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체성 흔드는 ‘김일성 친인척 敍勳(서훈)’ 취소해야

상훈법은 1963년 12월 제정 이래 변함없이 제1조 ‘목적’과 제2조 ‘서훈(敍勳)의 원칙’에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받들어왔다. 조국을 대리해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 및 포장은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 자’(제1조),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제2조)에게 수여하여야 한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김일성 친인척에게 훈장을 주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29일 “국가 정체성과 국민 정서를 고려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일성의 삼촌 김형권과 외삼촌 강진석에게 2010년과 2012년에 각각 추서한 건국훈장 애국장을 취소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8일 국회 정무위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게 이들 서훈을 문제 삼고 “김일성 부모에게도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서훈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박 처장이 “검토해보겠다”고 대답했다가 파문을 일으키자 사실상 번복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독립 운동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김일성의 삼촌과 외삼촌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주었다. 조선공산당 중앙집행위원 김철수·권오설,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 한인사회당을 창당한 이동휘, 조선민족해방동맹을 결성한 장지락 등이 2005년, 남로당 박헌영의 부인 주세죽에게 2007년 훈장을 주었다.

사회주의 계열의 활동에 대한 역사적·학문적 재조명과 대한민국 이름으로 서훈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상훈법의 원칙, 하다못해 제3조가 서훈 기준으로 ‘공적이 국가·사회에 미친 효과’에 ‘그 밖의 사항’을 더해 국민 일반의 정서를 배려하게 한 취지에 충실했던들 이명박정부 들어 김일성 친·인척까지 받든 블랙코미디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서훈은 즉시 취소해야 한다. 상훈법 원칙을 거스른 만큼, 현행 제8조 취소 사유를 적용할 수 없다면 당연히 법규의 시정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