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를 사면하지 않으면 민란(民亂)기획하겠다."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나꼼수' 진행자였던 정 전 의원을 출감시켜, '정권 탄압의 피해자'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현재 정 전 의원은 BBK 관련 허위사실 유포죄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부터 홍성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정봉주의 입담은 최고 아닌가. 그 안(교도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만 풀어내도 또 한바탕 난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의 '입'에 대한 민주당의 기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당 대선경선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맞상대를 뽑기 위한 마이너리그로 전락해 '흥행요소'가 절실한 상황이다. "'용패(바둑에서 바둑판을 흔들기 위해 무리하게 두는 패)'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라는 민주당으로선 대선판을 흔들기 위해 '정봉주 패'라도 꺼내야 할 입장이다.

경선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었다. 일단 민주당은 정 전 의원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정봉주 구하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28일엔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나꼼수 표현의 자유법(정봉주법) 통과를 위한 문화의 밤' 행사를 열고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일부 대선 경선주자들도 행사에 참석해 나꼼수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접대성 발언'을 내놨다. 소수지만, '신도'로 불릴만큼 강력한 응집력을 가진 나꼼수 팬들의 집단표심을 의식한 발언이다. 김두관 후보는 "정봉주 전 의원이 나와서 큰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정세균 후보는 "총선 때 내게 편지를 보내 꼭 당선되라고 격려했으니 빚을 갚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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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MB, 정봉주 8.15특별사면해야"

특히 민주당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가석방 논란을 빌미로 정 전 의원을 8.15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정봉주 구명위원회 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1일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정 전 의원은 8.15광복절특사를 통해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 전 의원을 특별사면하라는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귀를 막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 전 의원 8.15특별사면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통령이 반드시 해야 할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8.15 특사를 통해 정 전 의원을 사면복권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편파적인 옥살이이며 헌법 정신을 유린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또한 정 전 의원과 똑같은 말을 한 사람으로서 진실을 외면하기보다 인도적 차원에서 8.15 특사를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 의원은 "정 전 의원이 8월 15일이면 형기의 64%, 9월이면 형기의 76%를 마친다"며 "8.15특별 사면이 되지 않더라도 9월에 가석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4.11 총선 당시 '김용민 막말 파동' 등 나꼼수에 데인 악몽을 거론하며 '정봉주 구하기' 추진에 대한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서울 접전지에서 낙선한 한 인사는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제발 환상에서 깨어 나오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나꼼수 환상'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총선에서 김용민 씨를 공천한 것이었다. 나꼼수에 무한신뢰를 보낸 한명숙 전 대표는 정 전 의원 지역구(서울 노원갑)에 나꼼수 진행자인 김 씨에 대한 공천을 강행했고, 이후 그의 '저질 막말'이 공개되면서 호된 역풍을 맞았다. 당 안팎에선 "접전지 10~15석을 잃은 효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봉주 출소해도 박근혜 못 때리는 이유는?

그렇다면 정 전 의원은 언제쯤 출소할까. 또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정 전 의원의 신병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정상적인 법집행을 통해 10월 말 정도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통상 가석방 대상은 형기의 80%를 채운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다. 정 전 의원이 형기의 80%를 채운 날은 10월 26일이다.

이에 민주당은 '8.15사면 카드'를 던져보고, 수용되지 않더라도 '10월 이전 석방'의 당위성을 설파한다는 계획이다. 늦어도 9월에는 정 전 의원의 출소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선정국이 뜨겁게 달궈질 시점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율사출신 한 의원은 "정봉주가 형기를 100% 채워야하는 공안사범도 아니고, 허위사실 유포라는 죄목으로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게다가 초범은 무조건 가석방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9월께 가석방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가석방 되더라도 10년 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해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없다. 즉,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언행이나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비판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 이 때문에 민주당은 피선거권이 부활되는 '특별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대선 흥행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피선거권 문제로 선거운동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봉주 아닌가.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될) 박근혜는 못 때려도 MB만 집중적으로 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모두 5차례에 걸쳐 사면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 3차례가 8.15 광복절 사면이었고 2009년 연말 사면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일한 대상자였다. 청와대는 '정치인 사면은 없다'는 입장이다.[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