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7일 보도한 김과 후 주석 간 정상회담 대화 내용은 올해로 수교 61년을 맞은 양국 관계에 대한 후 주석의 화려한 수사와 덕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덕담이 끝나자마자 북한의 독단적인 행동을 추궁하는 "5개항의 건의" 를 던졌다. 김정일에게 충격이었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항목인 '전략적인 의사소통'을 강화하자는 내용은 눈에 띈다. 후 주석은 "양국은 수시로 혹은 정기적으로 양국 내정·외교에서의 중대문제와 국제·지역 정세, 당·국가 통치 경험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게 소통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사전에 의논하여 하라는 말이었다.

후 주석은 4년 전인 2006년 1월 김 위원장을 맞았고, 김정일은 중국 남방의 경제 거점 도시인 광저우·선전·주하이·샤먼 등을 돌며 중국 지도부에 경제 개혁의 의지를 과시했다. 그리고 불과 9개월 뒤인 그해 10월 중국을 속이고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당시 북한은 불과 몇십분 전에 핵실험 사실을 통보해 중국 지도부를 화나가 했다. 지난해 2차 핵실험과 화폐 개혁, 올해 천안함 사건 등 자칫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혼돈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질 때도 중국은 북한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 데서 미국이나 한국보다 오히려 떨어질 정도로 북한의 냉대를 받았다.

비동맹외교를 표방하며 내정 간섭을 금기시해온 중국이 금기를 깨고 "북한 내정과 외교상의 중대한 문제를 알려달라"고 언급한 데는 이런 불만을 지적안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후 주석의 이 발언은 과거 같으면 내정간섭으로 양국 간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6일 회담에서 원자바오 총리도 김정일에 충고에 가까운 말을 했다. "이전과 다름 없이 중국은 북한의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을 꺼낸 후 김정일을 처다보며 "중국의 개혁·개방 건설의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배우라는 이야기였다. 왜 개혁 개방을 하지 않고 핵개발에만 몰두하고 엉뚱한 짓만 저지르느냐는 우회적인 지적이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양국 지도부 회담에서 '개방'이라는 말을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거론할 때에도 북한을 겨냥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원 총리는 이런 관행을 깨고 왜 개혁·개방을 하지 않느냐고 지적한 것이다.

원 총리의 뒤이은 발언도 이번 방문에서 "중국 기업의 북한 투자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김 위원장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는 "양국 합작이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변경 지역 기초시설 건설의 속도를 높여 나가자" "새로운 협력 분야와 협력 방식에 대해 연구 토론하자"고 말했다. 이 말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달라는 우회적인 지적이었다. '인프라와 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나라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고 따진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김정일을 은근히 혼내주는 회담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김정일을 따끔하게 혼내주자는 속셈이었다. (하얼빈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