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낚시를 좋아한다. 선상 낚시보다는 갯바위 낚시가 좋다. 그러다 보니 입장료 내는 유료낚시터는 질색이다. 한두 번 안 가본 건 아니지만 인위적인 건自然的인 걸 따라 갈 수는 없다.

내가 사는 퇴계원 APT 뒤편에 왕숙천이 흐르고, 다용도실에는 낚시 도구가 한 가방 가득하지만 왠지 냇가 낚시는 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도 새벽녘에 운동 삼아 왕숙川을 걷다보면 냇가에 낚시 줄을 담그고 있는 낚시꾼 몇 명이 눈이 들어온다.

지금은 시간도 돈도 여유가 없어 바다낚시 가본지 한참 돼지만 모든 게 자유로울 때는 남해의 미조 항서 고깃배를 타고 30~40분 거리 있는 작은 섬 갯바위서 낚시 줄을 던지곤 했다. 잡히는 물고기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돌돔과 우럭이 올라왔다. 프로낚시가 아니기 때문에 같이 간 일행과 횟감 정도만 잡고 그냥 남해바다의 상큼한 내움 새와 풍광을 즐기다 돌아오는 편이다.

낚시꾼도 아마추어와 프로가 있다. 아마추어는 어쩌다 생각나면 훌쩍 낚시가방을 메고 낚시터로 떠나는 정도고, 프로는 낚시에 미친 사람이다. 낚시에 대한 각종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全國 어디서, 어떤 고기가 잘 잡히는지 포인트도 알고, 어떤 미끼를 써야 하는지, 낚시도구도 종류에 따라 층층이 구색을 갖추고 있다. 낚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아마추어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요즘은 20대의 젊은 프로도 많다. 호수나 저수지. 민물낚시서 월척붕어나 대물 가물치를 잡아도 도로 방생해주는 게 프로다.70센티급 가물치를 도로 놔주는 김재우 강화바리가 그래서 좋다. “놔 줄걸 왜 잡느냐?” 하는 분도 있지만 프로가 되면 잡은 물고기도 사랑하게 되는 모양이다. 생선매운탕을 안 먹는 낚시꾼도 많다. 낚시터서 매운탕보다 삼겹살 구워 먹는 것도 종종 본다.

인생살이도 어찌 보면 낚시터와 같지 않은가? 낚시 바늘에 끼인 미끼에 물고기가 잡히는 것과, 입맛 맞는 미끼에 낚인 인간 모습에서, 다른 점이 무엇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요즘 루어낚시가 유행인 모양이다. 가짜 미끼를 진짜와 똑 같이 만들어 물고기 습성을 건드려 낚아채는 게 루어낚시다.

물고기들 식성은 유별나다. 먹이 감이 눈에 띄면 성급히 달려들어 삼키려 든다. 그렇게 성급하게 먹이 감에 달려들지만 않아도 낚시는 막대 끝의 줄에 매인 아무 쓰 잘 것 없는 꾸부러진 바늘일 뿐인 터인데.

프로들은 다 어디가고, 아마추어들이 보리밥덩이로 잉어 낚으려 설치는 현실이 유료 낚시터만도 못해, 사는 게 너무 싫다.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