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순, 허준, 그리고 노무현
- 사회의 벽을 무너뜨려라
늦었지만 찾아뵙네요. 나라가 위급해졌을 때 3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 또는 순응하며 방관하는 사람. 첫째 사람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지만, 후대에게 많은 빛과 기억과 교훈을 남기고, 둘째와 셋째 사람은 비록 그 당시에 일신의 안위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후대에게 아무런 빛도 기억도 남기지 못한 채 그저 사라집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첫째 사람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있기에 후대에 우리가 자랑스럽게 이 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주어진 시대 현실을 이끄는 사람들. 오늘 또 한분의 첫번째에 속하시는 분을 만나 뵙게 돼서 정말 기쁘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문산여자고등학고 3학년 지관순입니다. 오늘 와서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갑니다. 모든 것이 짧아져 가고, 기억할 것도 많은 고3 생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을 심고 갑니다. 대망의 수능을 끝낸 후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뵐게요.
지관순 학생이 몽양 여운형 기념사업회 게시판에 올렸었다는 위의 글을 읽으며 저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명쾌한 분류와 역사적인 사고를 가진, 그러나 이러한 사고를 하고 글을 쓰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이 학생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학생일까?
그 학생은 지난 주 방송된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린 학생이더군요. 더욱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할 만큼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근로장학생, 과외 등을 하며 고학을 하고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지관순 학생의 기사를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지관순 학생의 장래 희망이 역사학자가 되는 것이라는 기사를 보며 저는 지관순 학생의 글이 그냥 쓰여진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많은 책과 글을 읽으며 이루어낸 역사적 사고에서 나온 글이었던 것입니다.
나라가 위급해졌을 때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3가지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일상에서도 그 적용이 가능합니다.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 또는 순응하며 방관하는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이익을 쫓으며, 심지어 일부의 못된 인간들은 그 이익을 위하여 남을 짓밟고, 민족을 배신하고, 나라를 팔아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현실에 체념하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을 하며 현실에 순응하고 방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사를 이끌어 왔던 사람들은 언제나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전봉준이 현실에 저항하였고, 신돌석이 현실에 저항하였고, 김구와 여운형이 현실에 저항하였고, 김주열이 현실에 저항하였고, 80년 광주의 시민들이 현실에 저항하였고, 박종철과 이한열이 현실에 저항하였고, 2004년 3월의 촛불과 4월의 투표 부대가 현실에 저항하였습니다. 이들이 역사를 바꾸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관순 양이 말했듯이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맞습니다. 현실 속의 부조리를 저지르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이기주의자들이 아직도 이 사회의 힘센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탄압을 통해 자신들이 군림하는 피라미드를 지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여 승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승리한 것은 허준이었고, 가장 최고의 위치에까지 올라간 것은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지금부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사회의 벽을 넘어서라
허준은 아버지 허론과 어머니 손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손씨는 허론의 첫째 부인이 아니었습니다. 허준은 서자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서자들의 유일한 출세 통로는 기술관이 되는 것이었고, 허준은 의술로서 성공하여 종1품 숭록대부에 까지 올랐고, 죽은 뒤에는 정1품 보국숭록대부에 까지 올랐습니다. 그야말로 당시 엄격했던, 서얼을 차별했던 사회의 벽을 넘어서 양반도 되기 힘든 그야말로 최고의 벼슬까지 얻었던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10년 뒤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2년 뒤 판사가 되었다가 이듬해 변호사 개업을 하였습니다. 81년 부림사건변론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약하기 시작하였고, 88년 부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88년 제5공화국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여 이른바 '청문회 스타'로 각광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기적 같이 국민 경선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른바 명문 집안에 명문고, 명문대를 나와 패거리를 이루면서 끼리끼리 잘 먹고 잘 사는 주류 특권 귀족층들이 볼 때는 서얼만도 못한 일반 평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노력과 성실성으로 그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힘없고 빽 없는 사람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쾌거입니다.
