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조력자들을 브로커공갈배로 매도하는 기막힌 사연 ]
지난 3월 16일 KBS 9시뉴스는 ‘탈북자 등치는 탈북자 조폭’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방영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들로 이뤄진 ‘조직폭력배’ 일당이 다른 탈북민의 1차 정착금 1,500만 원 가운데 3분의2에 해당하는 1,000만 원을 빼앗아 갔다”는 내용이었다. 뉴스는 또 “경찰이 이들 가운데 3명을 구속하고 이들과 관계된 것으로 전해진 모 종교기관의 탈북자 보호단체 간부 43살 임 모씨 등 3명을 쫓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방송은 서울경찰청이 3월 14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근거로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방영한 것으로써 국내입국 탈북민과 인권단체들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14일 배포한 ‘탈북자정착금 갈취폭력배 13명 검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는 탈북민의 정착금문제와 상관이 없는 것으로 경찰이 과장, 날조한 것으로 판명됐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의 임영선 보호국장(43)의 경우 이번 사건과 직접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체포영장’이 청구되었고 해외도피를 한 것처럼 허위보도가 됨으로써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4일 임영선 보호국장을 만나 사건의 전말에 대해 들어봤다. 임 씨는 제3국에 체재하고 있는 탈북난민들의 탈출루트를 확보차 출국했다가 3월 28일 예정대로 귀국했고 현재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 씨는 1992년 입국한 북한중위 출신으로서 탈북민자활단체인 ‘NK친구들’의 대표와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CNKR)의 보호국장으로 활동하면서 2002년 이후 500여 명에 달하는 탈북민의 국내입국을 지원해 왔다.
CNKR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산하기구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탈북난민을 국제법적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청원 운동을 벌여 1,181만 명의 서명을 받아 유엔에 전달한 바 있는 인권단체다.
"경찰발표는 의도적 날조로 TV통한 우선 매도가 목적"
-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4일 보도자료를 내면서 사건의 배후자로 임 보호국장을 지목했고 KBS는 법원이 18일 해외에 출국한 임 보호국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검거에 나선 것으로 보도했다. 경찰이 발표한 이번 ‘탈북자갈취 폭력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번사건과 관계가 없다. 탈북민들이 싸워서 구속됐다는 얘기를 듣고 3월 7일 중부경찰서로 면회를 갔고 나는 예정대로 3월 11일부터 2주간 동남아 출장을 마치고 28일 귀국했다. 귀국하면서 아무 제지도 받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경찰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
경찰이 발표한 정착금 갈취사건도 허위임이 드러났다. 법원은 4월 1일 구속적부심사에서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만성 씨를 석방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발표를 의도적으로 날조해 우선 TV를 통해 탈북지원단체를 매도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 해외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
출장은 오래 전부터 계획돼 있었고 비행기표도 처음에는 3월 1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11일에나 가게 된 것이다. 탈북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기하고 있던 탈북민 7명을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로 인도해주고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탈북난민들의 탈중 루트의 실태를 조사하고 점검했다.
동남아쪽, 몽골쪽으로 가던 루트들이 중국 공안에 드러나 봉쇄된 것을 확인했다.
작년 6,7월 460여 명의 탈북민이 일시에 국내에 입국한 뒤로는 그들의 입국루트가 막혔다. 베트남정부는 탈북민들을 전혀 받지 않고 있고 단속된 이들을 중국공안에 넘기는 90년대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작년 12월 또는 금년 1월 북한에서 총살된 북한주민 한 명이 하노이까지 왔다가 북송된 탈북민이었다는 것도 확인했다.
- 최근의 탈북민 국내입국루트 봉쇄사실과 이번 경찰과 일부언론이 허위·과장보도한 탈북민 폭력갈취사건과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정부는 금년 들어 탈북민들의 정착금을 축소시키고 탈북지원가들의 활동을 단속, 위축시켜 왔는데 이는 탈북민들의 입국을 줄이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탈중입국 조력자들을 조직적인 폭력 범죄조직이나 갈취, 공갈범으로 모는 것도 같은 의도이다.
탈북민 1만 명 정도가 입국하면 북한이 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북한쪽의 친인척과 연락하면서 북한내부를 변화시킬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압록강, 두만강을 봉쇄한다고 해도 38선처럼 절대 완벽히 하지 못한다. 그래서 친북세력들이 죽어라고 탈북민들의 입국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탈중구출에 1인당 200~250만원 소요실비
- 탈중입국 조력자 또는 ‘브로커’들이 갖는 구조적 문제는 없는가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는 아니더라도 외부에 나와있는 탈북민들의 인권은 대한민국정부가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그들의 탈중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입국하는 대부분 탈북민들은 빚을 안고 들어온다. 중국에서는 중국공안의 색출과 강제북송을 면할 수 있다면 목숨만 빼고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심정이다.
탈북민들이 입국하는데에는 소요비용이 200만~250만 원 가량이 든다. 하지만 중국인 브로커나 일부 탈북민들은 500만~1,000만 원을 받고 다른 탈북민들의 입국을 도와주기도 한다.
- 어떤 해결방안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정부는 탈북민들이 입국하면 그들이 약속한 입국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는 하나원에서 퇴소할 때 돈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브로커들을 피해 버스를 태워 뒷문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탈북민들은 한국에 입국해서 이번에는 채무자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상황이 변해도 약속한 돈을 주는 것은 의무이다.
지난달 경찰이 발표해 물의를 일으킨 ‘탈북자 폭력조직’ 사건도 탈북민의 입국을 도운 탈북민 채권자와 탈북민 채무자 사이에 발생한 갈등이 문제의 씨앗이었다. 하지만 그 사건의 경우 폭력은 채무 이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돈을 목적으로 일으킨 것으로 밝혀져 결국 경찰의 과장날조 사실이 폭로됐다.
(미래신문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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