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부정 방지대책이 관련 당국의 늑장대응으로 겉돌고 있다. 수능 응시자 접수는 이미 지난 14일로 마감됐고 시험일인 11월 23일까지는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수능 부정 방지대책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국정감사 자료로 내놓은 ‘수능비리 방지대책 마련 현황’에 따르면,우선 학교 당 한 대씩 지급해 수능 시험 도중 전파발사를 감시할 휴대용 전파탐지기에 대해서는 아직 업체 선정도 못했다. 또 고사장(교실) 10곳에 한 대씩 마련해 휴대전화기 휴대 여부를 검색할 휴대용 금속탐지기는 이 달 초에야 겨우 제품 사양,가격 조사 결과가 각 교육청에 통보된 상황이다.
늑장대응은 정보통신부도 오십보백보다. 전파차단기의 경우는 정통부가 기술적 문제를 점검하기 위한 실험국을 8월초부터 운영해 9월 중순 국회에 보고키로 했으나 보고는 고사하고 실험국 운영조차 착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번 국감 과정에서 드러났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조직적 수능 부정사건이 발각돼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지 벌써 1년이 돼 가지만 교육 당국은 이미 사안의 중대함을 잊은 듯하다.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부정 연루 학생들을 처벌하는 데는 발빠르게 대응했지만 정작 시험 감독관을 비롯해 수능시험 관계자에 대한 책임은 따지지 않았다.
교육 당국이,시험관리에 대한 자기책임 규명의식이 부족했던 것처럼 부정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도 소홀하게 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렇다면 올 2월 말 정부가 내놓은 ‘수능 부정행위 방지 종합대책’조차 실효성,실천 의지와는 상관없이 단지 면피성 대책을 나열한 것이었나.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정부의 철저한 대응을 거듭 촉구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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