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정신나간 합의서 체결
호남뉴스라인
민주노총 건설기계 우선 사용’ 합의서 법적근거·효력·권한 전무
실과장 “문제없다” 안이한 사고 ‘맹비난’
전남도가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상징성이 커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 있는 불법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합의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전라남도 국장 등 고급간부들이 민주노총의 건설기계를 우선 사용토록 하는 내용을 합의해 법적근거·효력·권한 등이 전무한 당사자들끼리의 정신나간 합의서를 체결해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이 법적인 근거가 없는 이 합의서를 근거로 기초자치단체와 합의를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도 도로교통과장 등 실과장 5명과 건설재난국장은 지난달 27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가 요구한 합의서에 서명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합의서에는 ‘70억 미만의 전남전체의 관급공사에 대하여 건설기계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의 건설기계를 우선 사용토록 한다’는 불법적 특혜조항이 명시돼 있다.
또 ‘70억 이상의 관급공사에 대하여 우선사용토록 권장하고 공정거래법에 위반되지 않을시 전체를 지부의 건설기계를 우선 사용토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관이 공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어 특혜시비와 더불어 월권행위에 합의한 꼴이란 비난도 사고 있다.
즉 발주처가 전남도라고 하더라도 시공사의 고유권한을 침범하는 내용으로 풀이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합의내용을 덤프차량에 적용할 경우, 전남 전체 2천 676대의 덤프차량 중 약 7백여대의 민주노총 소속 덤프 차량만 우선 사용 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다행히 합의서가 법적인 효력을 지닌것은 아니며 합의내용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므로 원칙적으로 무효한 합의로 보인다.
당시 합의서에 서명한 도청 국장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내용이다’고 뒤늦게 잘못을 시인했다.
▶합의서 내용의 심각성
합의서의 서두에는 ‘전라남도 박준영 도지사의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아 이 면담에 응하였으며...’라는 문구로 시작해 사실상 도지사가 인정한 합의서의 양식을 갖췄다.
아무리 법적인 효력이 없다손 치더라도 지부측이 이런 권위있는 합의서를 근거로 관급공사 현장에서 지부의 장비만 사용해줄 것을 요구할 경우 현장에서는 사실상 거부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급공사는 관리·감독이 발주관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시공사가 부담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 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다.
▶확산되는 파장
문제는 지부관계자들이 이를 근거로 진도군 등의 지자체에 같은 내용을 합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진도군은 도와 같은 내용에 합의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으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란 단서를 둬 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든 후 합의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합의서에 서명한 전남도의 관계자들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 해남군도 민주노총 지부의 요구로 내용을 변화시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남군에서 발주한 공사에 대해서 시공사에게 민주노총 지부의 장비와 인력을 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의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지부는 또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목포시청 앞에서 ‘생존권 쟁취’, ‘수급조절’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으며, 이과정에서 시청 고급관계자를 만나 도에서 합의한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의 무분별한 합의서가 선례로 작용해 각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고 있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즉 민노총 지부측은 ‘상위 행정기관인 도 실무자들이 합의했는데 왜 지초자치단체에서 합의를 안해주느냐?’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뒤 늦게 수습에 나서는 道
파장이 확산되자 도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으나 파문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는 지난 7일 민주노총지부측에 합의서내용을 확산시키지 말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9일 수요일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합의에 현명히 대처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별문제 없다”는 안이한 대응
당시 합의서에 서명한 도청 공직자 대부분은 그릇된 사태를 인정했으며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잘못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실무과인 도로교통과 K모 과장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잘못을 부정해 공직자로써 적절치 못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는 “지역업체를 우선 사용하자는 내용이라 서명한 것이다”고 발뺌했다.
‘70억 미만의 전남전체의 관급공사에 대하여 건설기계는 지부의 건설기계를 우선 사용토록 한다’는 첫 번째 조항에 대해서 전면 부인한 것이다.
또다른 모 과장은 처음에는 “서명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으나, 취재진이 합의서의 사본을 제시하자 “잊고 있었다”고 말을 바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반발하는 덤프 노동자
한국노총측은 즉각 반발하며 도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소속 노동자들도 울분을 참지 못하고 도를 맹비난했다.
목포에서 덤프장비를 운영하는 비소속 노동자 A씨는 “제정신으로 서명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3백여 한국노총 소속과 1천 6백여 비소속 덤프차량 노동자들은 전라도민이 아니란 사고로 이뤄진 행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고작 30%에도 못미치는 민주노총 소속의 차량들에게 명백히 특혜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며 “서울에서 동종업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사실을 설명하자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을 하느냐?’며 황당해 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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