스스로 기회를 개척하라
허준에게는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광해군의 두창을 스스로 나서서 고쳤습니다. 그 사정을 허준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그 증상이 매우 위험하였으나 모두들 약을 써서 허물을 얻을까봐 가만히 있었고 병세는 더욱 위험해졌습니다. .... 신이 성지를 받들어 영약 여러 개를 힘써 찾아 문득 세 번 약을 쓰니 세 번 효과가 있어서 금새 악증이 없어지고 정신이 되돌아와 여러 날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이 인용문을 보면,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기회를 개척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어의들은 치료 실패의 책임 때문에 수수방관했지만 허준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것입니다. 만일 실패했다면, 엄청난 비난이 그에게 쏠렸을 것이지만 그는 그것을 알면서도 모험을 강행하여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왕자를 고쳐낸 대가로 선조는 그에게 정3품 당상관인 통정대부의 품계를 내렸습니다. 이는 당시의 신분구조상 서얼 출신이 정상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지위인 당하관 정3품 통훈대부라는 한계를 큰 공으로 돌파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이른바 '5공 청문회'에서 청문회 스타가 되었습니다. 다른 국회의원들의 무성의한 준비와 한심한 증인심문과는 달리 노무현 의원의 성실한 준비와 국민들의 속을 풀어주는 시원한 증인심문은 그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후 김영삼의 세력권에 안주하던 다른 의원들(이 때 이인제는 따라갔습니다. 지금 이인제의 꼴을 보십시오.)과 달리 3당 야합에 따라가지 않고, 정통야당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지역감정에 맞서 싸우기 위해 계속된 부산 출마에서 그는 계속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무모한 듯했던 도전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2000년 총선에서 되풀이된 부산 낙선 이후 오히려 그의 대권 주자로서의 지지율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우리의 대통령으로서 우뚝 서게 된 것은 다른 누구의 도움이나 행운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의 능력과 성실성, 고집스럽지만 옳은 일을 향한 끝없는 도전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최선을 다하라
임진왜란의 발발은 어의로서 허준의 신임이 더욱 커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다수가 왕을 따르는 어려움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중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선조를 끝까지 따라간 문.무관은 겨우 17명에 지나지 않았고, 의원은 겨우 2명이었으며, 그 중 1명이 허준이었습니다. "사대부가 너희보다 못하구나"는 선조의 말은 내시와 노비들에게 한 말이지만, 허준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감정에 정면으로 맞서 싸웠습니다. 14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DJ당인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부산 출마를 강행하여 떨어졌습니다. 95년 지자체 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로서 출마를 하였지만 김대중의 정계복귀로 판세는 역전되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하였으나, 노무현 대통령은 거부하였습니다.
그리고 9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다시 김대중을 지지하였습니다. 그리고 2000년 총선에서 또다시 부산 출마를 강행하여 떨어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역사적 소명이 지역감정 해소라는 것을 알고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것입니다.
주류 특권층과 언론의 근거 없는 악평에 맞서 싸워라
왜란 때 공훈을 세운 인물에 대한 대대적인 공신 책봉이 있었습니다. 이 때 허준은 호성공신 3등에 책봉되어 양평군이라는 읍호를 받았고, 품계의 1등급 승진이 주어졌습니다. 즉 종1품 숭록대부가 된 것입니다. 이후 서얼 출신의 의관 허준이 종1품에 오른 것에 대한 문관의 질시와 견제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사관(史官)의 악평이 실록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허준은 성은을 믿고 교만을 부리므로 그를 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선조는 다시 허준에게 관직의 최고의 단계인 정1품 보국숭록대부를 내렸습니다. 이런 조치는 의원의 신분으로서는 조선 왕조 개국이래 처음 있는 대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언론 역할을 했던 사간원과 사헌부에서는 그것이 신분질서를 그르치는 잘못된 조치라고 맹렬히 들고 나왔으며, 결국 선조는 정1품을 다시 걷어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청문회 스타가 되어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되어갔지만 주류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고, 계속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이 확실시되자 주류 특권층과 수구 언론들은 끊임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습니다. 이러한 공격은 대통령이 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짓말과 비합리적인 악평들은 오히려 주류 특권 귀족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주류 특권층에게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라
"허준의 위인 됨이 왕의 총애를 믿고 교만하고 방자했다.", "양평군 허준이 우둔하여 위인이 어리석고 미련하였는데 은총을 믿고 교만했다." "허준이 본시 음흉하고 범람한 사람으로....", "허준이 본래 흉악하고 참혹하며 도리에 어긋난 악한 사람으로서...."
