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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공작원 송두율 다시보기

宋 공작금 받고 ‘내재적 접근법’ 발표…PA(공작주동자) '침투당한 공화국 서독내의 슈타지(stasi)' 이 책은 2000년 독일에서 출판되었으며 저자는 후베르투스 크나베씨, 독일 통일 이전까지 동독의 첩보기관 슈타지(구동독 국가안전부)가 서독내에 구축한 첩보망을 통해 서독국가기밀을 동독으로 빼돌린 사실 등을 열거해 수록한 책으로 월간조선에도 연재된 바 있다.

- 송두율씨의 지난달 14일 기자회견 장면

그 중요한 내용을 보면 동독 첩보기관 슈타지(국가안전부)는 당시 서독 사민당과 빌리 브란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그 내부에 첩보망을 구축했다. 사민당이 집권한 뒤부터는 이 첩보망을 통해 서독국가기밀을 동독으로 보냈다. 동독수뇌들은 서독 상황에 대해 서독총리 보다 먼저 알고 있었을 때도 있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은 1960년대 이후부터 서독 지식인 사회에서는 동독편을 들어주고 동독을 인정해야만이 진보적이라는 논리가 팽배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많은 서독인들은 서독에서의 적은 좌파가 아니라 우파내에 있다며 진보세력을 지목했다.

특히 슈타지에 약점을 잡힌 서독 언론의 반역적인 보도 행태도 한 몫 했다. 동독 공산당이 40여년 동안 장기 독재집권이 가능했던 것은 상당부분 서독의 진보적 지식인들에 그 책임이 있다고 크나베씨는 강조했다. 이로 인해 서독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국민들의 비판과 저항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빌리 브란트 수상을 낙마케 한 최측근 보좌관 기욤이 동독 슈타지의 일급 첩보원으로 밝혀진 것도 진보세력들이 목소리를 한껏 높일 무렵인 1974년의 일이었다. 1980년말 동유럽공산주의가 붕괴되기까지 40여년 동안 슈타지에 놀아난 서독의 허약한 모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당시 슈타지에 포섭되어 협력한 소위 비공식정보요원(IM)은 2만-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서독의 전례가 우리들에게 심상치 않은 사실은 동독의 서독에 대한 간첩활동은 서독의 동방정책 추진으로 동·서독의 상호 승인과 상호교류가 궤도에 오른 70년대에서 80년대말에 이르는 기간에 오히려 더욱 확대 강화되었다는 사실로,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의 첩보수집은 과학기술적 수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당부분이 여전히 인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1907년 헤이그에서 체결된 육전법규관례(陸戰法規慣禮)에 관한 조약, 부속서 제2장에 규정된 스파이에 의한 개인적 첩보활동도 실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첩보기관에서는 인간정보(humint)와 비밀공작(convert action), 또는 공개적(논문발표, 강연)인 활동을 통해 내부 분열과 혼란을 야기 시키는데도 목표를 두고 있다.

첩보공작활동을 수행하는 계선 조직은 일반적으로 intelligence officer(약칭 IO 해당국첩보기관정규직원으로 공작조정관), principal agent(약칭 PA 공작주동자 첩보기관직원아님), action agent(약칭 AA, PA의 지원세력, 행동대원) 선상에서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이다.

따라서 IO-PA-AA라는 등식이 첩보세계의 일반이다. 물론 각국의 정보기관마다 차이는 있다. 그러니까 해당국 정부에서 상대국에 대한 특정의 공작을 수행하기 위한 그 실무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IO에게 명령이 하달된다. IO는 공작계획서를 작성하고 구체적인 실무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때 IO는 PA에게 구체적으로 행동실천 방향을 지시하고 PA는 곧 행동에 옮기고 자신 단독의 힘이 부족할 때는 AA를 활용하여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IO(공작조정관)-PA(공작주동자)-AA(행동대원)

그러나 IO와 AA는 접촉하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PA는 반드시 IO를 접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때로는 통신이나 서면, 무인 포스트를 통해 접촉,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IO가 PA에게 공작금도 건네주고 PA의 활동상황을 보고 받아 상부에 보고한다.

