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시간에 

5천 년이라는 긴긴 세월 잠만 자고 있는 당신, 당신의 정신.

그 오랜 세월 동안 단 한번도 깨어나본 적 없는 당신,당신의 정신.

깨어나 펄펄 날뛰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본능 뿐인 당신,당신의 정신.

그 본능이라는 주인에게 코뚤레를 잡혀,

구정물에 똥물에 온 몸을 더럽히면서도 반항 한 번을 못하고

그가 이끄는 대로 얌전히 끌려만 가고 있는 우직한 소같은 당신,당신의 정신.

어떠한 큰 사건,어떠한 충격적인 말로도 깨울 수 없도록

굳을대로 굳어진 당신,당신의 정신.

우리가 가고 있는 길 저 앞엔 천 길 만 길 낭떨어지이고,

우리가 계속 이렇게 나아간다면 그 낭떨어지에서 떨어져

결국은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모두 죽을 것이 뻔한데도

그래도 꾸역꾸역 그 길을 가고 있는 눈 뜬 소경 같은 당신,당신의정신.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자연과 사물과 저 수 많은 생명의 신비 앞에

놀라지도 않고,감동할 줄도 모른 채 죽어 나자빠져 구더기가 들끓고 있는 

썩은 송장 같은 당신,  아,   당신의 정신......!

TV와 컴퓨터를 꺼요.

그리고 아무도 없는 빈 방에 촛불 한 자루를 켜놓고 좌정해 앉아요.

그 고요한 시간을 통해 당신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그 차분한 마음을 당신의 일상 생활 전반으로 점점 확대해 나가면서 24시간 유지 해요.

거울 앞에 자주 서서 그 속에 돋아나 있는 당신의 눈에 당신의 눈을 정면으로 맞춰요.

그런 노력을 통해 당신이 당신 자신을 의식할 수만 있다면

당신의 이웃 그리고 조국과 민족,더 나아가

신을 의식하는 일도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당신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꼭 갖어요.

매일.

                      강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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