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지금을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최성재님의 표현을 빌자면, 인류가 등장한 이후 2003년까지 생산한 데이터 총량이 5엑사바이트(exabyte 10^18승 바이트, 500경 바이트)였으나, 2012년부터는 매년 그만큼의 데이터가 생산되는 빅데이터(big data)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그만큼 지식이 유통된다는 뜻일까?

요즈음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차량 한 칸에 세 사람 정도는 책이나 신문을 보든지 눈을 붙이는 반면, 나머진 전부 거북목 자세로 귀에 이어폰 꽂은 채 스마트 폰을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톡톡 꾹꾹 한다.
도대체, 뭘 하는지는 궁금해서 힐끗 보면서 파악한 건, 대부분 ‘카톡’인가 뭔가 하는 것 가지고 끝없는 손 수다에 빠져있거나,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를 보든지 온라인 게임을 하더라는 것이다.
바로 이게 빅데이터의 정체다.

카톡을 비롯하여 SNS라고 하는 것, 인터넷, 유무선 통신 등을 통틀어서 데이터 소통용량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게임 등(95%이상?)이고, 흔히 말하는 인터넷신문이나 인터넷 사이트 읽는 것은 몇 퍼센트 되지도 않고, 업무관련 데이터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몇 퍼센트 되지도 않은 인터넷 신문이나 극히 미미한 업무관련 데이터조차도 실은 데이터 운용 프로그램의 고급화 때문에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가령, 그냥 워드로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몇 바이트 되지도 않은 것을 사진으로 찍으면 그 수천 배의 용량을 차지하게 되는 것처럼, 내용으로 보아 얼마 되지도 않은 것을 형식 때문에 엄청난 용량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종합해보면, 실제로 생산되는 ‘진정한 정보의 량’은 그리 변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빅데이터 수준으로 거품이 부풀은 “정보량”(?)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데이터베이스 허브센터를 냉각시키기 위한 전력소비만 엄청난데, 그러고 보면, 정보화산업이라고 해서 친환경이라는 말도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하긴 3~40년 전에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르게 취사선택하는 현대인의 자세”를 교과서에서 취급할 정도였으니, 지금 표현대로 현재의 정보생산량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거품이 대부분이라고 본다.
그만큼 사람들 지식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뭐 그리 대단한 변화인가 말이다.
똑 같은 내용의 정보를 용량만 크게 전달할 뿐, 내용에 있어서 증가한 것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좀 느리고 고리타분해도 도서관에서 읽는 책과 신문이 진짜 정보라고 봐야 한다.
무슨 중요한 첩보도 아닌데 누구누구의 이혼소동 같은 것을 그리 빨리 접해서 뭣하게....

이야기를 돌려서, 최근 우연히 접해서 읽어본 책이 독소전쟁기이다.
그런데, 읽다가 놀라운 건 독소전쟁 동안에 나타난 각종 수치였다.
해당 전선에 독일과 그 동맹군은 병력 약3~400만씩 전선에 투입하여 500만 명이 사망했고(부상자 포함시 1천1백만), 소련은 병력 5~900만씩 전선에 투입하여 1천만이 사망했다(부상자 포함시 2천8백만)고 나온다.
민간인 포함시 얼마나 될지는 통계가 없는데, 그건 상상에 맡겨야 할 것 같다.
또 다른 큰 숫자는 소련의 장비손실량인데, 전차 및 자주포를 98,300대 만들어 96,500대가 부서졌고, 항공기는 122,100대 만들어 88,300대가 부서진 것으로 나오는데, 이를 6.25 때 북괴의 전차와 비행기가 2백 몇 대씩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벌써 자릿수가 두 자리 더 되는데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다.
또한, “3일 만에 은밀히 일부병력을 옮겼다” 같은 구절에 별표가 붙어있어 이에 대한 해석을 보면, 놀랍게도 그 “일부병력”이 100만이 넘었다. 그것도 전부가 아닌 일부인데 말이다.

