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굴복시킨 힘의 정체!
글쓴이 : hawkeye (2005-12-08 13:21:34 ) 읽음 : 956, 추천 : 10
기고만장 하던 mbc가 무릎을 꿇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취재 과정의 오류를 인정하며 메인 뉴스를 통해 사과방송을 내보낸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속 시원한 경험이었다. 대통령까지 비호에 나서고 친여 친노 매체들이 주구장창 mob 입장을 대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잘못을 시인했다는 점에서 통쾌하기 이를 데 없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찜찜한 구석도 남아있다.
가장 걱정되는 현상은 mbc의 사과방송을 분석하는 방법에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네티즌의 결집된 힘이 mbc의 사과방송을 이끌어냈다고 하는 네티즌 스스로의 자만심은 차후 엄청난 장벽에 부딛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 사태를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로 이끌어 버린 보수 네티즌들은 위험한 지뢰의 인계철선을 이미 건드렸는지도 모른다.
황교수 사태를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나누어버린 논점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mbc의 사과방송과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로 초점을 맞추어 보자. 과연 mbc는 네티즌들의 힘에 굴복했을까?
결론부터 말해 mbc는 네티즌들의 힘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광고주들의 광고 철회에 굴복했다. 물론 광고주들의 광고철회가 네티즌들의 불매운동 등을 인해서 격발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여태껏 불매운동이 하나의 회사, 또는 다수의 회사를 치명적으로 위협할만한 수준으로 이어졌던 적이 있는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럼 mbc의 광고주들은 그런 사실을 몰랐을까? 결코 모를 리가 없다. 또한 아무리 몸에 나쁜 무엇 무엇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여태껏 구매하던 타성에 젖은 소비자들은 별다른 관심 없이 물품을 고른다. 그것은 열라 반미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나이키라면 죽고 못사는 현상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광고주들은 네티즌의 불매운동을 겁내지는 않는다. 불매운동으로 문닫은 회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광고주를 움직였을까? 그들이 움직여가는 과정은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의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지극히 자제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고 그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라고 가정한다면 문제의 핵심에 대한 접근은 훨씬 더 쉬워진다.
기업들! 다시 말해 광고주들이 가지고 있는 모종의 불만이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시설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힘에 대한 불만, 신규투자로 인한 수익의 창출을 막고 있는 힘에 대한 불만, 여태까지의 성과를 퇴색하게 만드는 힘에 대한 불만이 기업과 광고주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광고주를 움직인 것은 네티즌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불만을 해소할 어떤 사건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종의 움직임 이후 되돌아올 역풍을 계산해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의 숨겨진 칼날을 보지 못한 정부와 mbc의 작태 즉 취재윤리 위반이 광고주들이 숨겼던 칼을 휘두를 명분을 준 것이다.
여기서 네티즌들의 역할이란 심히 미미하다. 그들은 그저 광고주들이 움직이는 것에 신호탄을 쏘아올 리는 일을 했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신호탄을 쏘아 올린들 그 신호탄에 반응할 주력부대가 없다면 신호탄은 그저 초라한 불꽃놀이일수 밖에 없다.
네티즌들 특히 보수 네티즌들은 알아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이념이나 사고방식은 보수 네티즌을 제외한 90프로 이상의 일반국민들에게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부 보수 네티즌들은 아직도 적은커녕 나 자신의 역량도 모르고 있다. 스스로의 힘을 과대 포장하여 어떤 결과를 바라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한 자신들의 역량에 대한 과신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갓난아기라고 해도 핵탄두의 발사 스위치를 누를 수 있다는 말이다.
발생하는 일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네티즌 스스로의 정확한 자리매김이 있어야 한다. 보수의 네티즌이 자신의 역량을 과신하여 보수내부의 오판을 유도한다면 차후의 노선투쟁에서 보수전체의 잘못된 판단을 이끌어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국회의원들이 지난 총선에서 범한 오류와 유사한 오류를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는 네티즌도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난 총선의 그것처럼 치명적일 수 있다.
hawkeye (www.dayog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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