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와 이재오는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비교적 가난하다. 그런데 두 사람을 비교해 보면 본질은 좀 다르게 보인다. 김문수가 욕심 없는 청렴함이라면, 이재오는 권력욕이 강해 부의 축적에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김문수가 노동운동으로부터 나와 현실 세계에 발 붙여 살며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사회를 위한 봉사를 자신의 실천 이념으로 한다면, 이재오는 민중운동의 꿈을 여전히 버리지 않았고 그에게 권력은 민중 개혁이란 그의 낡은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지렛대요 목적이기에 앞에선 90도 꺾은 절을 하고 뒤로는 비수(匕首)를 찌르는 이리같은 욕망이 넘친다.

이재오가 한신처럼 남의 가랑이를 기어 가는 굴욕을 마다하지 않는 건 품에 간직하고 있는 칼의 울 때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가 얼굴에 미소를 띠며 꺾은 절을 하는 건 상대를 그와 같은 동반자로 보지 않고 언젠가 칼로 벨 적으로 여기기에 가능한 인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단 뜻이다.

이번 개헌 문제로 강한 의구심이 생긴다. 개헌, 그것도 분권형 권력 구조를 밀어 붙이는 이재오를 보고 있자니, 이명박이 이재오를 타고 있는지 아니면 이재오가 이명박의 등을 타고 자신의 혁명적 야망을 꿈꾸고 있는 것인지 쉽게 판단이 안 선다. 노무현이 유시민을 부린 건지 유시민이 노무현을 이용한 건지 그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처럼, 이명박이 이재오의 바지 사장인지 이재오가 이명박의 단순한 행동대장인지 가늠이 서지 않는다.

이재오는 이명박이란 권력을 등에 업은 호가호위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권의 실질적인 오너인가. 이재오가 분권형 권력 구조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대통령제 아래서도 일개 장관이 개헌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여당 국회의원 수십명을 개헌 몰이 할 수 있는데, 하물며 내각을 국회에서 임명하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가 된다면 이재오는 말 그대로 카이사르 같은 황제의 권력을 쥘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회에서 내각의 수반을 옹립할 수 있다면 국민의 비판이나 견제로부터 권력은 자유로울 것이며 한나라당은 이가네 종놈들로 빼곡히 채워 질 것이 분명하다. 내각을 이재오가 지정하는데 어떤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봉사하려 할까. 이런 이원집정부제야말로 이재오에겐 환상적인 꿈의 무대가 아닐 수 없다. 이재오에게 이원집정부제란 인생 한 방의 로또며 그렇기에 이재오에게 가난이란 대수롭지 않은 투자였을 뿐이다.

이재오의 가난은 보리밥 먹는 재벌의 만찬과 같다. 권력을 쥐고 있는데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경제적으로만 보면 이재오는 무산계급이다. 아마도 이재오는 자신이 무산계급으로 남아 있어야 하기에 부르주아로의 신분 상승을 마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란 자산을 볼 때 이재오는 결코 무산계급이 아닌 권력형 부르주아며, 그 이상의 막강한 힘을 가진 귀족이다. 그런 자가 무산계급처럼 행동해 국민을 속이고 볼세비키처럼 혁명적 발상을 안하무인으로 하고 행동하는 건 권력을 향한 탐욕과 그 인생의 이력이 만들어 준 타인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다.

자본주의란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년  루이스 부뉴엘) 덕에 유지된다. 또한 이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은 공산주의를 유혹하고 사람들에게 혁명을 부추긴다. 자본주의나 인간의 욕망이란 어느 정도 더러운 것이 진실이며 이 더러운 욕망을 어떻게 수준 높은 상태로 발전시키는냐 하는 것이 바로 문화다.

누구는 성선설을 주장하고 어떤 이는 성악설을 주장하지만 결국 이는 자신이 더불어 사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어떠냐에 따라 갈린다. 세상을 보는 눈의 차이다. 마음이 따듯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 믿고 사는 사람은 혁명을 꿈꾸지 않고 인간 개조를 꿈꾸지 않고 게릴라를 꿈꾸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에 대해 부정적이고 인간을 못 믿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인간은 늘 혁명을 꿈꾸게 된다.

하이에나 같고 이리 떼 같은 자신의 탐욕을 합리화 하기 위해 인간 사회에서 늘 혁명은 존재한다. 자신의 폭력을 미화하기 위해 이데올로기는 존재한다.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기까지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바로 위장된 도덕과 교리와 이데올로기다. 인간의 가치와 선과 도덕과 정의도 이데올로기 앞에선 맥을 못추는 것이다. 인류 역사의 폭력은 바로 이데올로기로부터 터져 나오고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탐욕과 타인에 대한 적개심에서 만들어 진다.

취업자는 먼저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취직한 후 대기업에 갈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재오는 무척이나 두려운 존재다. 사회를 이루는 대중이란 타인을 자기 멋대로 통제할 수 있고 그런 자신의 생각이 결국 "내가 너희를 이롭게 한다"는 믿음으로 자리 잡은 인간만큼 두려운 존재는 없다.

인간을 개조시킨다며 캄보디아에선 3백만명이 죽었고 모택동은 3천만명을 죽였다.  정동영은 노인은 투표장에 나오지 말라고 했고, 유시민은 나이가 들면 뇌가 썩는다고 했다. 노무현은 한국 역사는 기회주의자들의 득세였다 말했다. 이재오를 비롯한 그들 눈에 인간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고 통제의 대상, 개조의 대상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권력이다. 남을 해칠 수 있는 파워맨이 되는 욕망에 몸부림치는 것이 그들의 진실이다.

민주주의 사회란 권력자가 스스로 어깨에 힘을 빼고 대중과 함께 가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리더쉽이란 권력이 아니라 소통인 것이고 자기 자신을 대중의 하나 곧 시민으로 인식하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재오는 헌법이 오래됐기에 고쳐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식이라면 인생을 오래 살아 이미 뇌가 썩고 나이가 든 이재오는 스스로 물러나야 이치에 맞다. 민중운동을 한 이재오는 한나라당에 들어 과거 박정희 시대와 그 후 군사 독재 시대에 역사적 보복을 하려는 듯하다. 사생아가 자신의 의부에 대한 어린 시절의 비뚫어진 기억을 지우기 위해 정신적 살인을 하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경우와 같다. 

국민을 위해 규칙을 새로 만들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놈이 바로 국민의 적이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원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 하며 대통령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강도가 들어 대통령을 뺏어 가려 한다면 저항해야 한다. 세살 먹은 아이도 손에 든 사탕을 뺏기면 발버둥치며 운다. 그것이 자기 권리를 지키는 것이기에 저항하는 것이다. 자기 권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평생을 사회에 대항했고 타인을 적으로 삼아 왔으며 생산적인 일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인간이 어느날 갑자기 권력을 쥐니 눈에 뵈는 게 없어 헌법을 제 맘대로 고치려 하고 내각을 권력의 꼭둑각시로 만들고 국회의원들을 손아귀에 장악하려 하고 있으니 그 자의  욕망이 이리처럼 악랄하고 더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