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경찰서장을 고발한다!]
저는 경기도 안양시 백영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도덕교사 박남수(만43세)입니다.
[오늘 하도 어이없는 일을 겪어서 이를 규탄하고 관계 당국이 직접 나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 짓밟힌 교권과 명예를 회복시켜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Ⅰ. 사건의 개요
저는 오늘 5월 11일(화) 아침 7시 50분경 본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백영고등학교에 출근하기 위해 백영고 정문앞 위쪽 20미터 지점 건널목으로 걸어갔습니다. 때마침 건널목 신호등이 고장나서 인근 귀인초등학교 학생, 귀인중학교 학생, 백영고등학교 학생 수십명이 한데 뒤엉켜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호등이 아예 고장이 나서 꺼져 버렸기 때문에 출근 시간대의 수많은 차들은 아무 생각 없이 과속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차도 한복판으로 수신호를 보내며 걸어 들어가 달리던 차들을 정지시키고 3회에 걸쳐 학생들이 안전하게 건널목을 건널 수 있도록 교통 안전 지도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출근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학교에 출근하여 교감 선생님께 [학교앞 건널목 신호등이 고장나서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길을 건너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교통 안전 지도를 하고 왔는데 다시 가서 교통 안전 지도를 하고 오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려 허락을 받은 후, 곧장 안양 경찰서 112로 전화를 걸어 [백영고 앞 건널목 신호등이 고장나서 어린 학생들이 위험합니다. 빨리 와서 신호등을 고쳐 주세요? 한시가 급하니 우선 제가 가서 경찰차가 올 때까지 교통 안전 지도를 하고 있겠습니다. 빨리 경찰차를 보내주십시오.] 하고 안양경찰서 112에 신고를 한 후 곧장 학교앞 건널목으로 달려가서 교통 안전 지도를 하였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경찰차는 나타나지 않았고, 저는 답답해서 건널목 근처 공중 전화를 이용해 안양경찰서 112에 신고를 재차했더니 [신고가 접수되었고 출동지시 했습니다.] 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겨우 경찰차가 한 대 오더니 경찰이 나와 보지도 않고 뒤엉켜 있는 수많은 학생들만 차창밖으로 쳐다보고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경찰차 한 대가 오더니 역시 수많은 학생들만 쳐다보고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래서 본교사는 몇 차례에 걸쳐 112신고 전화를 했으나, 이제는 아예 전화조차 받지를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내고 8시 50분이 되어서야 경찰차가 나타났습니다.
저는 일단 또다시 도로 가운데로 수신호를 하고 들어가 달리는 차량을 정지시킨 후, 학생들을 안전하게 통과시키고, 경찰차로 걸어가서 경찰차 문을 두드려 경찰차 유리창을 내리게 한 후, 경찰차 안에 타고 있던 경찰 두명에게 [저는 백영고등학교 도덕교사 박남수입니다.] 라고 먼저 신분을 밝힌 후, [신호등 고장 신고를 한지가 얼마나 되었는데 이제사 오시면 어떡합니까? 빨리 신호등을 고쳐 주세요?] 하면서 [경찰차에서 내려 안전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경찰관이 마지못해 차에서 내려 우물쭈물 하길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신고한지 한 시간이나 늦게 오시면 어떡합니까? 어린 자식과 동생도 있을 듯한데 혹시라도 어린 학생들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라도 났으면 어쩔 뻔했어요? 다시는 이러시면 안됩니다. 저는 지금 수업 들어가야 할 시간입니다. 늦게 오신데 대해 사과하세요.] 하면서 공직자의 근무 태만에 대해 점잖게 나무라고 사과를 요구하자 한 스무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순경이 [우리가 잘못한 게 뭐 있어요?] 하길래 [아니 신호등 고장 신고를 하고도 1시간이 지나서 와 놓고도 잘 못한 게 없다니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고 나무라자 옆에 있던 한 서른살쯤 되어 보이는 경장이 [아니 도덕 선생이면 답니까?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하면서 두 경찰관이 제게 거칠게 대들었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보시다시피 신호등이 고장나서 112로 신고를 수차례 했는데 한 시간이나 지나서 와 놓고 보다 못해 어린 학생들을 안전 지도하는 선생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대드는데 여러분 경찰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라고 항의를 하자 이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에게 난처했던지 [아무개 순경 이 자식 차에 실어.] 하더니 닷짜고짜로 경찰차에 강제로 태워 연행해 갔습니다. 저는 [이게 뭐하는 짓이요?] 하며 [수업해야 될 교사를 강제 연행하는데 대해 항의]를 하고 [기왕 갈 테면 경찰서로 가자.]고 했으나 [파출소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인근 갈산파출소로 가나보다 생각했는데 안양경찰서 호계지구대로 강제 연행해 갔습니다.
