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에 글을 쓰는 분 중에는 직장생활을 착실히 하면서도 짬짬이 틈을 내어 정론을 펼치는 분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명퇴를 하고 남은 인생을 반추하면서 후배들에게 지난날의 경험을 교훈삼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차원에서 글을 쓰리라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그 때 왜 그렇게 못 했는지 회한도 남고 이제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느낄 때가 왕왕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시간의 변수를 잠간 망각한데서 온 착각일 뿐이다. 나도 지금 현시점에서 참모총장이 아니라 국방장관을 시켜준들 역대 장관보다 못 하지는 아니라는 자신은 든다. 그러나 현 장관은 2년 후배이다. 2년 후배와 비교하여 내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허상과 자신을 비교하는 꼴이다. 경쟁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동기생 류와 경쟁하는 것이지 몇 년 뒤의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이회창씨가 지금 대선에 출마하려 한다. 지금 정치판에 뛰고 있는 정치인들을 보니 도무지 맘에 차지 않고 믿음직스럽지 못 하다는 심정일 게다. 이회창씨가 대선마당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지도 10년이 지났다. 그 때는 60대였고 지금의 후보들은 그 때 40-50대였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씨는 70대이고 그 때 후배들은 연부역강하여 50-60대의 원숙한 세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제 70대에 세상을 바라보니 더 많이 보인다고 내가 할 때이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역사에 기록되고 평가를 받는 것은 자기 때에 무슨 일을 얼마만큼 하였는지에 따라 심판을 받는 것이다. 이씨는 한나라당이 과반수가 넘는 제일 야당시절 국민의 뇌리에 남을 만한 일을 도대체 얼마만큼 했나? 두 번의 낙선으로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외에 남긴 것이 무엇인가?
그는 지금 이명박 후보의 정체성이 의심되어 중도우익을 통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씨는 지난 날 진정한 중도우익의 지도자였나?
그가 한나라당 총재시절 김대중이 6.15선언을 하는 반역을 범했다. 그럼에도 제일야당 당수로서 6.15선언 반대발언 한마디도 못 했다. 그 많은 우익단체들이 6.15선언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음에도 코빼기 한번 내비치지 않고 몸조심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세계적 축제인 월드컵 기간중에 북괴가 서해교전을 일으켰고 대통령이 싸우지 못하게 해서 우리의 아까운 장병이 산화했다. 그럼에도 제일야당 당수로 국군 통수권자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한 적이 있는가? 김대중의 처사는 국군통수권자로 탄핵을 받아야 마땅했었다.
갈수록 가관인 것은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좌파들의 촛불시위가 극성을 부릴 때 우익지도자였다면 딱 부러지는 한마디 했어야함에도 오히려 그들의 집회에 참석하고 추모서명까지 하였는데 무슨 우익으로서 정체성을 보여준 게 있다고 이명박 후보의 정체성을 거론하는가?
이명박 후보는 이번 선거의 성격을 친북좌파와 보수우익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한 바 있고 북핵, NLL, 남북경협 등에 우익적 시각으로 대처해 왔다. 이것이 지금의 자기 성에 차지 않는다고 정체성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명박 후보는 당신이 야당 총재시절 한 것보다는 훨씬 더 용감하고 소신 있게 말하고 있다. 지난 날 당신의 위치에서 당신이 한 것과 비교해서 판단하고 잘잘못을 따져야지 10년이 흐른 후 지금 당신의 생각에 맞지 않는다고 정체성이 부족하다면서 대선에 나가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자 착각이다. 지금의 이명박 후보는 당시의 당신보다 훨씬 더 우익적이고 용기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김대중이 야당총재 시절 수천억의 뇌물 먹은 비리를 가냘픈 주부가 증거까지 수집하여 당신에게 고발했지만 당신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만하는 비겁함을 범하지 않았던가?
이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린다고 뭔가 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10년 세월이 흘렀고 이제 무대는 후배들을 위하여 펼쳐져 있다. 무대 아래에서 손뼉치고 격려해줄 때 선배로서 아름답지 무대위에 서려고 하는 것은 국민의 눈에는 추태로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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