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의정부교도소 앞은 '축제 현장'을 방불케 했다.
한명숙(73) 전 총리의 지지자 200여명이 노란색 풍선과 꽃다발을 손에 들고 '나라다운 나라에 돌아오심을 환영합니다' 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었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문희상·이해찬·전현희 의원 등 여당 의원 20여명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도 눈에 띄었다.

오전 5시 10분쯤 교도소 문이 열리고 한명숙이 나타나자 지지자들은 "새 세상이 왔어요"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환호했다. 누군가 건넨 백합 꽃다발을 받아 든 한 전 총리는 "(수감된) 2년 동안 가혹한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저의 진실을 믿고 응원해준 분들의 믿음 덕분"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전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부쳤다. 전원일치로 유죄 판단이 나왔다. '유죄' 판단을 내린 핵심 근거는 한만호씨의 진술과 물증이었다. 대법원은 한씨가 검찰에서 한 진술(9억원을 줬다)이 맞고, 나중에 재판에서 바꾼 진술은 허위(위증)라고 봤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검찰이 증거를 확보한 이후 한만호씨를 추궁해 진술을 받은 게 아니라 한씨가 먼저 진술한 이후 자금 조성 내용, 금융 자료 등 증거가 차례로 나타났다"며 "한씨의 검찰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한만호씨 말대로 검찰의 강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증' 가운데는 1억원 수표가 결정적이었다. 한만호씨는 한 전 총리에게 세 차례, 한 번에 대략 3억원씩을 줬다고 했다. 첫 3억원은 1억원권 수표와 미화 5만달러, 현금 1억5000만원이었다. 한만호씨가 발행한 1억원 수표는 2년여 후 한 전 총리 여동생의 전세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만호씨와 한 전 총리의 여동생은 모르는 사이로 밝혀졌다. 대법원은 "한 전 총리가 받아서 동생에게 건넸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 측은 2억원은 한만호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한 전 총리가 한만호씨 병문안을 간 다음 날 비서를 시켜 2억원을 돌려준 뒤 한만호씨와 두 차례 통화했다"며 "(돌려줬다는 것은)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했다. 여기까지(3억원)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의 의견이 전부 일치했다.

나머지 6억원에 대해서는 대법관 5명이 '증거가 부족해 유죄로 보기 어렵다'는 소수(少數)의견을 냈다. 하지만 다수의견 쪽에 선 8명은 "여러 증거와 정황이 한만호씨의 검찰 진술과 부합해 9억원 모두 유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