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규탄해온 북한 주민의 심각한 인권 실상에 대해서까지 김정일 정권을 감싸돌고 있다. 이 장관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아동들이 장시간 인권 학대에 노출되는 아리랑 공연을 노무현 대통령이 관람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질문에 “인권 학대냐 아니냐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면서 “인권 문제는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앞서 11일 북한 평양방송이 “모든 나라에 꼭같이 맞는 유일한 인권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면서 ‘미국 = 인권유린 주범’이라고 한 취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이 장관은 18일 개막한 제62차 유엔총회에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제출한 ‘북한인권보고서’의 기본 맥락이나마 읽어봤는가. 북한이 국내법과 인권 관련 국제조약 비준을 통해 인권 개선을 약속해왔음에도 선군(先軍)정치를 앞세운 비민주적 정권으로 인해 인권상황은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이 유엔 특별보고관의 결론이다. 우리는 이 장관이 “북한의 인권탄압·불법행위의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한 언급을 새삼 주목하며, 그에게 어떤 증거를 더 제시해야 하느냐고 물어라도 보고 싶다.
노 정부는 2003년 4월17일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 이래 4차례에 걸친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불참·기권으로 버텨오다가 지난해 11월17일 제61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채택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했었다. 이후 그것이 진정임을 구체적 정책과 실천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우리는 이 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그 찬성의 위선(僞善)이 입증됐음을 안타깝게 여긴다. 지난해 유엔총회 결의 당시 “이번 결정이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 신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는 공식입장을 천명한 외교부라도 나서 이 장관의 반(反)인권을 지적해야 한다는 판단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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