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516 금
脫出記 // 香氣 그윽한 出版記念會
어제 낮 12시부터 50분 동안, 서울 장충동에 있는 ‘한국현대문학관’에서 출판기념 잔치가 있었다. 이 모임을
‘아름다운 출판기념회’
‘특이한 출판기념회’
‘뜻 깊은 출판기념회’
‘감동을 주는 출판기념회’
라고 표현하지 않고, ‘향기로운 출판기념회’라고 별난 제목으로 표현한 것은, 다른 출판기념 잔치에서는 보기 어려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재미 교포 건축가로서 성공한 후 여유로운 노년생활을 편안히 즐기는 것을 거부하고, 북한 동포와 탈북자 구원 운동에 나선 지 만 7년이나 되는 남신우님, 이 분이 한국과 미국 사이를 왕래하면서 없앤 시간과 돈, 그리고 남모르는 고통과 애로는 제3자가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늘 ‘저 양반 부인이 도대체 어떤 분이기에 남편의 저 실속 없는 짓을 용인, 동조해 주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이 궁금증이 어제 풀렸다.
책 이름은 ‘나, 이대로 흐르렵니다’
저자는 정순자.
출판사는 반도출판사.
1968년에 남편 남신우를 따라 미국에 가서 40년 동안 겪은 온갖 희로애락을 담담하게 쓴 책이다. 앞표지의 그림은 매미 열 마리가 붙어 있는 커다란 나무 앞을 양산을 쓴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그 자전거의 앞에 얹혀진 바구니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 있는 ‘자연 찬가’ 위주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표지부터가 향기를 물씬 풍겼다.
‘자연 찬가를 낮고 고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듯한 이 깔끔한 그림, 도대체 누가 그린 것일까?’
하고 궁금하여 앞표지 날개를 펴봤더니
“표지 그림과 삽화는 저자 정순자의 작품입니다”라고 밝혀져 있었다. 이화여대 성악과 출신임에도.
저자인 정순자 님이 미리 준비한 원고 위주로 펼친 인사말 내용에는 가족과 친구, 주변사람들에 대한 애정고백이 과부족 없이 묘사되어 듣는 사람들의 귀를 편하게 해 주었다. 꼬박 40년이란 기나긴 타국 생활 중에 고통과 비애가 없었을 리 없을 터인데, 매사에 감사와 겸손이 앞선 밝은 이야기만 하고 어두운 이야기는 삼갔다. 고생 이야기가 자랑이 되는 이 나라에 와서 미국에서의 어려움을 강조하지 않다니, 이 또한 향기로운 인사말이었다.
자유북한방송(freenk.net)의 대표인 김성민님이 사회를 맡았는데, 그가 소개해 준 탈북자들 개별 이름과 단체 이름들이 십여 개가 넘었던 일도 향기로운 일이라고 느꼈다. 왜냐 하면, 이 출판기념회가 정순자님의 책이 이 세상에 나온 것을 자축하는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이 잔치를 빌미로 탈북자들을 격려해 주는 자리가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서로 존경하면서 사로 사랑하는 부부가 아니면 어찌 이런 궁리를 해낼 수 있겠는가. 이 자리에서 소개된 개인과 단체 대표는 다음과 같다.
정성산, 탈북자연합회,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용순(요덕스토리의 실제 주안공), 탈북인권연대,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노베르트 폴러첸, 정베드로 목사(북한인권을 위한 1인시위), 문국한(장길수 가족 탈북지원 등등), 유상준(차인표가 출연한 영화 Cross의 실제주인공), 최영훈(탈북동포 구출), 박상하(북녘에 삐라 날려 보내기 주력일꾼), 이덕남(1990년대 탈북 군인) 등등
* 내 기록 실수로 일부 이름이 틀릴 수도 있음.
또 향기로운 것은 남신우 님 가족 소개 장면이었다.
정순자의 남편 남신우 님 … 멀리 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날아온 큰딸의 남편인 오스트리아인 건축가 키리안 … 큰딸 남자님 … 막내딸 남아림 … 책 저자인 정순자 … 미국에서 영화인으로 활동중인 아들 남기웅 … 이렇게 여섯 명의 국제가족이 나란히 서서 고개 숙여 손님들에게 인사한 장면에서도 잔치 마당 특유의 향기가 풍겼다.
가장 강렬한 향기는 정순자님의 동창생 20여 명이 우리 가곡을 합창했을 때 풍겼다. 이들이 앙콜곡까지 네 곡을 부르는 동안 남신우님의 사위 키리안은 감동하는 표정으로 합창단 쪽을 지긋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고국인 오스트리아! 그 나라 사람이 사위가 된 입장에서 우리나라 노래를 듣는 모습이 향기를 풍긴 것은 당연한 일.
* 첫 번째 노래의 가사인
“둘이 서로 마주보며 웃네 … 긴 세월 지나 마주 앉아 지난 일들 얘기하며 웃네 ….”
는 이들 두 부부의 생애를 압축하여 표현한 셈?
그윽한 난초 향기, 라일락 향기를 닮은 멋진 출판기념회였다.
666030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