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여억원을 들여 지어 오는 7월 개장을 앞두고 있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설계·시공 잘못으로 '반쪽 터미널'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이 터미널을 사용할 한·일 간 페리 운영 선사들은 22일 "개장을 앞두고 최근 시범 가동해본 결과, 배를 대는 부두 접안시설 바닥 높이가 적정 수준보다 30㎝가량 높아 그대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부두는 원래 화물 부두였던 북항 제4부두의 기존 접안시설을 재정비해 만들어졌다. 선사들은 "여객 부두가 될 것을 감안하지 않고 화물 부두 바닥을 그대로 활용하게 설계 시공하는 바람에 이런 높이 차이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부두 바닥과 배 높이가 맞지 않으면 페리선에 짐을 싣고 내릴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한·일 간 페리선들이 사용할 부두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동·서 양측 2개 부두 중 동측에 있다. 일본 항구들을 오가는 하마유(부산~시모노세키), 승희(부산~시모노세키), 카멜리아(부산~후쿠오카), 팬스타드림(부산~오사카) 등 4척이 오는 7월부터 매일 한 번씩 이 동측 부두에 접안할 계획이다. 서측 부두는 크루즈선들이 이용할 계획이어서 부두 높이에 따른 문제가 없다.

페리 운영 선사들은 "이 상황에서 배와 부두 바닥 간 높이를 맞추려면 균형수를 빼 배 무게를 줄여 30㎝가량 더 뜨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지만, 이 경우 세월호처럼 선박이 균형을 잃어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는 "국제여객터미널은 페리 선사 전용 부두가 아니라 공용 부두로, 최근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항만 설계 기준 등을 고려해 건설했다"며 "하지만 선사 운영 여건을 고려, 바닥을 깎아 높이를 맞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했다.

'세계적 여객·크루즈항'을 모토로 지어진 부산 동구 초량동 북항 재개발지 안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지하 1층·지상 5층(연면적 9만2945㎡) 규모 터미널 건물과 부두, 갱웨이(터미널 건물과 부두에 정박한 페리선을 연결하는 승선 통로) 등으로 이뤄져 있다. 부산항만공사와 해양수산부 등이 2343억원을 투입해 지었고, 2012년 7월 공사에 들어가 지난 1월 준공했다. 이 터미널은 정부의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8조8000여억원짜리 북항 재개발 사업의 첫 가시적 결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