이러한 첩보세계를 잠시나마 엿본 것은 송두율교수가 1973년 북한에 들어간 것을 비롯해서 20여차례 방북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리고 최고 15만$를 받아쓴 것으로 드러났다. 송교수가 방북했을 때 북한의 IO를 만났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송교수가 돈을 받았을 때도 이 IO로부터 수수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건 IO들은 거의 신분을 위장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은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송두율이 김일성을 면담하고 사진을 찍은 것은 노동당에 입당한 후 18년만에 이루어졌다. 1991년 5월25일자 노동신문 1면 머리기사를 보면 사회과학원의 초청으로 조국을 방문하고 있는 독일 뮌스터종합대학교수 박사 송두율을 김일성 주석이 접견했으며 김 주석은 송두율교포와 동포애 넘치는 따뜻한 담화를 하였으며 오찬을 마련하였다고 보도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송두율교수는 비로소 북한기관에서 인정해 김일성 접견기회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송두율은 73년에 노동당에 입당한 것으로 되어있다. 30년전의 일로 송두율이 29살의 청년시기였으며 당시 서독의 진보지식인들은 동독을 칭찬하고 인정해야 지식인 대우를 받는 풍토가 만연되어 있었으며 빌리 브란트 수상의 동방정책이 힘을 받고 있을 때였다.

송두율교수의 대북시각도 당시 서독사회 지식인들 행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니까 1973년 이후 북한의 IO가 송두율에게 필요한 만큼의 달러를 건네주었을 것으로 보이며 북한을 찬양하는 논문을 발표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1988년에 발표된 논문이 바로 "내재적 접근법"이다. 바로 이 논문이 북한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바로 이런 유형이 북한 첩보기관에서 목표로 삼은 고수준의 공개적인 공작인 것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송두율은 북한의 대남공작활동 조직의 PA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송두율은 노동당원으로 활동한 것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 일면 그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송두율의 친북적 자세와 친북적 논문 발표 등의 활동은 PA로서 영향력 있는 공작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송두율을 감싸는 측에서는 학자적 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학자적 양심이 결과적으로 이적행위가 되어도 무방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송두율의 학자적 명성과 그의 내재적 접근론이라는 논문은 우리 지식인 사회의 대북 인식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반미 정서를 태동시키는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핵폭탄보다 더 큰 위력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나라나 간첩은 엄중처벌"

이러한 송두율의 행동 반경에 대해 북한의 첩보공작부서 당국은 주공작원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송두율은 구속수감 되었다. 우리는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볼 뿐이다. 북한의 첩보기관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송두율의 정체가 드러난 이상 북한도 송두율을 버릴 것으로 예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그를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송두율의 법정 투쟁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법의 심판이 종결되기를 끈질기게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송두율이 합법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북한의 첩보기관 입장에서는 성공적 공작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의 처벌을 받았지만 송두율의 성공적 입국으로 남한내 깊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평가할 것이다. 송두율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도, 전향을 끝끝내 거부하는 것도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송두율이 귀국전 국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해 놓고 있음을 알면서도 기를 쓰고 귀국한 것은 북한 공작부서의 치밀한 시나리오대로 행동하라는 지령에 의한 것으로 밖에 달리 볼 수가 없다. 북한을 위해 활동한 송두율 그는 한 주공작원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다. 이런 존재를 극구 변명해주며 감싸주는 계층도, 결국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Action agent라는 졸개로 전락하는 것이다.

송두율은 노 대통령이 표현한 것처럼 분단이 빚은 불행한 지식인이 아니다. 그 스스로가 북한체제를 택해 찬양했으며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전략전술에 이바지한 이적행위자이다. 노 대통령은 또 그에게 관용을 베풀면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나라건 간첩사건에 대해서는 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관용과 여유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만약 송두율이 법의 처벌을 끝내고 남한 땅에 둥지를 틀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그것은 바로 북한공작부서의 목표가 성공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를 처벌한 연후에 국외추방이 마땅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서 그렇다.

이팔웅 독립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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