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권력을 이어받으면서 김일성식 정치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의 죽음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이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북한 내부 정보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한해 순 이윤만 2000만달러를 남기고 있는 장생무역회사의 최대 지역사무소 관리자들이 김정일을 속이고 부정축재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로 인해 김정일이 충격을 받아 심장쇼크를 일으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다른 소문으로 김정일 사망 직전 김정은이 물가와 환율이 급등했다는 보고를 하는 바람에 김정일이 쇼크사했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실제로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이 당 간부들에게 ‘외화를 쓰지 못하게 대책을 세우라는 유훈이 있었다’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지시는 당시 전국의 공장, 기업소, 학교 등에 포치사업(포고령) 방식으로 하달되었다”고 한다.

북한은 당시 2009년 화폐개혁의 후속조치들이 유명무실화되면서 외화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환율, 물가가 급상승했었다. 북한 당국은 경공업·농업을 강조하면서 시장내 수입품·공산품 판매를 금지했지만 주민들의 시장 의존도는 높아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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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이후 시장을 없애는 대신 농민시장만 운영하고, 사실상 군부대 자금을 전담하고 있는 무역회사를 당국이 일괄적으로 장악해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전체 무역회사 가운데 70% 이상을 없앤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무역회사와 연관된 당 간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생무역회사의 부정부패와 관련해선 이 회사의 최대 지역사무소인 ㅊ관리소 소장 A 씨와 기지장 B 씨가 주체철 총 생산량 등을 속이는 등 김정일에게 허위보고를 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김정일이 큰 충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소문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인민무력부 산하에 무역회사를 허가해 각 도와 시·군에 관리소 기지를 만들어 선철, 자철광, 금강, 수산물 등을 생산해 수출하는 영업을 활성화시켜왔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나빠질수록 상대적으로 무역회사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관리자들이 밀수나 부정축재 등을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지역 단위에서 가장 크다는 청진관리소의 경우 한해 250만달러를 벌어서 보위사령부에 식량, 장비, 담배 등을 기본으로 보장하고 있다. 또 경성군에 위치한 보위사령부 휴양소를 관리하면서 보위사령관과 각 처장 가족들의 정기적인 휴양을 책임지고 있다.

소식통은 “이전부터 당중앙위원회로부터 당군수공업부, 지방 당 정권 검찰 요직 등에 있는 사람들은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지시를 겉으로 받드는 체하지만 속으로는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마약 제조, 밀수, 부정축재 등을 그 어느 때보다고 맹렬히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했다.

“무역회사 책임 조직망 안에서 서로가 부정을 저지르고 이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뇌물이 오가는가 하면, 자신의 딸과 사위들을 동원해 외화벌이에 내보내 돈을 벌게 하면서 외국에 개인구좌까지 개설할 정도”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렇게 북한은 현재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무역회사 내부에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각지에서 살인, 강도, 절도 사건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 사망 며칠 전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정문 앞에는 김정일·김정은 체제를 반대하는 삐라가 살포된 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정일의 애도기간이던 12월 19일 회령시의 한 주민은 ‘정권 교체’를 주장하며 할복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지역 도시건설 노동자, 창효리 농장원 등에서는 집단 탈북이 시도된 일도 전해졌다.

소식통은 “김정일이 사망한 뒤 드물게 들어오던 전기도 전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 많고,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강에서 오염된 물을 길어먹고 있다. 김정은은 무조건 저녁 7시~10시까지 전기를 보장하라고 지시했다지만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현재 북한 당국은 요동치는 민심을 단속하기 위해 국경지대에 사는 주민 단속을 몇배로 강화하고 있으며, 심지어 평양에서 국경지대로 오가던 공무원들의 출장업무까지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