조금씩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기도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북한에 태어난 것이 죄

제가 북한의 실상을 얘기하는 것보다 이 동영상 한 편을 보시는 게 더 와 닿을 것입니다. 북한 땅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어린애들과 나이 드신 분들입니다. 젊은이들은 어디 가서 도적질을 하거나 강도짓을 해서라도 먹고 삽니다. 그러나 어린애나 나이 드신 분들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 동영상은 어린애들 위주로 찍었습니다. 탈북자 부부가 직접 북한에 들어가 찍다가 남자는 붙잡혀 처형당하고 그 테이프를 부인이 가지고 나와서 KCC가 만든 동영상입니다.

너무너무 가슴 아픕니다.
 
먼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나 저들이 죄가 있다면 북한에 태어난 죄 밖에 없습니다. 그 죄 때문에 300만 명이 굶어죽고, 여자의 경우 제3국으로 팔려가는 너무 가슴 아픈 북한의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는 어린애과 탈북해서 저처럼 팔려가는 여자들을 생각하면 너무너무 가슴 아픕니다.

저는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주님은 아시잖아요. 이제는 북한을 용서하시고 북한으로 꼭 가십시오.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고 힘듭니다.’ 제가 앨범을 내면서 작사 작곡한 곡이 ‘주님은 아시잖아요’라는 곡입니다. 어린애들이 너무 불쌍해요. 마른 가슴의 어머니에게 매달려 젖 달라고 울며 잠든 애를 본 기억에 의해 이 곡을 썼습니다. 불러드리겠습니다.

주님은 아시잖아요

“죽어가는 저 북녘 땅을 신음하는 나의 형제들/ 보이시나요 들리시나요 고통 받는 내 고향 땅을/ 배고파 마른 가슴 파고드는 아이 뺨에 흐르는 눈물/ 거리 거리에 비참한 모습 당신은 보시잖아요/ 무릎 꿇고 당신에게 기도드리네/ 목숨 걸고 당신에게 기도드리네/ 바람 앞에 떨고 있는 등잔불 같이 꺼져가는 내 형제 위해”

한국 분들은 너무 노골적이라고, 북한 사람이 썼으니 이런 가사가 나온다고 말합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교회를 알게 되면서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렸던 평양이 왜 지옥으로 변했는가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숭배하는 대신 김일성을 숭배하여 동방의 예루살렘이 지옥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제 용서해 주시고 북한 땅이 부활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김일성 동상 1만 2천 개를 깨부수고 그 자리에 하나님의 십자가를 세우는 그 날이 빨리 오도록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를 하나님의 도구로 쓰시기 위해 살려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소원은 제가 어렸을 적에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했던 그 자리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가수로 다시 서는 것입니다. 제가 북한을 비판하니까 협박도 옵니다.
 

어느 날 컬러문자가 들어와 보니, 제가 한복을 입고 공연을 하니까 한복 입은 인형의 목을 매다는 그런 것을 보내고 저의 딸에게도 보냈습니다. 딸에게 처음에는 ‘큰길로 다녀라. 내가 너를 지켜줄 수 없으니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지켜주셔야 될 것 같아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북한이 하루빨리 무너지도록 기도 많이 해주십시오

.(녹취 및 정리: 이화서 기자)

사진: 한옥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