강제로 경찰차에 태워질 때도, 차에 태워 가면서도 왜 무엇 때문에 강제 연행하는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체 수업해야 할 교사를 왜 강제로 연행하는 거요?] 하고 따져 물어도 [가보면 압니다.] 라고만 할뿐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더욱 한심한 일은 호계지구대에 연행되어 가서 [이 어이없는 일에 대해 파출소장은 나와서 해명하고 사과하시오.] 라고 호계지구대장이 나와서 사과하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조금 지나 호계지구대장이 나와서 탁자에 마주 앉았습니다. 먼저 [저는 백영고등학교 도덕교사 박남수입니다.] 라고 제가 선생이라는 신분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댁에가 잘 못 해 놓고 여기 와서 큰 소리 칩니까?] 라고 도리어 저를 질책하길래 [저는 선생이라고 신분을 밝혔는데 왜 이 땅의 스승을 하대합니까?] 고 저를 낮추어 죄인 취급하는데 대해 항의를 하자 [쌍 놈의 새끼, 개새끼] 하면서 폭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저는 [뭐! 쌍 놈의 새끼, 개새끼라고 기관장의 의식이 저러니 부하직원들의 의식이 오죽하겠어. 지구대장님 사과하세요?] 하고 항의를 하자, [저런 놈은 공무집행 방해죄로 쳐 넣어 버려!] 라고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하고는 휑하니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이 땅 스승의 면전에서 꼴사나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조서를 작성한다면서 제가 지척에서 지켜보는데도 젊은 순경에게 [야! 차고 밟았다고 적어, 개 새끼, 씹 새끼 쌍 욕을 했다고 적어, 그래야 쳐 넣지.] 하면서 주저하는 젊은 순경에게 강권하기에 저는 [도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없는 말을 꾸며 넣으라니 그게 인간이 할 짓이요?] 라고 질책을 했으나, 저는 어느새 폭력교사로 둔갑되기 시작했습니다.
교감 선생님이 [박선생님! 그만 서로 사과하고 학교로 돌아갑시다.] 라고 하시기에 [아니 제가 사과를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대체 제가 뭘 잘 못을 했다고 사과를 해요?] 하면서 거절하다가 [사과하고 풀기로 약속을 했는데 박선생 사과하고 학교로 갑시다.] 고 계속하시는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아무개 경장님!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를 했는데 [나가면 안됩니다.] 고 못 가게 하고는 곧장 안양경찰서로 연행을 해 갔습니다.
참으로 귀가 막힐 일은 호계지구대에서는 당치도 않게 경찰관의 [멱살을 잡았다.]는 거짓말만 하고 [가슴을 세번 때렸다.]는 말은 하지 않더니, 안양경찰서 형사과에 구금되어 있을 때 어느 형사로부터 [선생님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진단서가 첨부되었습니다.] 라는 귀뜀을 듣고 저는 [에이! 농담하지 마세요.] 라고 하자, 그 형사는 [선생님! 농담이 아닙니다. 그런 줄 알고 마음 단단히 먹으십시오.] 라기에 이제 뭔가 심상찮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구나! 고 직감했습니다.
