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 찾아 해외로 떠나렵니다”
늘어나는 '굿바이 코리아' 행렬
주말 이민·유학박람회 인파로 북새통
탄핵안 가결등 어수선한 정국도 한몫
살인적인 사교육비, 생존 경쟁,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끊임없는 악재에 한국탈출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민·유학박람회는 보다 나은 삶을 찾아 한국을 등지려는 장삼이사의 행렬로 북새통을 이뤘다.
각 국 이민상담소와 유학사무소 450여개가 늘어선 박람회장에는 이틀 동안 무려 2만5000여명이 찾아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곳을 찾은 이들 중에는 자녀의 조기유학 뒷바라지나 어학연수를 준비하는 ‘임시 출국자’들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아예 한국을 떠나려는 ‘영구 탈출 희망자’들이 많았다. 또 의사나 교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눈에 띄어 갈수록 거세지는 탈 한국 러시를 실감케 했다.
호주 이민 상담부스를 찾은 안창선(34·경기도 부천시)씨는 “4년 전 치과를 개업했는데 그동안 주변에 치과가 5개나 들어섰다”며 “스스로 중상위층이라 생각하지만 각박한 이곳에 사는 게 지겨워 자격증이 통하는 나라만 있다면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대사관 비자과 상담소를 찾은 한 40대 부부는 “두 아들이 캐나다에서 조기유학 중인데 한국에 돌아오고 싶지 않다기에 우리가 이민가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최근 미국 이민법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말을 듣고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부인 손모씨는 “사실 아이들이 돌아와봐야 행복하게 살기는 어려운 사회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학상담부스를 찾은 이들 중에도 한국에 대한 희망을 접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10살 난 딸의 손을 잡고 중국 중등부 상담소를 찾은 교사 정모(40·여)씨는 “교사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내 딸이 입시지옥을 거칠 생각을 하면 암담하다”며 “중국에 한국어 교사 수요가 많다기에 이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 등 어수선한 정국도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일산에서 일식당을 운영한다는 김기업씨는 “가뜩이나 경기가 얼어붙어 힘이 든데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터지고 나니 난장판인 나라에 살고 있다는 한심함을 떨칠 수 없다”며 “캐나다에서 인기라는 간이 생선초밥집을 차려 유유자적 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균기자
2004.03.14 (일)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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