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5월 쌀값이 1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안 그래도 기름값, 공공요금 등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는 마당에 식탁의 최후보루인 쌀값마저 뛰는 상황이여서 물가 당국 입장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 지난해 급등해 대량 수입까지 했던 배추 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오락가락 물가에 식탁위 밥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소비자 물가 중 52개 주요 생필품 소비자 물가(MB물가)를 살펴보면 쌀값은 5월 중 전년 동월대비 10.2%나 급등했다. 지난 1998년 12월(10.2%) 이후 12년 5개월 만에 최대치다.

쌀값이 치솟은 이유는 지난해 흉년이 들어 햅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지난해 기상조건의 악화로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60만t 이상 줄었다. 여기에 쌀값 안정화 차원에서 정부가 적정치보다 많은 쌀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확한 지난해 쌀의 도정수율이 낮아진 것도 쌀 부족의 이유로 꼽힌다. 이는 기상이변으로 알곡이 제대로 영글지 못하면서 벼를 빻아 쌀이 되는 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벼 100㎏을 도정하면 쌀이 72㎏ 나왔는데, 올해는 69㎏ 수준만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형 농가들이 쌀값의 상승을 노리고 물량을 재어두고 있는 점도 쌀값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런 대목은 정부가 비축 물량을 20만t 넘게 풀겠다고 하면 쌀값 상승세가 전월대비 0.3%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게 위안거리다.

반면 지난해 `다이아 배추`로까지 불렸던 배추 값은 갈수록 바닥을 치고 있다. 5월 들어 배추가격은 전월 대비 53.6%나 떨어졌다. 특히 최근 추세를 보여주는 전월대비 비교에선 56.7% 하락해, 전체 MB 물가 지수 중 가장 낙폭이 컸다. 지난해 김장철 파동 당시 대량 수입이 이뤄지는 등 공급 과잉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편 5월 MB 물가에선 서민들이 주로 찾는 식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체감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마늘이 전월대비 기준으로 57.6% 뛰었고, 돼지고기(29.5%), 고등어(28.4%), 달걀(26.1%), 두부(18.8%) 등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밀가루(12.8%)와 설탕(28.0%)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스낵과자도 6.5% 올랐다.

정유사들이 석 달간 리터당 100원 인하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석유류 제품의 가격이 하락했다. 휘발유, 경유는 전년 동월대비 9.9%, 13.9% 상승했다. 하지만 추세를 보여주는 전월대비 기준으로는 각각 0.9%, 1.6% 하락했다. 다만 등유가격은 전월대비 25.8%, 전월기준으로 3.2% 뛰었다.

MB 물가 품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담배 가격의 변동이 눈에 띈다. 외국산 담배들이 2500원에서 2700원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전체 수입담배는 전월대비 5.3% 상승했다.

하지만 가격 인상과 함께 점유율이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외국산 담배들이 전격적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