허준에 대한 이런 나쁜 평가는 모두 허준이 당상관, 동반직에 오른 이후에 나온 평가입니다. 이 기록들을 통해 허준이 서얼 출신으로 죽어지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기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신분 때문에 주눅이 들어 있지 않은 그의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88년 국회의원 당선 후 일개 초선의원으로서 '5공 청문회'에서 거물급 정치인과 재벌들에게 조금도 위축됨이 없이 당당하게 질문을 하고 빛나는 활약을 하였습니다. 다른 국회의원들이 '회장님 회장님' 하며 아부떨 때 그는 매섭게 이들을 몰아세웠던 것입니다.
그가 주류에게 주눅들지 않고 이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부터 민주화운동의 정도를 걸어 왔고 그러기에 그의 뒤엔 국민이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일관된 원칙과 정도를 걷는 신념은 3당 야합을 따라가지 않은 것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허울보다 지역감정 해소와 정의를 따른다는 역사적 소신을 선택한 것입니다.
자주적인 나라 사랑, 따뜻한 서민 사랑
허준은 “중국 사람에게는 그들의 땅에서 나는 약초들이 효험이 있듯,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자라나는 약초가 적합하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이론을 펴 우리의 몸에 맞는 의학을 열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처방하는 주요약재의 90% 정도가 향약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약재들이죠.
이전까지 당약이란 이름으로 비싼 중국산 약재를 썼지만, 동의보감 이후엔 우리 약으로 대체, 쉽고 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당시 일반 민중들은 목숨이 위태로워도 여간해선 약을 사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형편을 잘 아는 허준은 동의보감에 단방처방을 넣었습니다. 말 그대로 한가지 약재를 써서 치료하는 처방이죠. 단방엔 바로 민중들을 생각하는 허준의 정신이 가장 잘 담겨져 있습니다. 또 허준은 한문을 모르는 일반 민중들을 위해 많은 한글 언해본 의서들을 간행했습니다. 그래서 일반 백성들도 쉽게 의서를 접할수 있게 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돈도 안되고 힘만 들어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노동사건과 시국사건의 변론을 도맡아 해 나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부림사건'으로 안정적인 변호사 생활을 제쳐두고 본격적인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그는 '부산 민주 시민협의회 상임 위원장'과 '민주헌법 쟁취 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고, 부산지역에서 6월항쟁을 이끌어나가는 등 민주화운동 지도자로 활동했습니다. 그의 청문회 활동이나 이후 정치 행보를 볼 때도 그의 서민과 나라,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주류 특권 귀족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반 서민들과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그는 잘 나가는 아버지도 없었고, 좋은 가문도 없었고, 부자도 아니었으며, 아들을 군대에 안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5.16 쿠테타에 의한 군정에 동조하지도 않았고, 유신 체제 아래에서 판사 한 번 해보려고 고시 공부했던 것을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수구 언론에 의해 화려한 찬사 한 번 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는 지역감정의 피해자였을지언정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영남 싹쓸이를 하는 지역감정의 수혜자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누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허준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여 승리한 역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있습니다. 반드시 노무현 대통령은 승리할 것입니다. 힘들지만 어렵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관순 학생의 글과 눈물을 통해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지관순 학생은 현실에 저항하여 승리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지관순 학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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