그렇게 소련의 희생이 더 컸어도 승산이 있었다.
소련은 추가 동원할 여지가 있었지만, 루마니아 유전지대를 잃고 난 후 독일은 추가동원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분적인 예로, 독일이 자랑하는 킹타이거를 비롯한 독일의 전차는 대부분 부품이 많고 복잡한 반면, T-34를 위시한 소련의 전차는 부품수가 적어 고장도 적었다고 한다. 비싸면 지고, 많으면 이긴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련군은 값싸고 방환이 잘 되는 누비옷으로 추위를 극복함으로써, 방한을 위한 별도의 기술개발이나 막대한 예산도 필요 없었다.
이렇게 경제력으로 몰라도 동원력에서는 소련이 절대 우위였던 것이다.
(비록 미․영이 트럭 40만대를 비롯한 많은 원조를 해주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걸핏하면 독도 가지고 우리를 괴롭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더욱 우리의 실태를 슬프게 한다.
27만의 자위대는 평소엔 장교와 부사관으로만 운용되다가, 전시에 소총만 쥐어주면 바로 300만 대군으로 바뀌는데, 그 소총수조차도 소총으로만 무장한 부대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들은 신식무기를 도입할 때마다 구식무기를 깨끗이 정비하여 보관해두는데, 그렇게 지금 수십 년 간 보관처리 해둔 구식장비가 엄청날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모두 전시에 성능싸움이 아닌 숫자싸움에 쓰일 모양인데, 이는 퇴역한 자위대가 쓰던 장비들이라는 점과 상당한 성능까지도 갖추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섬뜩할 것이다.
그런 일본이 이번 대지진 사태에서 보여준 동원력 수준을 보라.
과연 우리나라에 후쿠시마 같은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저렇게라도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문득, 우리나라의 현 실태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세계 제일의 조선산업을 두고도 해군력이 빈약하다고 난리 떠는 나라 아닌가.
세계 제일 기업인 삼성전자가 돈 많이 벌어봐야 동원력에 기여한 게 무언가?
그렇게 번 돈도 현금이 아닌 전산사무처리상 나타나는 권리인 온라인 화폐단위 표시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반드시 생각해 볼 문제다.
경제력은 평시에 수치를 사용하여 권리를 표현한 “간주(看做)된 가치”이지 동원력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일례로, 언젠가 우리는 전시경제로 바뀌면 급격히 축소되나 북한은 똑 같다는 소리가 있었다.
대정전으로 전산이 마비되어 온라인상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거나, 해상로가 봉쇄당하여 물자가 들어올 수 없을 경우, 군비는 차치하고라도 우리의 식량(자급률24%)과 연료만 해도 끔찍하다는 것이다.
평시경제를 경제력으로 보고, 전시경제를 동원력으로 간주해서 생각해보면, 우리의 엄청난 자본을 온라인상의 허깨비 단위가 아닌 현물로 확보하든지 다시 준조세로 방위비를 걷어서라도 뭔가 현물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거기에다, 승전은 고사하고 생존차원에서 보더라도 경제력은 물론이요, 첨단과학도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라크, 아프간 전선에서 승부의 결정적 요소는 첨단무기가 아닌 피아식별이었다는 점에서, 게릴라식 민병 위주의 인적동원력에서 우세한 회교세력이 이겼던 점을 보면, “특공대 위에 민병대”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북한보다 성능이 우수한 첨단무기를 가져도 타격결정을 못하는 우리의 문약한 마인드는 어떻고!

거기에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이 잇다.
우리의 “혐군정서” 때문인지 이상할 정도로 우리는 말랑말랑한 것만 좋아한다는 점이다.

가령, 10월초의 국경일 중에 막연한 개천절 놔두고 유독 “국군의 날”만 공휴일에서 폐지하였다.
그리고, 불요불급한 별스럽지도 않은 목적에 유독 군사시설에만 양보와 희생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놀이시설인 제2롯데월드 짓는다고 군사시설인 서울비행장 공군 활주로의 방향을 비틀기로 하면서 활주로의 방향 등이 언론에 완전노출 되어버렸다.
그 많은 재개발 사업지 놔두고 정보사 부지에다 보금자리 주택인지 위례 신도시인지 하는 것 짓는단다.

또한 유독 군사부분에만 돈 문제를 엄청나게 크게 부풀려서 초정밀 현미경 감사를 하든지 결정을 미루어 방임한다.
가령, 항공모함의 경우 “엄청난” 운용비 때문에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항공모함 운용에 드는 돈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다. 월급 말이다.
그 인건비는 항공모함을 운용하지 않아도 그만큼 드는 돈이다.

비슷한 예로, 예전에 좌익들이 북폭을 저지하려고 괌의 B52 이륙시마다 12억 원의 예산이 든다며 미국의 적자재정에 빗대어 비난한 적이 있었는데, 이 또한 그 12억 원에 인건비, 감가상각비를 감안할 경우, 이륙할 때 더 소요되는 돈은 기껏 연료비나 랜딩기어 타이어 마모비용 정도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FX 사업예산이라고 하는 8조 몇 천억 원의 경우도 그렇다.
8조 몇 천억 원은 대략 80억불인데, 이는 우리나라 1년 수출액의 1.5%정도이며,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도 안 되는 금액인데, 그것도 한꺼번에 지불하는 게 아니라 수년간에 걸쳐 연불방식으로 지불하는 합계액이므로 실제로는 1년에 20억불 정도 되려나 모르겠는데, 그 정도면 우리나라 수출액의 0.4%도 안 되고, 삼성전자의 한 달 영업이익도 안 되는 금액이다.
우리는 그 50배 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복지예산엔 과감하면서, 기껏 우리의 생존을 위한 연간 2조원에는 눈에 쌍심지 켜고 온갖 면도칼을 다 동원하여 재단한다.
정말 예리한 것인지 일부러 딴지 걸려는 것인지 각자가 알 것이다.

이런 요사스런 상황에 딴에는 크게 깨달은 듯 하는 소리가 ‘빅데이터’ 어쩌고 하며 “정보화 시대”란다.
정보화시대? 꿈 깨라. 그건 30년 전에도 정보화 시대였다. 요즈음 갑자기 생겨난 말이 아니란 말이다.
지금은 그저 트래픽 용량만 증가했을 뿐 정보내용이 증가한 건 없다는 것이다.
그래, 오늘도 지하철을 타면 거북목으로 대다수가 스마트 폰에 빠져 “정보화 시대의 첨병”(?)노릇을 하면서 온라인상의 거품에 묻혀 현상을 제대로 못 보고 곳간이 비어도 허깨비 포인트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몽롱한 실태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하기사, 경제라는 게 ‘간주가치’라는 본질을 못보고 오늘도 온라인상의 화폐금액 표시에 목숨 걸듯 매달리는 경제각료도 마찬가지지만, 현물적 동원력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실제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계속 이대로 고착되어 간다면, 실제상황 발생시 대책이 없다고 본다.
다만, 필자는 정전 60년 정도면 그걸로 태평성대였음에 감사할 뿐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