그러나 [어찌 감히 인간의 탈을 쓰고 가슴을 때린 일이 없는데 전치 2주의 상해진단서를 첨부할 수 있단 말인가? 오호라! 저들은 이렇게 무고한 양민을 흉악한 폭행범으로 둔갑시키는 일제 치하의 순사와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반인륜적 만행을 아직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구나! 이 것이 소위 참여 정부의 경찰관들이 자행하는 작태로구나! 저는 분노가 피가 거꾸로 솟구칩니다.]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서도 참으로 가관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글씨체만 봐도 의사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을 먹은 동자도 뻔히 알고도 남을 그 낭만적 작태를...] 그것도 소견란에는 [맞아서 아프다고함] 이라고 적혀 있는 참으로 어이없는 진단서를 첨부하다니... [이 놈들아! 낭만적 소설을 쓰려거든, 아니 스승의 날을 고작 4일 남겨두고, 이 땅의 스승을 욕보이려거든, 제발 공부 좀 하고 해라!]
게다가 저 젊은 무지한 경찰관들은 [무엇 때문에 연행하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등의 미란다 원칙 조차 지키지 않았으며, 미란다 고지 확인서는 경찰서 조서를 받으면서 처음 보았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본 교사는 [열 시간이 넘도록 불법 구금을 당하였다.]고 세상에 고발하는 동시에, 이와 같이 최소한의 미란다 원칙 조차 지키지 않고 인권을 유린하는 불법 구금을 자행하지 말 것을 소위 [참여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도대체 어린 학생을 교통 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교 근무 시간 중임에도 교감 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교통 안전 지도를 한 선생님을, 그것도 안양경찰서 112에 건널목 고장 신고를 몇 차례에 걸쳐서 했는데도 불구하고 1시간이나 늑장 출동해서 되겠냐?]고 질책한 [지극히 상식적인 일]을 가지고 강제로 연행하고 게다가 [가슴을 세 번 때린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날조하여 그 거짓 진단서를 첨부하여 명색이 [도덕교사]를 흉악한 폭행범으로 둔갑시키는 그 재주에 경악합니다. 그 놀라운 둔갑술에 얼마나 많은 선량한 양민이 희생의 제물이 되었으며, 가슴에 원한이 아로새겨진 이들의 피눌물이 얼마나 큰 강이 되어 흘렀겠습니까?
저는 안양 경찰서에 분명하게 묻습니다. [아직도 제가 공무집행방해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당신네들이 공무를 집행한 사실이 존재합니까?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에게 수업을 해야 할 시간에 심지어 제가 근무지를 이탈하여 불법적인 교통 안전 지도라는 공무를 집행한 것이 아닙니까? 대체 누가 누구에게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겁니까? 저는 당신들이야 말로 이 땅의 자랑스러운 스승으로서 어린 학생들의 안전 사고를 염려하여 교통 안전 지도라는 공무를 보고 있는, 다시 말해 저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저는 살아 실천하는 교육자적 양심으로 안양경찰서장님에게 엄중히 질타합니다. [무고한 양민을 흉악한 폭행범으로 둔갑시키는 일제 치하의 순사와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반인륜적 만행을 집어치우고 제발 인간의 모습을 회복하라!]고 말입니다. [당신네들은 장난 삼아 잔재주를 부리지만 도덕을 가르치고 살아가는 도덕교사인 저에게는 저의 도덕성에 의심을 받는 일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나를 두 번 죽이지 마라! 이런 나의 살아 실천하는 교육자적 양심에 바탕한 순결한 고백을 정녕 짓밟으려거든, 소위 참여정부의 시책을 받들어 펼치는 안양경찰서장의 이름으로 좀 더 당당하게 이 성명서를 문제 삼아 명예훼손죄로 나를 고발하시오!]
이상에서 제가 적시한 사건의 개요는 [교육자적 양심으로 실체적 진실]임을 밝힙니다.
이상의 실체적 진실에 근거하여 [안양경찰서의 관할 지휘 책임이 있는 경기도 안양 경찰서장]을 고발합니다. [관계 당국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 짓밟힌 교권과 명예를 회복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2004년 5월 11일
경기도 안양시 백영고등학교 교사 박남수
4934
작성자 : 
